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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굿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부 망국은 이렇게 예정되었다 폭풍 전야 애도받지 못한 승하 | 그곳에 그가 있었다 | 초라한 즉위 | 이하응, 역사로 나오다 예정된 좌절 다시 세우는 나라 | 백성의 것은 백성의 것으로 | 빛만큼 짙은 그림자 | 이하응은 왜 경복궁에 집착했을까? | 권력에서 물러난 왕의 남자 | 좌절된 개혁|혼돈을 기다리는 무당 제국이 된 일본 메이지 유신의 시작 | 일본은 왜 근대화에 성공했는가? | 러시아 경계를 권유함 | 온건한 개혁이란 없다 | 근대화 대신 굿판이 벌어진 조선 |굿판을 기다리는 무당 2부 조선을 홀린 무당 개와 늑대들의 시간 버림받은 군인들 | 책임지지 않는 지도자 | 사라진 백성들의 피 | 굿판을 접으려는 무당 | 굶어 죽으나 법으로 죽으나 |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분노 | 그들에게 홀린 사람들 역사에 등장한 무당 조선을 둘러싼 새로운 긴장 | 무당, 왕비를 홀리다 | 망국의 예감 | 궁으로 들어온 무당 | 세상은 더욱 수상해지고 | 북쪽에 새로 세워진 관왕묘 | 역사로 나온 무당 홀린 왕의 나라 위험한 자들이 폭발시킨 개혁 | 삼 일만에 사그라진 불길 | 불쌍한 왕과 불쌍한 백성의 나라 침몰하는 조선 썩고 더러워진 문고리 | 배경이 자격이고 힘인 세상 3부 그들의 나라, 조선 조선의 마지막 기회 거문도를 둘러싼 열강 | 고종과 청의 갈등 | 무당을 탄핵하다 반역에 짓밟힌 횃불 밟혔던 이들의 동맹 | 밖의 손을 빌려 안의 눈물을 막고 | 조선 땅에서 벌어진 대리전 | 원통하게 꺼진 횃불 왕비를 살해하라 이준용의 반역 | 일본의 성장과 러시아의 견제 | 혼란스러운 굿판 | 작전명 여우사냥 | 어제의 비난이 원통함으로 바뀌고 | 왕비와 함께 퇴장한 무당 4부 제국의 최후 그날 이후 아관파천, 사라진 왕 | 매천야록의 시작 | 제국을 자칭하다 | 이름뿐인 제국 | 이하응, 지다 | 엄귀비의 세상 | 개혁의 한계 | 조선인 디아스포라 마지막 전날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 황제가 되고 싶은 장손 | 껍데기뿐인 근대화 | 또 다른 진령군의 등장 | 다가오는 침략 제국의 최후 양무호 또는 대한제국이라는 배 | 대한제국의 중립 선언 | 러일전쟁의 서막 | 열강으로 올라선 일본 | 지도자들은 왜 미신에 홀릴까? | 제국의 끝 | 스러진 황제의 밀사 | 황제의 퇴장 | 사라졌던 그녀와의 만남 | 비열한 역사의 시작 | 그래도 역사는 이어졌다 나가는 글 하나의 역사는 끝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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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한답시고 새로운 조직과 자리를 만드는 바람에 이전보다 오히려 못한 상태가 될 우려도 적지 않다. 그 대부분은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 때문에 더울 때는 덥다고 아우성이다가 온도를 떨어뜨리면 이번에는 춥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혁을 위한 점진적인 개혁은 최악의 결과만 부르기 쉽다. 다만 그런 시행착오가 무수히 반복되는 과정을 거쳐 서서히 개혁이 시도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_‘제국이 된 일본’ 중에서
무당은 재빠르게 셈을 해봤다.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했지만 만일 자신이 예언한 대로 이뤄진다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올 수 있었다. 예언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시골바닥으로 쫓겨나 숨어 사는 왕비가 보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무당의 도박은 안전한 환경에서 계산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당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대박을 터뜨렸다. 왕비는 무당이 환궁할 날짜까지 맞췄다고 철석같이 믿었지만 이미 단단히 홀린 상황이었기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믿었을 것이었다. _‘역사에 등장한 무당’ 중에서 김옥균을 위시해 급진적 개화를 주장한 지식인들이 태동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세상에는 배부른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부류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자들이 제도권 밖에 위치하고 있다면 절망한 나머지 발광하거나 외로운 늑대가 되어 떠돌다가 사라지기 십상이다. 역사는 비범한 자들이 넘을 수 없는 벽에 격돌하고 사라진 흔적이기도 하다. _‘홀린 왕의 나라’ 중에서 모든 문제는 아비인 자신에게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고종을 허수아비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의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적당한 시기에 물러난 다음 아들이 혹독한 과정을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줘야 했다. 그러나 아비의 허수아비였던 아들은 며느리의 허수아비로 바뀌었다.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은 헛되었지만 죽기 전에 아들과 절절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하응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을 기다렸다. _‘그 날 이후’ 중에서 세수가 한계에 도달한 형편에 군대를 늘리겠다면 용도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고종은 자신을 위협하는 적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한다고 확신한 것이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은 물론 동학혁명전쟁이 발발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_‘마지막 전날’ 중에서 성강호라는 자가 귀신을 볼 수 있다 해 고종이 불러 왕비를 볼 수 있게 하라고 명했다. 하루는 민자영의 신위가 모셔진 경효전에서 다례를 행하던 성강호가 갑자기 계단 아래로 엎드렸다. 고종이 연유를 묻자 “황후께서 임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고종은 탑을 어루만지며 대성통곡했다.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제사를 지낼 일이 있으면 고종은 반드시 성강호에게 물었다. 성강호는 ‘황후가 왔는가?’라는 물음에 ‘내려오시기도 하고 내려오시지 않기도 합니다’라고 답하곤 했다. 불과 일 년 만에 성강호의 관직이 협판에 이르렀으며 그의 문전이 저자 같았다. 진령‘군은 끌어내려졌지만, 대한제국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_‘또 다른 진령군의 등장 중에서 왕비를 등에 업고 인사는 물론 국가 정책까지 좌지우지했던 자신의 문고리가 바로 권력의 문고리였다. 북관묘에 줄을 대려는 경쟁이 살인적일 정도로 치열했던 것과 늘어선 자들이 바치는 값진 뇌물이 산더미 같았던 것이 어제 같았다. 머리가 희끗한 고관들이 누이로 부르고 나라에서 손꼽히는 인재라는 것들이 제발 수양아들로 삼아달라고 애걸했다. 고작 그런 것들에 의해 조정이 움직이고 국가가 돌아간다는 사실이 한없이 우스웠고 측은하기까지 했다. _‘하나의 역사는 끝나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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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무당’ 진령군을
대중교양서로 최초 소개!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그는 소리에 취한 채 중국의 영웅인 관성제군에게 조선의 안녕을 빈다. 굿이 끝나자 허연 잿밥들이 강물에 바쳐진다. 죽을 때까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쌀밥이 헛되이 사라지는 광경을 보는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거친 물살에 뛰어들다가 산 제물이 되고 만다. 망국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이가 국가적 규모의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이권을 사사로이 전횡했다는 의혹으로 2017년 한국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뉴스를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힌 한국인들은 더러 역사로 눈을 돌려 비슷한 사건들을 찾아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도 했다. 흔하게는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 등이 소환되었지만, 불과 백 년 전 한국에도 이와 매우 흡사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조선사를 마지막으로 이끄는 데 일조한 ‘진령군 사건’이다. 『진령군: 조선을 홀린 무당』은 조선 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군호를 받은 무당인 진령군을 중심으로 한국사상 가장 한심했던 시기인 19세기 말을 조망한 역사교양서다. 진령군은 임오군란을 맞아 혼란과 공포에 빠진 명성황후에게 접근해 앞날을 예언하는 이능을 보여주며 홀렸던 무당이다. 이후 명성황후는 그에게 크게 의지해 국가적인 사안을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에서 그의 의견을 주로 참고했다.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군호가 내려졌다는 정식 기록은 없지만 당대 조선인들은 무당을 가리켜 진령군이라고 불렀으니, 무당이 스스로를 진령군으로 칭했으며 왕과 왕비가 그것을 묵인했음은 분명하다. 당시 천민으로 취급받던 무당은 물론이고 여성이 수양대군이나 안평대군과 같이 왕족이나 받을 수 있었던 군호를 자칭했던 사례는 조선 역사에서 진령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파격적으로 신분이 상승한 진령군은 명성황후를 뒤에서 조종하며 국정을 농단했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의 ‘재조지은’을 기리기 위해 한양에만 두 군데나 관왕묘가 생겼음에도 다시 북쪽에 진령군이 모신다는 관우의 사당이 새로이 세워졌다. 왕실에서는 굿판이 끊이지 않았으며 고대 중국의 영웅을 향해 현재 조선의 안녕을 기원하는 아이러니한 풍경도 벌어졌다. 국가의 방향을 책임져야 하는 고종의 뒤에는 명성황후가 있었고, 명성황후의 뒤에는 진령군이 있었던 것이다. 권력의 실세인 그에게 줄을 대기 위해 탐관오리들이 북관묘 앞으로 길게 줄을 섰다. 수염이 하얀 중신들은 그와 의남매를 맺고자 다퉜고, 장차 조선을 이끌 인재들로 꼽힌 젊은 엘리트들은 그를 어머니로 모시고자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의 전횡으로 인해 조선의 국고는 어이없이 탕진되었으며 19세기 말 조선의 운명이 걸렸던 가장 중요했던 시기, 국정은 혼란 속으로 표류했다. 목숨을 걸고 시국을 우려하며 더러는 떨쳐 일어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하나 같이 귀양을 가거나 허무하게 스러졌다. 그렇게 조선은 근대화로의 강요와 열강의 침략 앞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채 서서히 침몰했다. “우리는 왜 반복해서 홀리는 것일까?” 입체적으로 되살린 역사의 법정 ‘역사’라고 하면 우리의 삶과는 무관한 거대한 이야기 같지만, 인화성 높은 화제마다 역사는 어김없이 소환되어왔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일상,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들에는 모두 역사적인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진령군』에서도 진령군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비극적인 역사를 통해 쌍둥이와 같은 지금 참담함의 근원을 훑고자 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오늘날의 굵직한 이슈를 연상시키는 선정적인 인물을 흥미 위주로 훑어보거나, 또는 19세기 조선 쇠망사에 대한 책임을 몇몇 사람에게만 떠넘기려는 안이한 시도를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 여기를 올바로 인식하기 위해 왜 그때 조선은 망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하나하나 톺아보고자 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진령군을 중심으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와 같은 사회지도층과, 김옥균과 전봉준 등과 같이 변혁을 꿈꿨던 이들, 그리고 초야에서 그들을 관찰했던 황현에서 이름 없는 의병들에 이르기까지 당대를 책임졌던 다채로운 인물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익숙해져 박제화된 인물 각각을 모두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이 역사에서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자 했다. 예를 들어 흥선대원군은 위정척사로 대변되는 보수의 상징이 아닌 시대의 한계 앞에서 절망한 개혁가로, 명성황후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여기저기에 이용당하며 ‘유능한 거물’을 연기해야 했던 비운의 인물로 재해석했다. 일찍이 『송사』에서 지적했던 말처럼 나라가 망하는 데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떤 역사적 결과란 어느 한 개인의 그르침만으로 성립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는 진령군과 그에게 홀린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에 의해 위기를 겪었던 뭇사람들까지 동등하게 역사의 법정에 세우고자 했다.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책임을 맡겼을 때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를 반성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결코 두 번만 반복되지 않는다!” 비극이 습관이 되지 않기 위한 경고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마르크스의 저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인용된 헤겔의 격언이다. 국정을 농단했던 진령군은 결국 탄핵되어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곧이어 성강호라는 박수무당이 고종을 홀려 관직까지 받으며 다시 국정을 농단했다. 진령군은 끌어내려졌지만, 대한제국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 현대사는 마치 습관처럼 비슷한 참사를 되풀이했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이어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겪었고 다시 10년 뒤인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반복해서 겪었다. 위기와 맞닥뜨릴 때마다 분노했지만 그럼에도 비극은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어느덧 한국인들은 위기와 비극에 무감각해지면서 어느 정도는 그것들에 길들여진 것이다. 우리가 어제의 참담함을 제대로 반추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참담함을 내일 다시 반복할 것이다. 자격이 없는 이에게 책임을 이임했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졌고, 그에 대해 분노하지만 분노 이후가 없었을 때 어떤 내일이 나타날지는 역사가 ‘진령군’을 통해 섬뜩하게 보여줬다. 이 책이 단순하게 역사의 힘을 빌어 시국을 정리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지금 여기에서 오늘을 짚어보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