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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토이숍
옮긴이의 말 |
Angela C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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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뒤흔드는 마법 같은 상상력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영국 작가 앤젤러 카터의 출세작 『매직 토이숍』(원제 The Magic Toyshop)이 출간되었다. 자신의 여성성을 깨달아가는 한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강렬하고 환상적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고딕소설, 판타지, 동화 등의 요소가 뒤섞인 독특한 마력으로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의 중요 텍스트로 널리 읽히는 현대의 고전이다. 열다섯살 소녀 멜러니는 어느 여름밤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훔쳐입고 밤의 정원으로 모험을 나선다. 하지만 실수로 문을 잠그는 바람에 사과나무를 타고 올라 자기 방으로 돌아가다 웨딩드레스를 갈가리 찢어놓고 만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중이던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전보가 도착하고,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산산조각난다. 멜러니와 두 동생 조너선과 빅토리아는 이제 안락한 옛집을 떠나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외삼촌네 집으로 보내진다. 런던 남부에서 장난감 가게를 하는 외삼촌네 집은 음산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다. 자신이 만드는 장난감과 꼭두각시밖에 안중에 없는 외삼촌 필립은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부장적이고 포악한 인물이며, 깡마른 몸에 늘 검은색 옷을 입는 그의 아내 마거릿은 다정다감하지만 결혼식 날부터 벙어리가 되어버린 여인이다. 마거릿의 두 동생 중 형인 프랜씨는 늘 과묵하고, 동생 핀은 너무나 지저분하고 천해 보이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풍기며 멜러니에게 치근거린다. 필립 외삼촌을 제외한 세 가족은 외삼촌이 없을 때면 춤과 음악으로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멜러니도 이들과 함께 음흉하고 잔학한 외삼촌의 압제 아래 숨을 죽이고 지낸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필립 외삼촌은 자신만을 위한 꼭두각시극의 무대에 멜러니를 백조에게 강간당하는 레다 역으로 세우고, 멜러니는 무대에서 마치 실제처럼 꼭두각시 백조에게 위협당한다. 보다못한 핀이 필립 외삼촌이 집을 비운 사이 꼭두각시 백조를 산산조각내고, 멜러니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도 핀과 미래를 함께하리라 체념하듯 예감한다. 잠시나마 필립 외삼촌의 폭압에서 벗어난 가족들은 짧은 기쁨의 축제를 즐기지만, 프랜씨와 누나 마거릿의 은밀한 관계가 드러난 순간 갑자기 필립이 돌아오면서 장난감 가게는 끔찍한 파국을 맞이한다. 『매직 토이숍』은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일컫는 앤젤러 카터 작품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초기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탄탄한 현실에 기초한 인물과 사건을 그리면서도 동화나 신화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도입해 현실에 환상적인 색채를 더하는 독특한 소설쓰기의 방법은 앤젤러 카터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다. 날카롭고 힘있는 문체로 구축된 환상적인 분위기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어느덧 현실을 압도하는 대목들은 절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시종 ‘푸른 수염의 성’을 연상시키는 장난감 가게는 정말로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고, 멜러니가 부엌 찬장에서 잘린 손의 환각을 보는 장면에서는 잘린 손마디에서 정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하며, 멜러니가 꼭두각시 백조에게 위협당하는 장면에서는 독자들도 그녀와 똑같이 오싹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앤젤러 카터가 보여주는 현실과 환상의 교직은 여러 장르의 관습과 장치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음산하고 폐쇄적인 무대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포악한 인물에게 학대당하는 주인공 등은 전형적인 고딕소설의 성격을 잘 보여주며, 사춘기 소녀가 남성적 지배질서의 억압 속에서 자기 안의 여성성을 자각해나가는 소설의 기둥 서사는 페미니즘 성장소설로서의 면모를 띤다. 또한 핀에 대한 멜러니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두 사람의 운명적인 관계는 로맨스소설의 특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동화와 신화, 성서 등에서 비롯된 갖가지 상징적 요소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선명한 시각적 장치들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앤젤러 카터는 『매직 토이숍』을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를 지닌 풍성한 텍스트로 완성해낸다. 특히 길지 않은 이야기 안에서 이러한 갖가지 요소들이 빠르고 감각적으로 전개되어나가는 것은 앤젤러 카터 특유의 간결하고도 날카로운 문체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문학의 전통 위에서 여러 장르적 상상력을 혼합해낸 앤젤러 카터의 작품들은 60년대 이후 유럽의 문화적 급진성을 대변하면서도 어떤 장르, 어떤 범주로도 온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독창성으로 늘 새롭게 다시 읽히는 현대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매직 토이숍』은 여러 장르들의 혼종으로 특징지어지는 포스트모던 서사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급진적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전복적인 작품으로, 또 사춘기 소녀의 불안을 그린 보편적인 성장소설로 영미권의 많은 젊은 독자들에게 필독서처럼 읽히는 작품이다. 20세기의 가장 눈부신 상상력 --- 《인디펜던트》 앤젤러 카터는 가장 개성적이고 독자적이며 독특한 작가다. --- 쌜먼 루슈디 그녀의 글은 불꽃놀이와 같다. 넘치는 아이디어와 이미지, 반짝이는 언어들로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 《옵저버》 강렬하고도 섬뜩한 색감과 이미지는 책을 덮은 후에도 짙은 잔상을 오래도록 남긴다. 현실을 온통 뒤흔들어놓는 마법과도 같은 이 작품은 문학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지닌 앤젤러 카터의 독창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