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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尙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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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낚시를 하던 중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게 된 『하얀 기억 속의 너』 작가 김하윤. 하윤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그녀에게 강렬하게 끌린다. 하윤은 그녀가 진도북춤을 추는 유은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그녀의 뼈아픈 과거사를 듣게 된다.
진도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유은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산다. 유은서는 진도북춤에 매료되어 최고의 춤꾼이 되어간다. 그러던 중 유은서의 아버지는 바다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아 쓰러지는 바람에 혼수상태가 된다. 은서는 북춤에 대한 열정도 모두 포기하고 부모님을 돌보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신다.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에 고통스러워하던 은서는 이 모든 사건들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고 아버지의 죽음을 노린 천귀덕 기관장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음은 깨닫게 된다. 분노에 찬 은서는 천 기관장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잡으려고 하지만 천 기관장은 사고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유은서의 사연을 모두 들은 김하윤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껴졌던 처연하고 한서린 기운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불행을 혼자서 꿋꿋하게 버텨냈으니, 여린 여인의 가슴에는 얼마나 뜨거운 한이 쌓였겠는가. 그래서 그 한을 불살라내듯 추었던 북춤에 하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한도 눈 녹듯 녹아내리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윤은 은서를 사랑하게 되고, 은서 역시 하윤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의 완성은 둘의 만남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도 알게 된다. 어딘가에 있을 자신과 비슷한 영혼을 그리며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떠난다.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은서가 한없이 가엾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윤은 왠지 이후의 이야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처참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남도국악원에서 봤던 은서의 북춤에는 그만큼의 깊고 어두운 한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지 은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계속 울었다. 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가엾은 여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만 있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한없이 미안했다.” --- p.186 대중소설의 계보를 잇다 1980년대 후반 한국 대중소설이 출판을 리드하던 시절이 있었다. 1987년에 나온 김윤희의 『잃어버린 너』는 22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세상에 ‘다나출판사’를 알렸고, 하병무의 『남자의 향기』도 50만 부 이상 판매돼 출판계에 ‘밝은세상’이라는 출판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어서 이용범의 『열한 번째 사과나무』(생각의나무)가 30만 부를, 김민기의 『가슴에 새긴 너』(은행나무)가 23만 부를 판매하며 8, 90년대 대중소설의 전성기를 주도하였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대중소설이 군웅할거 하던 시절의 끝자락에, 바로 『하얀 기억 속의 너』가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면서 김상옥이라는 작가를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20세기 마지막 순애보,『하얀 기억 속의 너』의 작가 김상옥 작가 김상옥을 아는가?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실화소설 『하얀 기억 속의 너』로 백만 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남긴 작가이다. 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헤어지게 된 아내를 찾아 25년이 넘는 세월을 떠돌아다닌 주인공 남자 ‘김상옥’의 이야기는 ‘20세기 마지막 순애보’라는 평가를 들으며 독자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 다니며 사랑받는 서사가 되었다. 한 남자는 첫사랑인 그녀를 찾아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막노동부터 술집 웨이터, 삼청교육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을 경험한다. 20세기 대한민국의 또 다른 오디세이는 결국 사랑은 잃었으되, 씁쓸하고 진한 인생의 경험을 얻게 된다. 독자들은 이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고 공감을 했다. 사랑을 꿈꿨고 행복했다. 실컷 울고 나면 기분이 어떤가?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 슬프고 힘든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이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고, 나아가 좀 더 힘차게 내일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내재된 결핍을 채우는 사랑,『북 치는 여자』 21세기, 김상옥 작가는 새로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북 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를 통해 그녀를 알게 되고 나아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하얀 기억 속의 너』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북 치는 여자』는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몸 안에 죽은 듯이 숨어있던 사랑의 감정을 싹틔우는 이야기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 자신에게 있는 비겁함, 심약함, 게으름, 부정직, 타협성, 끔직한 어리석음 등을 상대에게서 발견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랑에 빠진다고 했다. 우리 개별자들은 모두 끔찍한 불완전성을 갖고 있기에 사랑을 통해 그것들을 만회하려고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모습은 김상옥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안고 있다. 수빈(『하얀 기억 속의 너』)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이고, 상옥(『하얀 기억 속의 너』)은 ‘그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이다. 은서(『북 치는 여자』)는 아버지, 어머니, 재산, 북춤을 하루아침에 빼앗겼으며, 하윤(『북 치는 여자』)은 과거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새로운 사랑을 포기해버린 인물이다. 이렇게 결핍을 안고 있는 인물들이 자신의 결핍을 채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사랑만 얻을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꿈을 꾼다. 그러나 정작 김상옥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그 누구도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다. 어쩌면 사랑이란 것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꿈꾸고 갈망할 때만 신비롭고 영롱하게 빛나는 것. 독자들은 힘들게 사랑하는 인물들을 책으로 만나며 울고 웃는다. 그 가운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산다는 게 왜 이렇게도 힘든 걸까? 다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잘사는 것 같은데 자신과 은서는 왜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내일을 바라보기가 힘든 걸까?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었다. 우리 두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게 해 달라고, 눈물로 지새운 세월을 모두 보상해 달라고.” --- p.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