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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 한 발의 총성, 한 발의 폭탄 2 한국독립운동과 의열투쟁 3 안동 풍산김씨 집성촌에서 태어나다 4 어려서 한학을 배우며 천재라 불리다 5 근대식 교육을 받고 재판소 번역관이 되다 6 아! 금산군수 홍범식의 자결 7 김응섭과 조선군권회복단 8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9 김지섭의 동지들 10 상해파,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11 김지섭과 의열단 12 제2차 대규모 암살 · 파괴 활동에 참여하다 13 투탄 의거를 결심하다 14 재국의회인가, 일왕 궁성인가 15 적지 일본에 상륙하다 16 1924년 1월 5일, 그날이 밝다 17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다 18 일본 법정을 울린 애국혼 19 일본 형무소장의 사과를 받아내다 20 치바형무소에서 순국하다 21 이중교 투탄 의거의 역사적 의의는 무엇인가 부록 1. 김지섭 옥중기 부록 2. 김지섭 연보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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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연과 필연이 날줄과 씨줄이 되어 이루어진다. 필자가 김지섭 의사를 만난 것도 우연과 필연의 한 과정이었다. 10여 년 전쯤 필자는 국가보훈처 연구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국사, 그것도 독립운동사를 공부한 인연으로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 업무를 맡았던 것이다. 오랜 학위 과정과 고달픈 강사 생활을 거쳐 어렵사리 얻은 자리였다. 기나긴 백수 생활 끝에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당시 필자는 열정과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안동청년유도회에서 학술강연 요청이 왔다. 바로 김지섭 의사 추모 강연이었다. 안동대학교 김희곤 교수의 소개로 요청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와 김지섭 의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술 강연을 위해 자료를 찾고 원고를 만들면서 역사와 인물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필자는 인간 집단, 곧 민족과 민중을 움직인 토대와 힘에 대해 몰두하였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변혁의 주체로 민족과 민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던 것이다. 필자가 살아오던 시대가 독재와 반독재, 희망과 좌절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인간이 역사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에 대한 연구는 한낱 호사가의 일로 치부하며 살았다. 하지만 김지섭 의사를 만나면서 필자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조국 광복과 민족독립, 나아가 인류 평화와 정의의 길을 닦고자 고귀한 생명까지도 역사의 제단에 기꺼이 바친 숭고한 삶을 봤기 때문이다. 거기서 필자는 당대의 부귀영화보다 거침없이 역사 속의 영원한 삶을 선택한 인물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꼈다. 현장에 나서기엔 용기가 부족했고 숨죽여 지내기엔 가슴이 미어지던 시절을 보낸 자신의 기억과, 나이테가 쌓여 갈수록 양심을 지키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은 필자의 아둔함을 자책하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날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기차를 타고 난생처음 안동을 찾던 그날. 역사와 의리의 고장인 안동으로 가는 길이었다. 군 입대 때문에 학부 시절 안동문화권 답사를 놓쳤고, 복학한 뒤에는 입대 전에 갔던 곳을 다시 가게 되는 불운으로 안동은 필자에게 처녀림과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런 설렘과 김지섭 의사에 대한 갖가지 상념으로 기차여행 내내 많은 생각이 오갔다. 차창 멀리 단풍으로 붉게 물든 가을 정취는 필자를 더욱 감상에 젖게 하였다. 어찌하여 김지섭 의사는 조국 광복과 민족독립의 꿈을 잃지 않았을까, 그것이 가능하다고 봤을까. 김지섭 의거 당시 국제사회는 파리강화회의로 베르사유 체제가 형성된 뒤, 워싱턴 군축회의를 거치면서 제국주의 국제질서가 난공불락의 기세로 자리 잡을 것처럼 보이던 때였다. 독립운동사를 개척한 조동걸 선생은‘ 역사는 인류가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발자취’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꿈이 있어 역사가 존재하고, 그 속에서 인류가 못다 이룬 꿈을 찾아내 또 다른 역사를 꽃피운다’는 것이다. 반제국주의 이념으로 사회주의를 수용하고 실천 방략으로 의열투쟁 노선을 선택한 사실,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단코 항복은 하지 않겠다는 자세, 살아서 못 갚으면 죽어서도 결코 잊지 않는다는 신념은 김지섭 의사가 어느 한 순간에도 민족독립의 꿈을 접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김지섭 의사가 바라던 것이 이것만일까.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우리 후손들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세계 인류와 더불어 평화롭게, 정의가 강물처럼 도도하게 흐르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들은 거침없이 민족독립의 제단으로 가지만, 후손들만은 그렇게 비장한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마치 부모가 자신들은 굶을지라도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자식들은 그 음식이 부모가 만들어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날 강연은 비장한 자세가 아니라 행복한 마음으로 김지섭 의사의 참 뜻을 전하고자 나름으로 정성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김지섭 의사와 인연을 맺은 지 10여 년이 지난 오늘에야 안동독립운동기념관 인물총서로 김지섭 의사 열전을 펴내게 되었다. 독립운동 선열의 피땀으로 이룬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독립운동사를 공부하는 후학으로서 정녕 면목 없는 일이다. 더욱이 거친 글과 내용의 허술함으로 행여 김지섭 의사의 숭고한 생애와 고귀한 이상이 훼손되지나 않았을까 크게 걱정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 후손들의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한 까닭이다. 책을 내기까지 큰 도움을 준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을 비롯한 강윤정 학예실장과 한준호·김지훈 학예연구사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꼼꼼히 교열 교정을 해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과 정성들여 만들어 준 편집부원들께 깊은 사의를 표한다. 2011년 겨울 흑성산 기슭에서 김용달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