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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에 앞서
프롤로그 1부 휩쓸고 지나가다 _ 1. 휩쓸고 지나가다 / 2. 우기 / 3. 행동이 곧 역사다 / 4. 그냥 싫다고 말해 / 5. 꼬마 부처 / 6. 위험한 일 / 7. 만물의 척도 2부 라사 병동 8. 생애 첫 진료비 / 9. 콘테 박사 / 10. 라사 병동 / 11. 기술적 문제 / 12. 신의 뜻 / 13. 금요일 의식 / 14. 이국의 장례식 3부 나 홀로 15. 뜻밖의 배달 / 16. 나무는 풀보다 크다 / 17. 나 홀로 / 18. 24시간 / 19. 겨우 의사 노릇을 하다 / 20. 곤경 / 21. 최선의 치료 / 22. 방문객 / 23. 물방울 하나 4부 마침내 의사가 되다 24. 약 그 이상의 것 / 25. 빌린 돈 / 26. 자신부터 치유하라 / 27. 작은 희망 / 28. 작은 기적 / 29. 커져가는 어둠 / 30. 마지막 하루 / 31. 마침내 의사가 되다 5부 마지막 의식 32. 고통의 씨앗 / 33. 젖은 발걸음 / 34. 아프리카의 일부 / 35. 집으로 / 36. 익숙한 얼굴 / 37. 꿈 같은 의료시설 / 38. 마지막 의식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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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아침에 사망한 소년을 덮고 있던 흰색 시트 아래로 서서히 번지던 피가 자꾸 떠올랐다. 숙소에 돌아온 나는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샤워를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냉기 서린 물이 쏟아져 내리는 동안, 나는 케네마로 온 것이 용감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정신 나간 선택이었는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수 있었다.
-106쪽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그마한 아이를 꼭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죄 없는 아이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내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너무 어린 아이의 죽음에는 특별히 더 비극적인 뭔가가 있다. 18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아이들이 사망하는 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했다. 엄마의 팔을 베고 누워 있는 시아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고통받는 시아의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비극은 세상이 공평하다는 우리의 신념을 뒤흔든다. 성인이 병에 걸린 것을 보면, 사람들은 그런 불행에 이르게 된 어떤 연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찾자면 업이 그 연유일 것인데, 그렇다면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은 아이들에게는 왜 그런 불행이 찾아드는 것인가? 태어난 것이 죄라면, 그 외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어쩐지 시아를 살리는 일이 빈타의 죽음에 대한 내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그리고 미덥지 않은 의술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일을 맡게 된 나는 또 같은 실수를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194쪽 "무례한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처음 뵈었을 때는 의사이신 줄 몰랐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의 쓰면서도 달콤한 말에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 지난 몇 달간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내공이 쌓인 미소였다. 그 몇 달은 내게 죽음을 알게 하고 삶의 충만함을 알게 한 시간들이었다. 나는 잠시 시선을 멀리 던졌다. 정글로 뒤덮인 산의 윤곽을 빛으로 물들이며 태양이 지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괜찮습니다." 마침내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때는 저도 제가 의사인 줄 몰랐습니다." -318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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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라사열의 근거지 시에라리온
그 안에서 꿈과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한 청년 의사의 도전과 기쁨, 희망! 1969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라사에서 괴질병 발생 치사율 90%, 백신이 없는 미해결 바이러스의 발견 1969년 시에라리온 라사에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고열과 심한 출혈로 앓기 시작했다. 같은 지역 선교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세 명의 미국인 수녀도 같은 증상을 보였고, 결국 그중 두 명은 생을 달리했으며 살아남은 한 명은 미국으로 후송되어 격리되었다. 이들이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한 미국에서는 곧 실험과 조사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서 혈액 샘플을 관리하던 두 명의 실험요원이 감염되어 그중 한 명이 또 사망하게 된다. WHO 등과 협조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 항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서아프리카 여러 지역에 괴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1976년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 시에라리온 남부 라사 지역이 바이러스의 주 발생지임을 확인한다. 이후 이 질병은 발생지의 이름을 따라 라사 바이러스로 불리게 되었다. 감기 증상에서 독감 증상으로, 이후 몸 전체에서 체액이 흘러나와 호흡기 장애나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라사 바이러스는 설치류의 일종인 다유방쥐의 분비물을 통해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염성과 90%를 육박하는 치사율로 인해 국제 사회의 관심과 원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고립무원의 시에라리온. 천혜의 자원과 환경에도 전 세계 최빈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나라에서 이 미해결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버둥 치는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91년 시에라리온 내전 발발, 그리고 2003년 시에라리온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 젊은 의학도 버려진 동포를 위해,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엄청난 위험 속에 뛰어든 두 남자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나 자라나 나이지리아에서 의학 공부를 마친 애니루 콘테 박사. 1979년 고국으로 돌아와 라사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 팀과 함께 일하게 된다. 1991년 내전이 발발하면서 미국 질병통제센터 팀은 추방되고 병원도 파괴되자, 콘테 박사는 시골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시작한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고국의 동포들을 위해 그곳에 남아 일한다. 어느 날 콘테 박사는 라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발견하게 되고, 모든 전문의가 추방되고 사라진 그 속에서 이 치명적인 열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환자들이 박사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후 기부금과 차입 자금으로 케네마라는 지역에 라사 병동이 세워진다. 여러 번의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포화와 피해 속에서도 라사 병동은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라사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오히려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콘테 박사는 라사 바이러스의 치료와 연구에 몰두하며 분야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의학 공부에 열중하던 로스 도널드슨은 라사 바이러스에 매료된다. 치명적 전염병이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떠나, 라사 바이러스가 명예나 돈에 휘둘리던 자신에게 무언가 다르면서도 반드시 필요한 어떤 것, 아픈 이들을 돌보겠다는 의사로서의 이상을 실현해줄 수 있는 것으로 다가온 것이다. 바보 같은 선택이라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만류에도 그는 이 위험한 여정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최고의 선택이자 기회가 된다. 의사와 환자, 스승과 제자, 현지인과 외지인…… 모든 것이 충돌하다 라사 병동,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 지은이 로스 도널드슨은 바이러스 연구와 실제 진료를 앞둔 의사의 입장에서, 또 타국에 첫발을 내디딘 외국인의 입장에서 라사 병동에서의 일들을 담담하면서도 생생한 목소리로 전한다. 일기 형식으로 차분하게 써내려간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은 피부로 느낀 현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헬기에서 내리면서부터 타국의 생경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맥주 한잔 하자는 인솔자의 말에도 긴장하고, 피부색이 하얀 자신에게 별다른 적개심을 느끼지 않는 지역 사람들을 되레 신기하게 여긴다. 오랜 내전으로 무기에 대한 정보는 빠삭하면서도 컴퓨터를 켜고 끌 줄도 모르는 콘테 박사와 병동 식구들이나 기본적인 검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시설과 환자를 수입으로 여기는 의료진의 태도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나 산모, 영아를 보며 애틋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다.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는 장례식이 아니라 식장 주변을 뛰어다니며 울음을 터트리는 장례 풍경에 놀라면서도 감정에 솔직한 그들쳀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병원에는 없는 약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 내전으로 피폐해진 그들의 생활 여건을 이해하려 들기도 한다. 라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온몸이 퉁퉁 부은 채 병원에 당도한 두 살배기 꼬마 시아, 모히칸처럼 머리 양쪽을 밀고 수액 주삿바늘을 꽂은 채 라사열 치료를 받는 앰버, 라사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진 후 병동에서 라사 바이러스 예방에 힘쓰고 있는 봉사팀원 오세이 등 책에는 수많은 환자와 의료진들이 등장하며 실제 병동에 들어가 있는 듯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선진 첨단 시설을 갖춘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갖추어진 것이 없어 어느 병에 걸린 것인지도 오로지 의사의 판단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라사 병동의 상황과 복통이면 무조건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항생제가 바이러스 감염에 쓰는지 박테리아 감염에 쓰는지도 모르는 간호사들을 보며, 지은이는 다방면의 지원과 교육의 기회를 주어 오래도록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하게 된다. WHO팀과 지역 마을을 방문해 라사 바이러스 표본 작업을 돕기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 예방 홍보에 힘쓰면서도, 약간의 목 통증과 미열에도 자신이 라사열에 걸려 죽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콘테 박사와 라사열 사례의 기초 치료를 익혀가던 로스는 타지역으로 세미나를 떠나는 콘테 박사를 대신해 라사 병동을 맡게 된다. 그 엄청난 책임감에 짓눌려 자신의 결정에 목숨을 건 환자들에게 해를 주지는 않을지, 누군가 자신의 어설픈 진료 행위를 탓하지는 않을지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지은이는 환자들과 의료진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땅에 묻힌 수많은 광물과 다이아몬드로 인해 벌어진 내전, 내전 종식을 위한 유엔의 개입 요청에도 나설 듯 나서지는 않은 미국에 대한 복잡한 생각, 귀국 후 갑작스레 발병해 입원하고 반년 간의 투병 끝에 일어나 일을 시작하자 전해온 콘테 박사의 사망 소식까지,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쉽고 가볍게 한데 엮은 독특한 병동 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