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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해서는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휘몰아치는 강풍 속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숨이 탁 막히고 뒤로 나동그라질 뻔했다. 그것은 내 분노와도 같았다. 나에게서부터 세상으로 뻗어나간 분노가 그에 대항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듯했다. 예상하지 못했을 때 사이코 믹과 맞부딪치는 것과도 같았다.
◇ ◇ ◇ “그래, 네가 알았을 리 없지.” “뭘?” “도끼 말이야. 뭉툭해진 거. 네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 더블린에서 도끼를 본 적도 별로 없었을 텐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녀석이 입 닥쳐주기를 바랐다. “내가 아버지한테 전동 사슬톱을 빌려볼게.” 전동 사슬톱은 살인 무기다, 이게 내 생각이었다. “그걸로 뭐 하게?” “그 오래된 나무들을 버터처럼 자를 수 있거든. 일이 훨씬 빨라져.” ◇ ◇ ◇ “쪼그만 송아지로 뭐를 할 수 있겠어?” “녀석들이 언제까지나 조그만 건 아니잖아. 나중에는 커다란 암소가 될 거야.” ◇ ◇ ◇ “그 여자가 전에 여기 살았대. 형이랑 엄마가 떠나줬으면 좋겠나 봐.” 누워 있던 내 몸이 뻣뻣해졌다. “남편도 없고 아기도 없대. 아무도 안 남았대. 자기 혼자뿐이래. 너무 슬프지 않아?” 나는 여전히 대답할 수 없었다. 숨쉴 수도 없었다. 녀석이 말했다. “내가 그 여자랑 결혼해줄까? 나도 작으니까 괜찮잖아.” “안 돼, 데니스.”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괜찮을 것이다. ◇ ◇ ◇ 열네 살.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 열네 살이었다. 그건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가 지금보다 어렸고 나에게 열네 살은 열여덟 살이나 스물한 살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지금 열네 살이었다. ◇ ◇ ◇ 콜리가 웃었다. 짜증나서 전화를 막 끊어버리려는데 그가 말했다. “어쨌든 네가 떠나게 된 건 좀 안타까워.” “왜?” “아버지가 낡은 고물차 한 대 사서 너한테 수리를 맡겨보신 댔거든. 매티 형도 도와주겠다고 했어.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네가 재미있어할 만한 일을 안겨주면 아마 도움이 될 거라고.” “재미있는 거 얼마든지 있어.”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내 갈비뼈 안쪽 어딘가가 쿡쿡 쑤시는 느낌이었고, 그게 주먹처럼 내 목구멍으로 밀고 올라와 다시 내려가지 않았다. ◇ ◇ ◇ 나는 여러 곳에서 불면의 밤들을 보냈다. 별관, 병동, 기숙사. 밤이 되면 마음이 불안한 이들이 소란을 피운다. 나 자신이 거길 부수고 나가려고 소란을 피운 적도 있었다. 다른 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 싸우면서.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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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순간에도 꿈은 제 주인을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원치 않는 것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원하는 꿈을 쫓아가면 된다. 『밤을 쫓는 아이』는 가디언상과 휘트브레드상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은 작가이자 영국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작가로 꼽히는 케이트 톰프슨이 섬세하고 따듯하게 그려낸 한 소년의 지독한 성장 스토리다. 마그마가 분출하듯 통제 안 되는 10대 주인공이 미스터리한 한 시기를 통과하며 자신의 꿈을 발견해가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능수능란한 솜씨로, 독자가 책을 펼쳐드는 순간 단번에 심박수를 주인공에게 맞춰버리게 한다. 온통 뒤엉켜 엉망인 현실과 암흑 구덩이 같기만 한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고 상처받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 내면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독자들은 현실과 환상,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을 넘나들며 정교하게 엮인 이야기를 쫓다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으로 또 다른 곳에 서 있는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인생은 수수께끼처럼 우리 앞에 펼쳐져 있지만 그 답을 풀 수 있는 힌트도 곳곳에 남겨둔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며 반짝이는 신호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힌트를 얻고 내가 풀어가는 만큼 인생은 완성된다는 것을 케이트 톰프슨은 탁월한 솜씨로 보여준다. 『밤을 쫓는 아이』는 꿈을 찾아 부유하는, 성장의 경계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선사한다. “도둑질도, 훔친 차로 벌이는 경주도, 나를 주시하는 경찰도 무섭지 않아. 내게 두려운 건 내 앞에 펼쳐질 미래야! ” 문제아 바비는 엄마에게 이끌려 더블린을 떠나 클레어의 시골마을로 이사를 간다. 이사 첫날 주인집 할머니는 전에 세 살았던 사람이 실종됐다는 이야기와 잠들기 전 요정이 먹을 우유를 문 밖에 내놓아야 한다는 당부를 한다. 게다가 갈 때는 끌고 왔던 늙은 개까지 두고 간다. 엄마와 남동생은 새로운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는 기념으로 그 개를 키우겠다며 부산을 떤다. 하지만 바비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밤이 깊어지면 집 앞에 세워진 차를 훔쳐 더블린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러나 웬걸, 도시에서는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폭우와 ‘작은 여자’와 놀기 위해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동생 때문에 바비의 계획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바비는 절대 멈출 생각이 없다. 더블린으로 돌아가 다시 패거리와 어울려 어둔 밤을 헤맬 것이다. 미친 듯이 밤을 쫓다 보면 자신 앞에 펼쳐질 암흑 구덩이 같은 미래를 머릿속에서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대판 붙은 날 밤, 바비는 이번에야말로 실수 없이 차를 훔쳐 더블린으로 달린다. 무사히 더블린에 도착했지만, 딱 거기까지만 괜찮았다. 바비는 사이코 녀석 믹에게 운전대를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 약에 취한 믹은 교통사고로 차를 박살낸 것으로도 부족해 주먹질로 상대 운전자의 폐에 구멍을 낸다. 경찰, 이어서 청소년상담가와의 면담을 ‘성공적으로’ 해낸 바비는 다행히 소년원 행은 면했지만 다시 클레어로 끌려온다. 그리고 자동차 값을 변상하기 위해 옴짝 없이 클레어 촌구석에 붙잡히게 된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달아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비는 ‘주인집 할아버지와 손주 콜리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클레어에 발목을 내어준다. 한 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요정이 사는 동굴과 동굴 사이에 있는 셋집, 실종된 전 거주자가 남긴 물건들, 밤마다 동생과 ‘티파티를 벌이기 위해’ 찾아오는 존재가 바비의 삶에 뒤얽힌다. 그리고 미스터리들이 일목요연해지는 사이 바비의 삶과 미래도 점차 요연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달려 읽고도 다시 펼쳐들게 만드는 이야기 먹먹해진 가슴 밑에서 올라오는 영롱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케이트 톰프슨은 훌륭한 카펫을 짜듯 주인공 바비가 벌이는 사건과 놓이는 사건, 바비의 마음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까지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정교하게 엮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동을 선사한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쳐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으면서도 주제의식을 잃지 않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져주기 때문이다. 2008년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작으로 올랐을 때 카네기 메달 심사단은 “깊은 곳까지 울리는 감동, 믿을 수 있는 책. 타고난 이야기꾼 톰슨은 바비를 통해 우리 내면에 있는 다른 누군가를 보게 한다. 제멋대로인 문제아 바비에게 우리는 마음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평했다. 〈더 타임즈 리뷰〉는 “독자를 단번에 흡입해버린다. 마법에 걸린 듯한 책이다. 미스터리한 전개와 곳곳에 넘치는 유머, 갑자기 터지는 반전으로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스포일링 때문에 더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가디언〉은 “어른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지금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경계선에 서 있는 10대. 그들의 영원한 주제를 흡인력 있게 풀어냈다. 깜깜하지만 그 뒤편에 반짝반짝 거리는 무언가를 계속 따라가게 만드는 보기 드문 귀한 책이다.”라고 평했다. 『밤을 쫓는 아이』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케이트 톰프슨이 왜 영국을 넘어 유럽의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신뢰받는 작가 중 한 명인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