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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 프레이야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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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과 변함없는 카페 안의 전경이 어느새 기억을 그 시절로 되돌린다. 과거에 나는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덥수룩한 머리에 꾀죄죄한 캐주얼 차림을 한 백수였다. --- p.11
“글쎄요, 전 여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일 뿐인걸요. 사 년 전엔 군복무 중이었고……. 전 오늘 당신을 처음 보는데요.” 그래도 그는 내가 아는 선호오빠가 확실했다. 불현듯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내가 시간을 거슬러온 것은 아닐까? “저기, 올해가 몇 년도야?” “나 참, 2012년이잖아요. 근데 듣자듣자 하니까 왜 첨 보는 사람한테 자꾸 반말입니까?” 나는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황급히 손으로 가렸다. --- p.51 그는 웨이트리스에게 펜과 종이를 부탁하더니 빠른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적고는 고이 접은 종이를 다시 그녀에게 준다. “이걸 그 친구에게 건네줬으면 하는데…… 과연 받을 수 있을지.” “여긴 아스가르드잖아요.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고생한 이 학생을 봐서라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는 나지막이 무언가를 더 중얼거린다. 웨이트리스는 환한 웃음으로 대신 답을 한다. --- p.82 퇴근 후 회험역 앞까지 아저씨와 함께 걸었다. “오늘 나 때문에 고생이 무척 많았지? 아무래도 여긴 내가 일할 곳이 아닌가봐.” 이 말을 남기고 쓸쓸히 돌아서는 아저씨의 등이 무척 애처로워 보였다. 아, 그놈의 측은지심! “환불할 땐 제일 먼저 뭘 해야 한다고 알려드렸죠?”--- p.112 웨이트리스의 도움으로 촬영은 순탄하게 이루어졌다. 촬영을 마치고 제작진을 모두 보내고 나서 나는 홀로 무닌 칵테일을 즐겼다. “아무래도 오늘 슈퍼바이저 손님께서 오실 것 같은데요.” 웨이트리스가 계산을 하려는 나에게 말했다. “아, 오늘이겠군. 그럼 칵테일 한 잔 더 계산해주십시오.” 그녀는 말없이 두 잔 값을 결제해주었다. 그 친구의 무료한 시간을 칵테일이 잘 달래주기를 바란다. --- p.142 팬들이 ‘토르’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은 작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슬러거보다는 호타준족에 가까운 체격에도 나는 다섯 타석에 한 번은 좌익수나 우익수 옆을 꿰뚫는 깊숙한 외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열 타석에 한 번은 외야수가 그저 멀거니 쳐다봐야만 하는 구장 펜스를 훌쩍 넘기는 대형 홈런을 쳐냈다. 관중은 그런 내게 열광하며 팬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 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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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스가르드를 자주 찾는 인기 소설가 강훈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을 ‘오딘의 장난’이라고 불렀다. 역시 단골손님인 아이돌 가수 유하는 이를 타임슬립이라고 말했으며, 칼럼니스트 김혜연은 모 잡지 기사에서 운이 좋으면 겪게 되는 기분이 좋아지는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프로야구 시즌 홈런왕 최성혁 선수도,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재덕 감독도, 현재 히트곡 제조기라 불리는 강태호 작곡가도 이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이 장소를 늘 지키고 있는 웨이트리스는 뭐라고 말할까? “글쎄요. 여기가 어디든 지금이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저에게는 단지 카페 아스가르드일 뿐인걸요.” 결혼 상대자가 성공한 지금의 자신 아닌 지질한 과거의 자신에게 반한다 해도, 죽은 연인이 나타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날의 나에게 고백을 하더라도, 실의에 빠져 있을 과거의 실패자에게 성공의 칵테일 한 잔이 배달되더라도…… 그냥 그럴 수 있는 곳. 시간을 마시는 카페는 계속 영업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