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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산과 바람과 도반의 그리움
성전 스님 저
북로드 200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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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꽃들은 세상이 무엇인지를 안다>
마음을 타고온 바람 소리/우문선답(愚問禪答)/우연히 만난 누더기 스님/달빛이 벌이 되던 시절/끊어질 듯 이어지는 전화/바람처럼 살고 싶은 날의 기도/꽃들에게 배우는 행복/큰 정과 작은 정/관심/관세음보살, 그리고 어머니/소풍길과 구도의 길/바위에 붙어 있던 동자승/질화로와 같은 사람/노스님의 즐거운 독설/이 지상의 마지막 돈/산을 그냥 놔두라/하얀 고무신과 누런 운동화

<하늘과 산이 맞닿은 그곳에 살고 싶어라>
걸망 하나 지고 산으로 가야지/하늘꽃/그리운 유년시절/오만 원의 행복/지울 수 없는 인연/혼자 산다는 것/달관과 자유/즐거운 편지/달빛 그림자를 밟으며/해인사 가는 길에서/봉투를 풀칠하는 노승의 모습/평생의 세간이 다 들어 있는 걸망/사랑 없는 세상을 사는 일/내 마음속의 벗들

<무심한 길을 나 혼자 가리라>
꽃잎은 지고 강물은 흐르네/아끼다秋田, 잊을 수 없는 순백의 순례/꿈을 찾아가는 연습/평온한 삶을 찾아서/언제나 새로운 시작/남루한 집에 대한 추억/아직도 신선이 사는 골짜기가 있다네/구름과 물에는 마음이 없다/초발심의 수행자가 보여 주는 모습/겨울바다 앞에서/오대산 산사 음악회/선물/포행길의 행복

<내 마음의 봄은 어디인가>
상원사의 바람 소리/내 마음속의 동화/너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달빛 같은 마음/산에 들어 산의 마음을 보네/가을산의 단풍/봄 햇살이 남기는 뒷모습/저무는 강가에서/어진 지혜의 길/40대 남자의 눈물/다음 생애에 나는

저자 소개

저자 성전스님
태안사에서 출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으며, 월간 《해인》편집장과 《선우도량》편집장을 맡아 글판과 인연을 시작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자연의 향기와 서정이 뛰어난 글을 발표하면서 청정한 부처의 삶을 전하고 있다. 짧지 않은 운수행각을 멈추고 현재는 서울 옥천암 주지로 자리하고 계신다. 저서로는 에세이집 『빈손』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00g | 155*205*20mm
ISBN13
9788995354414

책 속으로

귀성 길이 행복한 것은 어쩌면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동화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칠고 삭막하게 살던 날들을 접고 순하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들 일생을 통한 소중한 순례다. 만약 우리가 고향을 찾지 않게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들 마음속의 동화도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들의 마음은 아주 삭막한 불모지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다.
…중략…
설날 먹는 떡국 한 그릇에도, 고향에서 마주치는 눈빛 하나에도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이란 마음에 있고 마음은 ‘나’를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삶의 자리를 정리할수록 행복의 자리는 그만큼 커간다는 것을 늘 기억할 일이다.

--- pp. 233∼234

날이 저물 무렵, 우리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지폈다. 불길은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불길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그를 보며 사람이 산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그것은 모든 것을 감쌀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의미한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이 풍요롭지만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그의 조용한 미소와 단촐한 삶이 말해 주고 있었다.

--- p. 191

그날도 그는 유난히 큰 걸망을 메고 왔다. 나는 그의 걸망이 유난히 큰 이유를 알고 있다. 책은 본 자리에 남겨 두고 떠나고, 돈은 생기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떠나고, 옷가지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 지니질 않는 그였기에 그의 걸망 속에는 평생의 세간이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그가 자유로운 것도 걸망 하나의 무게로 이 세상을 살아 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 150

도반스님을 따라 주지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나는 또 한 번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주지스님의 방에 들어서자 때마침 스님은 빛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불도 켜지 않은 채 이미 썼던 봉투를 잘 뜯어 깨끗한 속이 바깥이 되도록 풀칠을 하고 계셨다. 초로의 승려가 단정히 앉아 봉투를 재활용하는 모습은 내게 큰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 pp. 145∼146

수행자는 항상 자신의 발밑을 잘 살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행로에 대한 점검이며 행위에 대한 마무리다. 발밑을 살핌으로써 오늘 하루도 자신이 진정 올바른 수행자의 길을 걸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수행자답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구도열이 치열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에 대한 점검이 없다면 그는 결코 올바른 수행자라 할 수 없다.

--- p. 95

스님이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산 지 어느덧 오 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 스님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찻길도 나 있지 않은 오지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스님이 그곳에서 살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은 내 허술한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오 년 내내 바깥출입도 삼간 채 암자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심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스님은 대답했다.
“산이 참 좋아. 계곡의 물소리도 들리고. 이만하면 다 갖추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

--- p. 36

출판사 리뷰

유혹이란 무엇인가
성전 스님이 던지는 화두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삶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그 유혹에 얼마나 충실한가.”
『유혹』은 출가사문이 되어 부처님의 슬하에 두 발을 묻고 살면서 어느 새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성전 스님이 쓴 산중 에세이다. 세간에 몸을 담고 사는 못난 우리네야 유혹이라면 볼 것도 없이 속되련만, 자비로운 마음과 열반의 즐거움으로 해탈의 경지를 향해 수행하는 스님에게 유혹이란 무엇인가.
유년시절, 동무들, 정겹던 동네, 애환서린 어머니의 눈빛, 마른기침으로 고생하는 아버지 그리고 도반스님들의 작은 정들, 단촐한 삶 등……. 세속의 인연을 끊은 수행자에게 이들은 욕망과 집착, 그리움의 대상이며 스님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대상이다. 성전 스님이 말하는 유혹은 삶의 희로애락이다. 불세계, 위로 보리菩提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 제도를 위해 엄격한 수행을 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그 유혹은 위험하다. 그러나 너무나 달콤하다.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 무욕의 유혹>

작은 나가 아닌 큰 나로, 임시의 몸이 아니라 ‘참나’로 온 세상에 널리 품는 마음, 구경究竟에 이르기까지 본무생사本無生死를 깨치는 길이 성전 스님에게 주어진 길일 터이다. 성전 스님은 몇 번이고 달콤한 유혹을 이기기 위해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조용하지만 단호한 몸짓으로 단촐한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절집에 몸담고 있는 그러한 자신을, 그 날들을 감동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 『유혹』에는 ‘걸망 하나 메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운수행각하는 수행자의 뒷모습’과 ‘세간을 벗어나 자연의 품 안에서 단촐한 생활을 꿈꾸는 모습’이 본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자주 묘사된다. 무욕의 삶에서 찾는 행복, 무욕의 아래서 비옥한 마음의 밭을 일구며 사는 일, 이것이 성전 스님이 지향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유혹』을 읽다 보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산중 에세이인 만큼 산과 바다, 꽃, 구름, 달빛, 적요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도반스님과 주고받은 정과 인생사를 감성 풍부한 글로 전하기 때문이다. 세간의 험난함에 방패가 되어 주는 아버지처럼, 세파에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처럼 평온하다. 그래서 성전 스님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이래저래 이 책을 읽는 동안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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