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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Ⅰ. 서 설 1. 19세기 초 조선의 문학 경향과 홍길주 2. 생애와 당대 문인들의 평가 3. 연구사 검토와 연구 방향 설정 Ⅱ. 홍길주 문학의 외연 탐색 1. 삶의 조건과 꿈의 문학적 수용 2. 학문 태도와 현실 인식 3. 문학 지향과 교유 양상 1) 조선후기 고문사의 맥락과 문학적 수용: 농암 김창협, 연천 홍석주, 대산 김매순 2) 고문의 변용과 문학적 전변: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3) 문우의 존재와 문예담론: 몽파 정세익, 경당 윤정진, 순계 이정리 【부록】매화꽃 편지: 홍길주의 눈에 비친 대산 김매순 Ⅲ. 홍길주 인식론의 층위 1. 세계인식의 지평 확장과 활물(活物) 2. 대지(大知)를 향한 회의와 깨달음 3. 도(道)와 색상(色象)의 경계와 전이 4. 세계인식의 다양한 방식 1) 차이의 인식과 개별성 추구 2) 대립의 소통과 중원(中原)의 지평 설정 3) 세계의 확장과 은유 4) 시선의 전복과 역설 Ⅳ. 세계인식의 문학적 구현 양상 1. 도문일치(道文一致)의 의미 변환 2. 전범(典範)의 수용과 변용 1) 고문의 수용과 변용 2)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의 통합과 문장중원론(文章中原論) 3. 의·기·법(意氣法)의 통합과 주체적 글쓰기 1) 작문요결-의·기·법(意氣法) 2) 법의 구체적 운용 양상과 활법 4. 언어·문자관의 구조와 운용 1) 활물적 언어·문자 인식과 명실(名實)의 통합 2)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엄격함과 문자 고증 5. 독서론의 층위와 의미 1) 다양한 독서 체험과 독서가로서의 면모 2) 유연한 독서 방법과 독서 효용론 3) 독서의 관건과 의미 확장 Ⅴ. 문학론의 실제적 적용과 『숙수념』 Ⅵ. 결 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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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주와 잠, 그리고 꿈
홍길주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두드러지는 다른 틈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잠이다. 홍길주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웠지만 유독 자기 관리에 있어서만은 철저했다. 말과 행동거지 어느 하나 방종함이 없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유독 잠을 즐겼다. 홍길주의 삶에서 잠의 의미는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홍길주에게서 잠은 꿈과 결합될 때 가치 있는 의미를 가진다. 모든 인간은 잠을 통해 꿈을 꾼다. 계속해서 잠에 빠지게 되면 다시 이곳저곳 전전하다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데, 이 꿈에서 저 꿈으로 넘어가면서 서로 번갈아가며 이어지는 그 길은 생각이 도저히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始祖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금과는 다른 먼 세상을 만나기도 하고, 머리 허연 늙은이가 젊은이가 되기도 하고, 자라 뱃속에서 화주가 나오기도 한다. 꿈은 무의식이 지배하는 세계로 이성적 접근이 불가능하다. 치환과 응축의 과정을 거쳐서 구현되는 꿈의 세계는 생각으로 따라 잡을 길이 없다. 時空의 한계를 거침없이 넘어서고, 일상과 다른 낯선 세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은유와 환유가 활발히 기능하는 이상 꿈은 현실과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꿈과 현실을 온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무의식이 의식의 裏面을 떠받쳐 정신을 구성하듯, 꿈 또한 현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홍길주 또한 이를 모르지 않았다. 이번에 한양대학교의 이홍식 교수가 도서출판 태학사에서 펴낸 ??홍길주의 꿈, 상상, 그리고 문학??은 이러한 홍길주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역사나 철학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홍길주가 꿈꾸던 소통의 세계 홍길주에 따르면 인간이 꾸는 꿈의 형상은 네 가지로 구분된다. 그 첫 번째는 좋아하는 마음이 강렬하여 꾸는 꿈이고, 두 번째는 그리움이 간절하여 꾸는 꿈이다. 세 번째는 앞으로 일어날 화복의 기미가 나타나는 것이요, 마지막은 은유와 환유에 의해 끊임없이 순차적으로 확장되는 꿈이다. 그 모습이 어떻든 간에, 꿈이란 현실에서의 욕망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움이 그렇고 좋아함이 그러하다. 홍길주가 중원(中原)에 관해 꾼 꿈에 대해서 해몽가가 ‘좋아하는 마음이 크고 그리움이 강해서 꾼 꿈으로 앞으로 진행될 일의 기미를 보여준다’고 말했던 것도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따라서 홍길주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양쪽 세계를 소통시키며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표상하려 노력했다. 정해진 기구와 장소와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꿈의 세계,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될 수 있는 세계, 그 변화 가득한 소통의 세계는 홍길주가 문학에서 꿈꾸었던 세계이기도 하다. 홍길주의 문장중원론 이 책에서 저자는 문학적 통찰력이란 어린아이처럼 선입관과 고정관념이 없는 마음과 호기심으로 집중하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活物은 造物의 세계, 즉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체들을 각각의 기호와 텍스트로 이해하는 인식체계를 말하는데, 이 기호와 텍스트를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活讀書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문자로 된 텍스트만을 책이라 하고 이를 소리내어 읽는 것을 독서라 일컫지만, 홍길주의 인식체계 내에선 세계 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시장에서 채소를 사고 밥을 짓는 일 따위]이 바로 책이며 이를 해석하는 것이 바로 독서다. 그런 까닭에 “문장은 다만 독서에 있지 않고 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 산과 시내, 구름과 새나 짐승, 풀나무 등의 볼거리 및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이 모두 독서다”라고 천명한다. 짝을 이루는 두 사물을 대립시키지 않고 조화롭게 만들려는 의지는 삶과 문학을 관류하는데, 대체로 중원론(中原論)으로 완성되고『숙수념』을 통해서 재현된다.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은 고문 창작의 중요한 두 축으로 古文史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왔는데, 17세기 중반 이후 고금(古今)에 대한 상대주의적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어느 하나를 전범으로 설정하고 이를 묵수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시대에 걸맞는 글쓰기[時宜]를 추구했던 홍길주 또한 법고와 창신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그 고민을 해결한 결과물이 바로 중원(中原)이다. 중원(中原)은 실제 세계가 아니라 꿈을 통해 획득한 깨달음의 세계다. 현실의 문제를 꿈을 통해 해결한 셈인데, 홍길주에게 꿈은 끊임없이 삶과 문학으로 침투하고 삶과 문학에서의 욕망은 꿈으로 재현된다. 이런 점에서는『숙수념』또한 같은 경계 안에 있다고 하였다. 홍길주가 꿈속에 본 중원(中原)은 결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좁음과 넓음, 질박함과 화려함, 집과 들판, 자리와 맨땅, 소박함과 화려함 등 대립항들이 갈등 없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성적 사고로 판단할 때 좁은 공간이 동시에 넓을 수는 없으며, 질박한 것이 화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원(中原)의 공간은 이러한 모순을 동시에 껴안는다. 이는 합치될 수 없었을 것 같던 다양한 전범들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공간이며, 법고와 창신의 공존 가능성을 열어두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이곳과 저곳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 땅은 그저 꿈꾸는 자가 있는 곳일 따름이다. 꿈꾸는 자가 있는 곳은 어디를 가건 이 땅이다. 이 땅을 ‘이 땅’이라 여기면서 다른 곳은 ‘이 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될 노릇인가?”라는 언급에서 보듯 중원은 피차(彼此)의 구분이 허물어진 공간이다. 홍길주의 독서 방법 홍길주는 구체적인 독서 방법으로 외우고[誦] 생각하는[惟] 독서법을 말했다. “문장을 외우는 것은 나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요, 뜻을 생각하는 것은 아는 것을 견고히 하기 위함이다. 외우기만 하고 생각지 않으면 흘러넘치게 되고, 생각만 하고 외우지 않으면 고갈되고 만다. 머릿속을 휘돌아 나간 온갖 생각들과 기억들이 자유로운 형식 속에서 경쾌하게 펼쳐져 있다. 그는 개별 사물의 이치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건져, 이 사물과 저 사물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는 여행길의 경험을 글쓰기의 문제로 치환해서 읽어내기도 하고, 일상의 사소한 경험과 견문을 놀라운 깨달음의 세계로 확장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은유로, 때로는 역설로, 때로는 소통으로 세계를 인식하여 색다른 의미를 펼쳐 보인다. 홍길주의 말년에 보이는 얽매임 없는 사고와 깨달음의 깊이는 초기의 문학에서 보이는 경향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이 간극은 홍길주 문학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증거이면서 홍길주 문학의 독자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