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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
양장
김현철 역
중앙북스(books)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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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세상 종말 전쟁』,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십계와 21세기』, 『비단』, 『피의 콘클라베』, 『아미』,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 『히피처럼 여행하는 법』, 『의지와 운명』 등이 있다.

김현철의 다른 상품

저자 : 린다 올손 Linda Olsson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으며 일본과 케냐, 싱가포르와 영국에서 생활했다. 뉴질랜드에서 『LET ME SING YOU GENTLE SONGS』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된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는 스웨덴 최다판매 도서상(BMF-Plaketten)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커먼웰스 작가상(Commonwealth Writer’s Prize) 최종후보작으로 오르는 등 언론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28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78g | 128*188*30mm
ISBN13
9788961880381

책 속으로

과거는 단단히 재갈을 물려놓았고, 미래는 없었다. 현재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 공간 속에 육체적으로 존재하고 있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렸다. 기억은 깊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힘든 일로 진을 빼야 했다. 그러나 종종 실패할 때도 있었다. 강렬한 감정들이 새롭게 밀려들 때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곤 했다. --- p.21

"이곳에선 비밀이란 있을 수 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요.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밀을 지키려면 무척 조심해야 해요. 그 대신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해요.”
늙은 여자가 눈을 떴다. 햇살에 눈을 찌푸렸다.
“외로움. 그 대가는 바로 외로움이죠.” --- p.45

"비밀도, 기억도 이와 비슷해요. 그 모든 것이 지워졌다고, 사라졌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 수는 있어요.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p.99

"지금 내 삶은 단편적인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어떤 순간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 그 외의 것은 구별할 수 없게 만들어버려요.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그 짧은 순간들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일정한 패턴이 없어요. 그래서 제대로 짜 맞출 수가 없어요. 그 각각의 순간들이, 아니 그 순간들 모두가 지금 내 삶이라고 할 수 있어요.” --- p.113

"당신에게 줄 게 있어, 베로니카.”
그이가 작은 꾸러미 하나를 식탁에 올려놓더군요.
“내가 떠난 뒤에 풀어봐. 이걸 자주 사용해주면 고맙겠어.”
나는 손바닥으로 꾸러미를 감쌌어요.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죠.
“나는 당신에게 줄 게 없어요, 제임스.”
“그냥 웃어주기만 하면 돼.”
웃다니, 그건 가장 주기 힘든 선물이었어요. --- p.125

"베로니카, 꿈속에서 누굴 만나고 싶나요?”
아스트리드가 강물을 바라보며 물었다.
“꽃다발을 당신 베개 밑에 넣고 꿈을 꾸겠죠. 누굴 만나고 싶어요?”
베로니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리를 끌어당겨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그 위에 턱을 올려놓았다.
“난, 꿈에서 달아나기 위해 이곳에 온 거예요.”--- p.194

"누군가가 그러던데요, 장례식을 치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장례식이 슬픔과 상실을 상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내 경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지만요."
베로니카는 일어나 앉아 늙은 여자와 나란히 다리를 뻗었다. 늙은 여자의 눈은 공허했다. 그녀의 시선은 호수 너머 푸른 언덕에 붙박여 있었다.
“나는 편해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거든요” --- p.246

“외로움, 자포자기. 하지만 지금까지 줄곧 외로웠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변하기 시작하죠. 아주 작은 친절함에도, 아주 작은 위로에도 신경을 쓰게 된답니다. 친절을 베풀고 위로를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그런 식으로 지내다 보면 두려워할 게 전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은 더욱더 커지는 거죠.”
그녀는 술잔을 들어 올려 남아 있는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나는 그런 이치를 깨닫는 데 평생이 걸렸어요. 당신은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지 않았으면 해요, 베로니카.”

--- p.280

출판사 리뷰

여자들의 우정은…… 비밀에서 시작된다!

약혼자를 잃은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고,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스웨덴의 적막한 시골로 내려온 서른 살 베로니카.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성적 학대, 권위적인 남편과의 애정 없는 결혼생활, 제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던 어린 딸…… 충격적인 인생을 살아온 외로운 노파 아스트리드.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갖고 있는 두 여인이 ‘상실의 공감대’안에서 나누는 운명적인 우정을 그린 린다 올손의 첫 장편소설로, 스웨덴에서 ‘최다판매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삶의 끝에서 만난 위로의 시간
3월 몹시 추운 어느 날 밤, 베로니카는 뉴질랜드를 떠나 스톡홀름 북부의 작은 집에 도착한다. 얼마 전 약혼자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빠진 베로니카는 조용히 머물며 마음을 치유할 공간을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집이지만 하루하루 지내면서 그녀는 그곳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일찍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소설을 쓰고, 쌀쌀하고 황량한 어스름 속을 거니는 아침 산책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가고 봄과 함께 삶을 뒤바꿔놓을 만남이 시작된다.
이웃집에 사는 칠십대 노파 아스트리드는 마을에서 ‘마녀’로 불린다.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는 낡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아스트리드는 베로니카가 도착한 그날 밤부터 부엌 창문을 통해 그녀를 조용히 지켜본다. 창문가에서 베로니카가 아침 산책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곤 하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베로니카가 보이지 않자 전에 없던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그녀는 베로니카의 집으로 건너가고 열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베로니카를 발견한다. 아스트리드는 베로니카를 위해 팬케이크를 굽고 차를 끓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워한다. 그리고 그날부터 두 여인의 삶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 뒤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는 함께 아침 산책을 하며 주변 풍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차츰 각자의 가슴에 품고 있던 아픈 인생의 비밀을 나누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동안 홀로 고립되어 있던 아스트리드는 항상 원했지만 결코 가질 수 없었던 마음의 친구를 마침내 얻은 듯했다.
아스트리드의 과거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어머니는 여섯 살 때 자살했고, 열세 살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첫사랑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해야 했고, 아이 침대 옆에 서 있던 남편을 목격한 날 갓난쟁이 딸을 스스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베로니카는 자신을 이곳으로 떠나오게 한 사건, 약혼자의 죽음에 대해 아스트리드에게 이야기한다. 서로의 깊은 상처를 감지하고 마음을 열게 된 두 사람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잊으려고 했던 기억들도 소중한 기억임을 깨닫게 된다.

섬세한 언어로 조각해낸 ‘상실’과 ‘치유’의 과정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고통을 겪으면서 ‘혼자서 견뎌내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는 그러한 두 여인을 통해 상처 입은 사람들만의 시간을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미처 다 그려지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한 여인과 생의 끝을 기다리는 또 다른 여인이 만나 인생의 어두운 한 장을 닫고, 가녀린 빛이 새어나오는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서로의 손을 잡고 일으킨다. 아스트리드는 베로니카와의 우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보게 되고 남은 생에서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녀는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깊은 상처도 다른 이와의 유대를 바탕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스트리드는 만물에서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찾는 법을 배우게 되고, 무엇보다도 기억은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평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스트리드를 통해 베로니카는 자신이 소설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녀가 계획했던 대로 그것은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죽은 약혼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슬픔을 떠나보낼 수 있게 만들어준 위대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쓸쓸하고 황량한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자의 나이를 넘어선 우정은, 여성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위대한 사랑과 생명력을 깨우는 힘을 상징한다. 제자리에서 천천히 시들어가는 식물처럼 생기를 잃어가던 아스트리드와 베로니카가 만나,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양분을 상대에게 나누어주고 함늲 새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상처에 대해, 시간에 대해, 여성적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한다. 상처가 끝끝내 상처로 남지는 않는다는 사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치유될 수 있다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위대한 진리를 저자만의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리뷰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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