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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장 명사와의 사랑 태조 이성계의 4대조 이안사와 애기 율곡 이이와 버들가지 암행어사 박문수와 이매 송강 정철과 관비 여덟 살 꼬마 이시항과 초선 개국공신 함부림과 막동 어사 이현로와 옥영 남자 물평의 명수 자운아와 손비장 기생의 원한을 풀어준 천추사 조광원 최충헌과 양수척 출신의 자운선 민영의 사타구니에 채워진 자물쇠 2장 시심의 사랑 거문고와 함께 묻힌 매창 사연 많은 전설이 된 황진이 삼괴당 신종호와 상림춘의 가야금 문장가 목계 강혼과 은대선 박생과 메주 산호주 암행어사 노수신과 기생 귀신 노화 3장 일편단심의 사랑 청주의 홍림과 김해월 목숨으로 말하는 전계심 책방 황규하와 만향의 절개 첫정의 낭군 따라 죽은 연심 거지와 어사를 분별하는 일곱 살 가련과 이광덕 두 사람을 위해 수절한 무운 동주 성제원과 춘절의 정신적 교우 망나니 심희수를 군수로 만든 일타홍 부사 따라 순절한 매화 4장 나라 위한 사랑 피보다 붉은 마음 주논개 평양성 전투의 김응서 장군과 계월향 양놈에게 몸을 허락하고 죽은 최옥향 5장 왕실과 사랑 연산군과 궁녀의 옷을 입은 광한선 월하매의 초혼제에 무당과 함께 춤을 춘 연산군 명나라 사신들에게 유명한 자동선 권율의 후예 권직과 단종의 후예 영월 신하와 기녀를 중매한 성종 임금 영천군 이정과 소춘풍 뱀에게 제문을 올린 종실 파성령 임영대군 이구와 금강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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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정신을 차린 월향은 엉겁결에 “으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소서비의 얼굴이 너무나도 흉측했기 때문이다. 얼굴은 수염으로 뒤덮여 있고, 크고 툭 튀어나온 눈알, 거무칙칙하고 두툼한 입술이 마치 짐승 같았다. 소서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좀 더 쉬는 게 좋겠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월향은 이런 남자에게 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죽는 쪽이 낫겠다고 생각했으나 어차피 목숨을 끊을 바에는 신변에 있는 적장을 쓰러뜨리고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악귀 같은 적장을 여자 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쓰러뜨릴 수 있겠는가. 월향은 어떻게든 김응서 장군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솜씨라면 적장을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월향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가 적병에게 붙잡혔을 때 어머니가 뒤쫓아오며 “내 딸을 데려가려면 차라리 나를 죽이고 가라” 하고 외치던 소리, 그 어머니를 발로 걷어차던 적병의 모습, 목숨을 걸고 싸우던 백성, 그리고 적을 토벌하기 위해 승려가 무술을 단련하고 젊은이들이 권법을 배우는 모습, 어둠을 틈타 밤마다 나타나서는 그들을 지도하던 늠름한 김응서 장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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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으로서, 한 사람의 여인으로서, 시대를 풍미했던 기생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
기생의 원류를 따지자면 신라의 원화제도(화랑의 전신)로부터 생겨났다느니, 고려 시대 후백제의 양수척이 기원이라느니 하는 등의 설이 분분하지만, 우리나라 기생 제도는 조선 시대에 와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기 때문에 기생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의 기생을 떠올리게 된다. 기생은 사회 계급으로는 천민에 속하지만 시와 글에 능한 교양인으로서 대접받기도 하는 특이한 존재였다. 사회적으로 행동거지에 많은 제약을 받아야 했던 조선 시대의 여성이면서도 기생이라는 이름 덕분에 상류층 남자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이 가진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던 것은 그네들의 유일한 위안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는 황진이와 매창 같은 뛰어난 시인들이 기생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도, 기생이라 하면 먼저 술자리에서 흥취를 돋우는 한낱 노리개나, 양반들에게 쉽게 몸을 허락하는 여성을 떠올리곤 한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자국의 게이샤는 전통 있는 예능인으로 포장한 데 반해, 조선의 기생은 한낱 몸 파는 매춘부로 전락시켜버림으로써 기생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데에 큰 이유가 있다. 이에 저자는 황진이와 매창같이 시로써, 또는 만향이나 연심과 같이 기생으로서는 모순되는 일편단심의 마음으로써, 또 논개와 계월향처럼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애국심으로써 스스로 제 이름을 드높인 기생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조선의 대표적인 기생으로 황진이의 이름을 말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그 지역민들에게 기억되고 추앙받는 기생들이 따로 있다. 부안의 이매창, 춘천의 전계심 등이 그러한 인물이다. 이들은 명기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부각되기도 하고, 그에 따라 그들의 이름을 건 축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기생은 신분은 천민이지만, 상대하는 인물들은 상류층 인사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정교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춤과 노래, 악기는 물론이거니와 교양을 갖춘 말씨와 태도, 대화에 어울릴 만한 학식을 익혀야 했다. 같은 기생이라 해도 등급이 있어 일등 기생 중에는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여 온갖 연회에 불려 다니는 등 인기를 얻어 전국에 이름을 떨친 기생도 있고, 시문으로써 양반과 화답하여 그들로부터도 찬사를 받은 기생도 있다. 지조 있는 기생은 정조를 지키고자 몸가짐을 삼갔고, 정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평생을 수절하거나 바로 그 뒤를 따름으로써 절개를 지키는 기생도 있었다. 이러한 기생을 절기라고 했다. 의기라고 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기생도 있었는데, 이들은 우리 민족의 정서상 더욱 추앙받고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소위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강한 기생은 자신의 신분이 비록 미천하나, 마음에 차지 않는 남성은 상대하지 않거나 기지를 발휘하여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반면 풍류가 있고 인물됨이 훌륭하며 장래성이 보이는 남자라면 스스로 나서서 인연을 만들었고,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하여 명재상으로 출세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명기들을 추적하여 37명의 기생들의 이야기를 모아 명사와의 사랑, 시심의 사랑, 일편단심의 사랑, 나라 위한 사랑, 왕실과 사랑의 다섯 가지 테마로 분류하여 책으로 엮었다. 독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생들이 일차원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여인으로서, 예인으로서, 그리고 조선의 딸로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시대를 앞서 간 삶을 살았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교과서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위인들, 즉 율곡 이이, 암행어사 박문수, 송강 정철 등의 애정사를 엿보는 것도 적잖이 재미를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