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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역사가들
서양사 연구를 위한 입문
이재만
이론과실천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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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이론/비평 top20 2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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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역사를 중심으로 인문 분야의 번역에 주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문명과 전쟁』(공역), 『몽유병자들』, 『정치철학 공부의 기초』, 『번역』, 『성서』, 『신』, 『유럽 대륙철학』, 『종교개혁』, 『정복의 조건』, 『세계제국사』, 『철학』, 『역사』,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공부하는 삶』, 『제3제국사』,『옥스퍼드 세계사』, 『백인의 취약성』,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포퓰리즘』, 『전쟁과 평화』, 『에릭 홉스봄 평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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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크 길더러스 Mark T. Gilderhus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Texas Christian University) 역사학과 교수이다. 『Diplomacy and Revolution: U.S.-Mexican Relations under Wilson and Carranza』(1977), 『Pan American Visions: Woodrow Wilson in the Western Hemisphere, 1913-1921』(1986), 『The Second Century: U.S.-Latin American Relations Since 1889』(2000) 등의 저작이 있다.
역자 : 강유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몇 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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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2쪽 | 384g | 153*224*20mm
ISBN13
9788931360257

출판사 리뷰

인간의 기억으로서의 시간,
역사가의 해석으로서의 역사


우리가 우리 자신임을 알 수 있는 것은 경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인류가 인류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역사가들이 남긴 역사 서술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역사적 사태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집단의 필연적 운명이며, 인간집단은 언제나 역사를 둘러싸고 심각한 정체성 싸움을 벌인다. 이 싸움에는 아주 천박한 유사역사학부터 고도의 역사철학에 이르는 여러 가지 전선이 겹쳐 있다.

21세기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전선이 중첩된 시공간이다. 각별한 이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만일의 사태에 대해서 재산을 쌓아놓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어려움에서 구원해줄 영도자를 찾아 나설 것인가. 우리는 과거를, 역사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들여다보기를 위해 역사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서구의 역사적 사유에 대한 개관
이 책은 고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역사적 사유에 대한 철저하고도 포괄적인 개관을 보여준다. 또한 역사가들이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과거를 붙잡고 씨름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지식체계로서의 역사가 어떻게 해서 서로 다른 시공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목적에 기여하는지도 살펴본다. 인류가 지나온 시간은 동일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관점과 방식은 역사가마다 다르다. 고대 희랍의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는 각각 페르시아전쟁과 펠로폰네소스전쟁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여겼고, 세속적 관점에서 전쟁의 원인과 전개과정을 밝힘으로써 역사학의 초석을 다졌다. 반면 기독교적 역사관을 대표하는 아우구스티누스는 역사에 신을 끌어들여 세속적인 것과 신성한 것을 근본적으로 구별하는 이원론을 정립했으며, 신이 이 세상에서 행하는 방식을 밝히고 인간사를 성서의 서술과 연관 짓는 것을 역사 서술의 목적으로 삼았다.

근대에 들어 역사가들의 대립은 심화되었다. 16세기와 17세기 유럽의 프로테스탄트 개혁과 뒤따른 종교적 정치적 격변으로 아우구스티누스 이래 천 년 넘게 역사가들을 지배해왔던 기독교적 역사 해석이 분열되었다. 역사가들이 새로운 통합적 접근법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17세기 과학혁명의 후예들은 역사학과 종교를 궁지에 몰아넣을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과학적 세계관을 갖춘 그들은 역사처럼 부정확한 탐구 분야에서는 입증 가능한 지식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으며, 역사학이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수학적 이상에 부합하는 형태로 지식을 표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학적 탐구 양식이야말로 모든 학문이 본받아야 할, 영원히 타당한 모형이었다. 뒤이은 18세기에 계몽주의자들은 전통적 종교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다. 계몽주의를 선도했던 볼테르는 인간의 진보를 방해하는 "사악한 것", 곧 종교를 쳐부수자고 요청했고, 미신이 아니라 이성이 인간의 진보를 인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가 멸망한 데에는 기독교도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보아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제를 뒤엎었다. 이로써 근대는 세속적인 역사관의 시대를 열었고 우리는 시간이 건너온 다리를 다시 되돌아가지 않는다.

전통적인 역사학에 대한 공격에 직면한 역사가들은 오늘날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을 시작했다. 19세기 중반 실증주의의 등장으로 특히 두드러졌던 이 논쟁에서 자연과학으로 기울어진 역사가들은 자연 현상들에서 높은 수준의 일방성을 도출해내는 자연과학자들처럼, 인간 세계의 사건들에서 선행 조건과 결과 사이의 변하지 않는 관계를 도출해 일반적 명제들로 제시하려 했다. 오귀스트 콩트의 영향을 받은 실증주의자들은 독특하거나 개별적인 사건보다는 역사의 행로에서 나타나는 균일성과 유사성에 주목했고, 인간 활동의 결과들을 지배하는 일반법칙을 가정했으며, 그 법칙을 발견할 만한 역량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주장은 격렬한 적대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찍이 18세기 초에 잠바티스타 비코는 전통적인 서술은 환상과 공상의 표명이라는 데카르트의 비판에 맞서, 자연은 신이 창조했기에 오직 신만이 자연의 총체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역사는 인간이 만들었기에 인간에게는 역사를 올바로 이해할 역량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관념론자'라 불린 학자들은 자연과학에서 이끌어낸 유추는 역사학에서는 유효하지 않으며, 복잡한 역사 저술에는 매우 다른 개념적 틀과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헬름 딜타이는 자연과학자는 자연 내의 규칙성과 균일성을 다루는 반면, 역사가는 자연 밖의 독특하고 되풀이될 수 없는 사건들을 다룬다고 하였다. 또한 로빈 콜링우드는 사건의 안쪽과 바깥쪽을 구별하여, 자연과학자는 현상을 알아내는 데 그치지만, 역사가의 주된 과업은 사건의 안쪽을 탐구하는 것, 곧 역사적 행위자의 사유를 알아채기 위해 "그 행위 속으로 들어가 사유하는 것" 혹은 "자기 자신의 정신 속에서 과거의 사유를 재연하는 것"임을 지적하여 실증주의의 비판을 내리눌렀다.

이것이 역사를 둘러싼 논쟁의 전부가 아니다. 역사의 행로와 목적, 역사에서의 인과관계와 객관성, 역사적 설명의 필요조건, 역사에서의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 역사학의 서구중심주의와 남성중심주의, 집단 정체성의 형성에서 역사의 역할 등과 같은 수많은 쟁점들을 두고 역사가들은 줄곧 대립해왔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쟁점들이 계속 더해질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역사가들이 항상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은 옳지만, 동일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이 반드시 지적으로 양립 불가능하거나 오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엇갈리는 견해들은 더욱 포괄적이고 보완적인 형태의 이해로 귀결될 것이고, 각 견해는 개별적인 관점에 의거하여 다른 견해를 풍요롭고 생기 있게 만들 것이다." 물론 이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역사학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낯설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철학자 월시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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