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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랑
한경혜
중앙북스(books)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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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오 분 만에
무수히 많은 너
결혼하게 되면
그에게 이별을 들키다
연애는 그런 거
빌어먹을 이혼!
불온하거나, 불안하거나
가슴을 식혀야 하는
괜찮아요?
미지근한 삶
그 여름의 사랑, 수상해
너무도 사소하여
벌어지는 게 타당한 일

저자 소개 1

작사가, 소설가.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인 <혼자만의 사랑>으로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후, 브라운 아이즈, 신승훈, 김건모, 김종서, 쿨, 임창정, 박효신 등 국내 최고의 가수와 작업했다. 1997년 <아름다운 구속>으로 SBS가요제 최고작사가상, 2001년 <벌써 일 년>으로 SBS가요제 최고작사가상과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을 수상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FNC아카데미에서 강의했다. 2004년 단편소설 《비행》으로 한국소설 신인상에 당선, 소설가로 등단한 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2006), 《엄마에겐 남
작사가, 소설가.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인 <혼자만의 사랑>으로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후, 브라운 아이즈, 신승훈, 김건모, 김종서, 쿨, 임창정, 박효신 등 국내 최고의 가수와 작업했다. 1997년 <아름다운 구속>으로 SBS가요제 최고작사가상, 2001년 <벌써 일 년>으로 SBS가요제 최고작사가상과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을 수상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FNC아카데미에서 강의했다.

2004년 단편소설 《비행》으로 한국소설 신인상에 당선, 소설가로 등단한 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2006),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2007), 《어쩌면 사랑》(2009), 《켈리키친》(2018), 《작사가가 되는 길》(2019)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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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82g | 148*210*20mm
ISBN13
9788961889681

책 속으로

-수명은 얼굴도 본 적 없는 그 여자를 향해 미움의 칼날을 세웠다. 뻔뻔하게 바람을 피우는 남편보다 아내가 있는 남자인 줄 알면서도 연애를 멈추지 않는 여자가 더 미웠다. 여자의 삶은 여자가 배려해 줄 때 안전하다는 것을 여자들은 자주 잊고 산다. 그런 무신경함이 자신의 삶에게 얼마나 무례를 범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여자가 수명과 철용 사이에 끼어들기 전까지 그들의 결혼은 평온했다. 서로에게 몰입했던 사랑은 결혼과 함께 생활이 되었고 그 생활은 내내 평탄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다름 아닌 철용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철용은 사랑의 맹세도, 결혼의 서약도 새로운 사랑 앞에서 새롭게 하고 싶어 했다. 수명에게 한 것은 무효라고 외쳐댔다. 의현하고 불쾌한 기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을 예감하며 수명은 날로 생각과 고민의 두께를 더해갔다.
수명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 뒤에 철용의 도장이 선명하게 찍힌 이혼 서류를 침대 밑에 보관했다. 이것도 결혼생활이 주는 하나의 추억이겠거니 여기면서 철용이 돌아오길 기다리기로 했다. 눈부시게 시작했던 신혼의 그 집에서.

-수명은 자신만의 집으로 이삿짐을 실어 나르면서 철용과 무수히 밤을 보냈던 침대를 그대로 쓰기로했다. 작은 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침대지만 아직 새 것인 침대를 버리는 게 내키지 않았다. 침대를 버리는 게 철용을 버리는 일, 혹은 결혼 생활의 전부를 버리는 일이 될 것도 같지도 않았다. 살림의 한 조각을 떼어내는 것으로 철용을 과감히 버려주겠노라고, 헛된 의미를 실어 굳이 침대를 버리는 의식을 치르고 싶지 않기도 했다.

-모든 사랑은 운명이다. 우연조차도 운명이라고 우기는 수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그 증거이다. 인연의 불가사의함에 끌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은 우주의 힘에 이끌려 사랑하고야 만다.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불가항력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 사랑이 운명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수명은 저도 모르게 태경을 훔쳐보았다. 가슴이 말을 걸어주는 어떤 신호를 기다렸지만 운명이라고 확신할 만한 어떤 단서도 느끼지 못했다. 그가 운명이 아니라는 단서는 더더욱 느끼지 못했다.
운명은 선의만을 갖고 오진 않는 것 같다. 태경이 운명이라면 그렇다. 수명은 늘 혼자 남아 있던 사무실에 누군가가 있는 게, 그 누군가가 태경이란 사실이 불편했다. 침장을 디자인하다 말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복도 끝의 휴게실로 갔다. 기다린 듯 태경이 따라 들어왔다.
“어!”
우연이라고 강조하는 태경의 놀라는 태도가 성글었다. 우연을 가장한 계획이라고 해도 그것조차 운명이 시키는 짓이 아닐까, 생각 끝에 실소를 머금었다.
수명은 커피를 뽑아 태경에게 건네고 한 잔을 더 눌렀다. 미니 커피 자판기의 기계음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그 굉음의 소리를 뚫고 태경의 나지막한 읊조림이 분명하기 들렸다.
“사랑이 배신의 동음이의어와 같다고 했죠?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생각해보니까 나 처음 연애할 때 이렇게 시작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난 누구하고도 시작하고 싶지 않거든요."
“난, 아내하고 말할 때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려고 해요. 그런데 수명 씨하고 말할 땐 수명 씨의 호감을 사기 위해 말을 해요.”
어떤 고백보다 마음에 와 닿았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봐 수명은 일부러 발에 힘을 주어 걸었다. 구두굽 소리가 심장 소리를 먹어주길 바라면서.
“누구하고도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어려워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아...니다. 부정을 강조한 긍정의 고백일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태경은 곧이곧대로 듣는 투였다.
“그래요. 난 누군가와의 만남을 시작하면 안 되는 사람이죠. 그 사실을 내가 안다는 게 싫지만…, 알아요. 때론 몰랐으면 하는 일들을 제일 먼저 알게 돼버리거든요. 지금이 그래요. 그러니까 미리부터 그렇게 달아날 자세 취하지 않아도 되요. 내가 아니까…….”
수명은 떫은 감을 입에 문 표정으로 커피를 입에 물고 있는 태경을 보았다. 이성의 통제를 모른 채 흔들리고 싶었다. 가슴이 아릿한 게 마치 종이에 벤 것 같았다. 칼에 벤 것보다 더 아픈 게 한갓 종이에 베는 것임을 우리는 명제처럼 알고 있지 않은가.

-아내가 있는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센 속도로 자신의 삶에 뛰어들고 있는 그 남자를 수명은 내치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만 그 남자를 향해 끓어오르고 싶은 가슴을 식히면서 다가온 만큼만 뒷걸음질을 쳤다. 아슬아슬한 거리감이 언제 좁혀질지, 혹은 멀어질지 수명은 짐작을 하고도 남았다. 그게 두려웠다.
이별을 담보로 한 사랑이란 게 얼마나 불온하고 또 치명적인지 익히 겪어 알았다. 아내든, 애인이든 둘 중의 한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 태경의 입장이라면 태경을 빼앗든, 돌려주든 하는 것이 수명의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고통은 고스란히 수명의 몫이 될 터였다. 그에겐 그 나름의 몫의 고통이 있을 테지만….

-이혼하면서 겪은 일이 피해자였다면 태경과 만나는 일은 가해자가 될 터였다. 여자의 삶은 여자가 지켜줄 때 안전하다는 것을 수명은 몇 번이고 곱씹었다. 자신이 겪은 상처를 도미노처럼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선 안 되는 거라고, 마음속에서 밀어낼수록 태경은 좀 더 따뜻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떤 상처도 사랑보다 크진 않을 거라고, 사랑 후에 오는 상처쯤이야 사랑하지 않고 돌아선 상처에 비하겠냐는 유혹이 마음 안에서 물결쳤다. 밀물과 썰물처럼 마음이 떠다닐 때 수명은 태경의 아내에게 미안했다.

-잠시 힘든 삶을 누군가의 어깨에 내려놓고 싶었을 뿐이다. 그 투정이 이렇게까지 멀리 올 줄 몰랐다. 처음에 태경은 자신의 삶에 깊이 뿌리를 내린 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었다. 수명 또한 아내 있는 남자에겐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살아가는 일에 있어 그저 좋은 동지 하나를 얻고자 했을 뿐이다.
그의 호의와 관심을 사랑으로 만든 건 어쩌면 그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그를 향해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는 들키지 말았어야 했다. 마음속에선 수십, 수백 번 그를 원했어도 겉으로는 절대 발설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은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지만 그것마저도 거부할 수 있어야 했다. 절대 해선 안되는 일이었고,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다.
혼자 힘으론 걸어 나갈 수 없는 늪이 지천이었다. 그의 마음의 숲은 깊었고, 숲의 곳곳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휘몰아치는 광풍일지도 몰랐다. 조짐이 안 좋으면 자세를 낮춰 숨을 필요가 있었다. 아우성치는 가슴을 이쯤에서 재워야 한다고, 반나절 만에 또다시 마음을 다독여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남편을 잃은 후 애인을 얻었다
그 애인에겐 아내가 있었다...


중앙북스에서는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김건모의 ‘사랑이 떠나가네’ 등 대한민국 국민의 노래방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주옥같은 가요의 작사가 한경혜의 소설 [어쩌면 사랑]을 발간한다. 이 책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막 이별을 맞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 말은 전적으로 틀렸다. 사랑은 영원하다. 인류 이래 사랑은 있어 왔고 인류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은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이 영원하지 않을 뿐이다. 한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지 않을 뿐, 사랑은 이내 다른 사람을 찾아낸다. 그리고는 맨 처음처럼 설레며 그 사람에게 빠져든다. 사랑에 정신을 못 차린다. 사랑하는 동안 서로는 서로에게 애인이 된다. 세상의 모든 애인들은 이별하거나 결혼을 한다. 연애의 목적은 연애를 하는 것에 있지만 삶이 제 자리에 머무르지 않듯이 연애의 감정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눈덩이도 구르면 커지는 법이거늘 삶이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연애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다음 단계인 결혼을 생각한다. 결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혹은 연애를 하다 보니 서로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질 때 선택하는 것이 이별일 뿐, 어떤 사랑도 이별을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별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사랑이 있다. 바로 불륜이다. 함께 살던 아내와 혹은 남편과 끝내지 않으면 연애의 대상자와 끝내야 하는 것, 그것이 불륜이다.

남편의 바람, 일명 불륜으로 인해 이혼을 당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바람난 남편보다 아내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 남편에게 덤벼든 상대방 여자가 더 미웠다. 누군가의 아내가 될 그 여자는 하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고, 남편에게 향할 몫의 원망까지 더해 그 여자를 힐난하곤 했다.
그러나 그 여자, 이혼 후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취직한 회사에서 만난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사랑하게 된다. 불륜에 빠진 순간 깨닫는다. 전남편의 불륜도 사랑이었음을. 그러나 내 사랑이 누군가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었음을 안 순간 돌아서야 함을 깨닫는다. 사랑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옳다고 믿으면서. 그러다 또 깨닫는다. 왜 그 사람은 내게 내놓지 않았을까? 그 여자, 자신의 사랑을 내놓고 떠나야 하는 것일까?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사랑은 살아가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이다. 밥을 먹는 일, 자는 일, 직업을 갖는 일, 친구를 사귀는 일 등등의 일 가운데 사랑하는 일이 있다. 사랑이 쉬우면 삶이 덩달아 쉬워지고 사랑이 힘들면 삶이 더불어 힘들어지는 경우를 익히 보아왔다. 삶이 지배하는 사랑이 아닌 사랑이 지배하는 삶인 것이다. 그만큼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그 강력한 사랑이 더 강렬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불륜에 빠지는 순간이다. 인류 이래 늘 있어왔던 불륜이고 사랑만큼이나 흔한 사랑이 불륜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불륜의 타이틀을 거머쥔 채 삶에, 사랑에 허우적대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사람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 입을 모아 한마디를 한다. 부도덕한 사랑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한여름 뙤약볕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청춘의 한 시기를 지난 사람들은 가정이라는 곳에 안착하며 아내를, 남편을 평생 사랑하면서 살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단단하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신 앞에서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나 그 맹세와 믿음은 쉽게 깨지고 사람들은 이내 다른 사랑에 빠져든다. 하나의... 사랑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고 사람들은 윤리적이지 않은 만남일 뿐 사랑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불륜이라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가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혼이라는 제도에 편입하면서 먼저 사랑을 맹세한 기득권자인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의 입장에서 만들어낸 단어일 뿐 상대방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는 아니다. 세상에는 아내이고 남편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누군가의 아내가, 남편이 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더 많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은 길을 가다 만난 소나기처럼 맞닥뜨리는 것이기에 불륜이라는 말 속에 사랑을 용해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륜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불륜은 사랑의 다양한 형태의 하나일 뿐 사랑인 것이 분명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그 말 속에 이미 답이 나와 있지 않은가. 다른 어느 사랑보다 간절하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그 사랑에 사람들은 오늘도 빠져들고 있다. 한여름 끝에 장마가 오고 장마가 지고 나면 더 뜨거운 뙤약볕의 여름이 기다리듯 불륜의 사랑은 장마처럼 온 몸쳀 눅진해지도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더 뜨겁게 살아내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사랑을 도저히 피해가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끝이 날 줄 알면서도 내 사랑만큼은 끝이 나지 않기를, 이별을 생산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가슴 절절하게 사랑에 묶이고 있다. 불륜은 정말 끝나야만 하는 것일까?
위의 질문이 이 작품의 시작점이다.

등장인물 소개

윤수명(31세. 여)
현모양처가 꿈이자 바람이었고, 직장 생활은 너무 고된 경쟁이었기에 결혼과 동시에 일을 놓았다. 전업주부가 되어 애부터 갖고 싶었지만 애는 남편 철용의 내연녀에게 먼저 생겼다.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철용은 이혼을 요구했다. 이미 끝난 사랑을 잡아둬야 관계만 더 나빠질 것이라고 믿었던 탓에 이혼에 쉽게 동의했다.
이혼 후 태경의 회사에 입사한다. 남들 다 퇴근하도록 혼자 남아 오늘 할 일을 마저 끝내고 퇴근해야 할 만큼 일의 속도가 더딘 수명을 처음엔 답답해하고 야단을 치기도 하던 태경이 같이 퇴근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정이 쌓인다. 아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너무 끔찍해서 돌아서려 하지만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도 남편을 뺏겼는데 못 뺏어올 게 뭐냐고 말도 안 되는 말로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하려고도 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돌려세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매일 그를 만나고 있고 그를 잡고 있는 자신을 본다. 조석지변으로 변하는 마음을 자신도 감당하지 못한 채 어느새 사랑은 더 깊어진다.

엄태경 (31세. 남)
지연의 남편. 3살배기 딸 하나를 둔 가정적인 가장이자 가구 디자인 회사의 디자인 팀장. 모두에게 친절하고 따뜻하다. 모든 직원들이 그의 기분에 따라 울고 웃을 만큼 따르고 좋아한다. 아내인 지연과는 친구처럼, 남매처럼 살고 있다. 가족이 모든 결정의 최우선 순위일 만큼 가족 중심주의이다. 지연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며 산다.
매일 혼자 업무 시간 중에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해서 야근을 일삼는 수명을 위해 어느 날인가부터 함께 남아주고 퇴근을 도와준다. 수명을 보기 위해 출근하는 출근길이 즐거워지고 수명과 토닥거리는 시간이 재미있어서 모두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수명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곤 당황한다. 사랑에 빠진 동안, 지연이 힘들어하는 동안 아이가 소외된 채 아프다. 자신을 비롯한 모두가 아프고 있는 것을 본 순간 태경, 떠나야 한다고 결심한다. 더 이상 감정이나 의무감에 끌려 다니지 않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고민하는 동안 사랑이 더 커졌을 뿐이다.

차지연(29세. 여)
태경의 아내.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팀에 근무 중이다. 깔끔하고 정갈하고 결벽증이 있다. 태경은 잠들기 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곤 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수명이라는 이름만 떠올려도 웃는 태경이 보기 좋다. 그렇게 칠칠맞게 흘리고 다니는 여자를 태경이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채 지연도 수명의 이야기를 듣는 걸 즐기게 된다. 그러던 태경이 어느 날인가부터 수명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자의 직감은 확실한 물증보다 더 정확한 거라서 불안하다. 태경의 회사로 찾아간 지연, 수명의 실물을 본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스타킹의 올은 나가있고, 일도 더딘 수명을 보고 태경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며 마음을 놓는다.
태경의 귀가가 늦어지고 도무지 돌아올 기색이 보이지 않자 지연,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다가 어처구니없다가 이러다 남편 뺏기겠다 싶은 조바심에까지 이른다. 그제야 너무 멀리 떠나있는 태경의 마음을 본다. 아이를 무기로 내세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비참하다.

김은회 (31세. 여)
수명의 삼총사 중 한 명. 은행 과장. 골드 미스. 바른 말 잘하고, 모든 일에 정확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언제나 수명의 편이고 수명이 바보처럼 이혼해 준 것에 대해 분개한다. 수명의 남편을 천하에 죽일 놈이라고 거침없이 말해줌으로써 수명의 속을 풀어준다. 그리고는 수명이 결혼한 동안 외로웠다고, 싱글로 돌아온 것이 좋다고도 한다. 수명이 불륜을 저지르자 당장 그만두라고, 미친 짓 하지 말라고 말린다. 비겁하고 치졸하다고, 그 사랑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다고 악담도 서슴지 않는다. 어느 한 가정 깨고 사랑을 갖는다고 그 사랑이 오래 갈 것 같으냐고도 한다. 사랑이란 게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픈 첫사랑을 여태 추억하면서 혼자 살고 있다. 그 첫사랑이 수명의 회사 사장인 것을 알고는 일부러 수명의 회사에 찾아간다. 첫사랑과 재회한 뒤 자신도 불륜을 저지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첫사랑의 멀어진 태도를 보면서 추억을 풀어준다. 농담처럼 자신 좀 먹여 ?리라고 외치는 노진과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수명과 노진과 셋이 친구처럼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명을 혼자 살게 두는 게 무엇보다 안타깝다.

곽노진 (31세. 남)
수명의 삼총사 중 한 명. 만화방 주인. 만화방은 삼총사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별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편이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흘러가는 게 속 편한 거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3학년부터 고시 준비생이다. 카운터에 앉아 가게를 보면서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가 아이들과 잘 노는 자신을 알아본 수명과 은회의 말에 사법 고시 준비를 교원 임용 고시로 바꿔서 공부한다.
수명이 이혼했을 때 “잘했어.” 한 마디뿐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수명이 불륜을 저지르자 역시 “사랑하니?” 한 마디뿐 아무 말도 더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게 귀찮고 세상을 이해하는 게 귀찮다. 그래서 수명의 사랑을 나서서 말리는 은회가 이해되지 않는다. 모두가 수명을 반대하고 힐난하자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수명에게 너도 뺏어 오라고 수명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한다. 왜 너만 뺏기냐고, 너도 뺏을 권리 있다는 것이 노진의 논리다.

신준표 (39세. 남)
태경의 선배이자 가구회사 사장. 함께 가구 회사에 근무하면서 입사 선, 후배로 친하게 지내다가 의기투합, 태경의 디자인이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하여 동업으로 창업했다. 그 생각은 맞아 떨어져서 창업 2년 만에 입소문이 제대로 났다. 태경을 가족 다음으로 아낀다. 영업 이사를 겸한 사장이라 사무실에 붙어있을 새가 거의 없다. 태경의 아내인 지연을 아끼고 좋아한다. 정갈해서 좋다고 한다.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직원들이 어떤 짓을 해도 별 상관하지 않는다.

박철용 (35세. 남)
수명의 이혼한 남편. 은회의 직장 선배.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다. 결혼 후 일을 그만 둔 수명에게 불만이 많았다. 결국 고등학교 교사와 바람이 나고 그녀에게 아이가 생기자 수명과 이혼하지만 후에 이혼을 후회한다.

가구회사 사람들
최성환 (35세. 남) 가구 회사 영업이사 겸 매장 점장. 태경의 선배.
서하진 (36세. 여) 주방가구와 홈 오피스 가구 전문 디자이너. 워커홀릭.
최문도 (30세. 남) 하진의 애인이자 하진의 부하 직원. 패브릭 디자이너. 바람둥이.
진차희 (24세. 여) 수명과 입사 동기. 아동 가구 디자이너. 문도의 숨겨진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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