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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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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른 아이들도 있지 않소. 죽은 아이는 잘 알지도 못하고 또 그 아이를 사랑할 시간도 없지 않았소.”
발랑틴은 그의 말에 위로를 받은 듯 행동했지만, 그가 남자이기에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뱃속의 아이에게 혼자 읊조렸던 말들과 황홀한 기다림의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다. 만약 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성숙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랑틴은 그 대신, 자신의 눈빛을 숨기고 남편의 조끼 위에 이마를 문지르며 눈물을 삼켰다. 쥘에게 아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p.27 마틸드는 첫 아이를 낳았다. 하룻밤 사이에 격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그녀는 울부짖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경험했다.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틸드는 기진맥진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지러웠고 의식이 안개 속에 잠긴 것처럼 희미해졌다. 그녀는 출산이 무엇인지 알았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물과 피가 그녀 안에서 어떻게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탄생의 과정을 끝내자 마틸드는 그녀 자신도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그녀의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가 나를 만들고, 무한한 미지의 세계에 내 자리를 마련해 주었구나.’ --- p.86 그는 아이들이 각자 어떤 개성을 지녔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들의 작은 몸과 부드러운 얼굴, 아이들이 만든 문장과 표현해 낸 생각들이 각각 어떻게 특별한지 알아볼 줄 몰랐다. 아이들의 신체적 특징, 정확한 머리 색깔(그녀는 아이들 모두의 머리카락을 한 뭉치씩 가지고 있었다), 피곤할 때 눈가에 생기는 다크서클 색깔 등을 잘 아는 사람은 마틸드였다. 그녀는 매일같이 이 아이들의 완벽한 피부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앙리가 감탄하지 않는 것은 스킨십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손은 비단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무한한 부드러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어른이 될 것이고, 이 부드러움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부드러움이 끝나는 순간은 포착할 수 없다. 부드러움은 칼로 자르듯 깔끔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틸드는 생명의 마법을 모르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불쌍하게 여겼다. 그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와 처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99 “하지만 상처는 영원하지. 우리는 결코 그 상처로부터 회복되지 못한다는 것을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사람들은 잘 살아가는 척 하고, 심지어 잘 살아간다고 믿기도 하지.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깨진 상처가 있어. 나는 프랑수아를 보낸 뒤로 언제나 시들어 있었단다.” --- p.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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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란 안 훙 감독, 오드리 토투·멜라니 로랑·베레니스 베조 주연 영화 「이터너티」원작
19~20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가문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여성의 삶과 운명 그리고 이어짐을 다룬 소설! 트란 안 훙 감독이 연출하고, 오드리 토투·멜라니 로랑·베레니스 베조가 주연한 영화 「이터너티」의 원작 소설로, 19~20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가문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여성의 삶과 운명, 그리고 여성으로부터 이어지는 생(生)의 영원성(eternity)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키스, 달콤 쌉싸름한 결혼, 엄마가 된 기쁨,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딸로 전해지는 생명의 비밀과 결코 끝나지 않을 삶의 이야기가 1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장대하게 펼쳐진다. 생명을 이어준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따뜻한 노래 우리는 생명의 흐름 속에서 태어나 그 흐름에 따라 나아가며 삶을 꽃피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난다. 이러한 생의 영원성은 바로 여성의 생명력 넘치는 태(胎)로부터 비롯된다. 작가 엘리스 페르네는 3대에 걸친 여성의 삶을 통해 이러한 생명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한다. 3대의 여성이 살고 교감하고 사랑하는 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통해 삶의 절정과 소멸, 그리고 재생이 끝없이 되풀이 되는 과정을 우아하게 수놓는다. 한편, 이 작품은 결혼과 출산에 얽매인 삶을 살았던 옛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反)페미니즘에 대한 찬가는 아니다. 그보다는 수많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파란만장한 인생의 역경을 견뎌 낸 여성들, 그로서 생명의 영원성을 이어가는 아내, 어머니, 할머니에게 바치는 따뜻한 노래다. 작가는 섬세한 마음과 다정하고 예리한 표현으로 옛 여성들이 겪은 시련을 조용하고 숭고하게 드러낸다.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마르지 않는 샘처럼 삶의 순환을 이끄는 여성의 경이로운 힘을 만난다 이야기는 아르튀르와 쥘리 부르주아에서부터 시작된다. 둘 사이에서 발랑틴이 태어나고, 그녀는 훗날 포병대 장교인 쥘과 결혼해서 여덟 명의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남편 쥘은 막내아들이 태어나던 해에 세상을 떠나고, 쌍둥이 아들마저 전쟁에서 잃는다. 여기에 유일한 딸 마르고가 수녀원에 가기로 결심하자 그녀는 삶의 희열을 상실한다. 하지만 발랑틴의 넷째 아들 앙리가 결혼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마틸드는 앙리와 결혼해 열 명의 아이를 낳으면서 여성이 지닌 경이로운 힘을 알게 된다. 여성은 생(生)과 사(死)라는 거대한 삶의 순환을 이끄는 힘인 것이다. 그러나 남편 앙리는 삶의 열정과 신념만 강할 뿐 생명의 비밀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항상 존재한다. 마틸드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다. 바로 마틸드의 사촌이기도 한 가브리엘이다. 그녀는 마틸드와 달리 중매로 샤를을 만난다. 가브리엘 부부는 마틸드 부부와 달리 결혼 후에야 비로소 사랑을 시작하고, 강한 의지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샤를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삶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해서 발랑틴에 이어 또 한 명의 과부가 탄생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