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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의 연애
원제
Love Cree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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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어맨더 필리파치 Amanda Filipacchi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어맨더 필리파치는 프랑스와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발가벗은 남자들Nude Men』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1999년에는 『수증기Vapor』를 발표했다.
2005년 출간된 『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Love Creeps』는 사랑과 욕망에 대한 독특한 코미디로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으며,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의 창작 수업과정에서 코믹 소설 교재로 쓰이고 있다.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싱글 셀 영화사에서 영화화할 예정이기도 하다.
필리파치의 소설은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 이스라엘, 폴란드, 터키, 슬로바키아, 스웨덴, 덴마크와 헝가리에서 번역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는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저자의 웹사이트www.amandafilipacchi.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자 : 이주연
서강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불문학을 전공했다. 재미있는 책을 읽은 후 남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재능 있는 저자들의 작품이 한국어로도 읽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즐거워서 밀크우드 에이전시를 설립해 영미권 도서를 국내에 소개하는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2009년에는 레디그 하우스 국제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전 세계 작가 ? 번역가들과 함께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주로 재미있는 소설에 관심이 많다. 번역한 책으로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우리 인내심의 한계』, 베티 그린의 『독일병사와 함께한 여름』, 미란다 줄라이의 『당신보다 이 세상에 더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24g | 128*202*30mm
ISBN13
9788972883647

책 속으로

린은 스토커가 되었다. 그녀가 스토킹을 시작한 이유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지만 사실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녀는 육체건강보다는 정신건강 쪽에 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른두 살의 린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전에는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뭔가를 욕망하는 상태가 그리웠다. 주변을 둘러봐도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욕망할 것을 가진 모든 사람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그녀가 놀라웠던 것은 사람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아니라, 욕망의 크기였다. 그녀가 자기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부러워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죽도록 욕망했으니까.
린의 스토커는 린과 같은 정신적 문제는 조금도 없었다. 있다 쳐도 린과는 증상이 정반대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이 자기의 문제와 반대되는 문제는 다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던 린은 그를 부러워했고, 부러웠던 나머지 그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기로 했다.
(……)
누군가를 스토킹해야겠다고 결심한 지 딱 삼십칠 분 만에 린은 갤러리 건너편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한 남자를 골랐다. 그녀는 스토킹의 희생자가 될 사람을 고르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머랭 하나를 사러 왔는데, 바로 펑! 하고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가 베이커리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린은 바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 남자면 되겠어.
린은 전에도 동네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절대 웃지 않았다.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검은색 머리, 키가 크고 선탠이 잘된 피부를 가진, 보통 잘생겼다고 할 만한 스타일의 남자. 그녀는 선탠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과감히 선탠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지금 걸리는 것은 딱 하나 그가 어깨에 두른 스웨터였다. 멀쩡한 이성애자의 스토킹 대상으로 게이는 좀 곤란하지 않은가. 어쩌면 그냥 유럽 태생이라 저러고 다니는지도 몰라.
천만다행히도 그 남자가 팡 오 쇼콜라와 크루아상과 팔미에를 달라고 말할 때 그의 말투에서 약간의 프랑스 악센트를 그녀는 감지할 수 있었다. 빵을 많이 사긴 했지만 그의 몸은 근육질이었다. 저 패스트리들은 분명 친구들 먹으라고 사다 주는 걸 거야. 어쩌면 운동강박증인지도 모르지. 그가 빵집을 나가려 할 때 그녀는 그의 목에 걸린 로켓을 보고 또 한 번 멈칫했다. 순간 이건 또 뭐지 하고 생각했지만 곧 로켓 역시 그가 프랑스인이라 그렇다고 눈감아주기로 하고 그를 뒤따라 나섰다
그가 같은 동네에 산다고 생각하니 훨씬 안심이 되었다. 멀리 떨어진 동네에 사는 사람을 스토킹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장거리 스토킹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는 세 뉴요커의 이상야릇한 삼각 스토킹을 통해 현대인의 병적인 심리를 코믹하게 풍자한 장편소설이다. 욕망과 허영심, 낭만적인 사랑과 섹스, 강박증과 중독 등이 뒤엉킨 이 러브스토리는 작가 어맨더 필리파치에게 “가공할 만한 유머감각의 소유자”이자 “사랑스러운 코믹 초현실주의자”라는 평판을 안겨주었다.
여주인공인 서른두 살의 린 갤러허는 뉴욕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 갤러리의 대표다. 미모에 재력에 뛰어난 예술적 감식안과 사회적 지위까지 갖춘 남부러울 것 없는 그녀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어느 날 그녀는 늘 자신을 미행하는, 덜떨어져 보이기는 해도 생기가 넘치는 스토커에게서 영감을 얻어 자신도 스토킹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린을 뒤쫓던 스토커, 땅딸보에 머리가 벗어졌지만, 자신이 매력적인 금발에 푸른 눈의 소유자라고만 생각하는 회계사 앨런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미행한다는 것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게다가 린의 스토킹 대상인 프랑스 출신의 잘생기고 매너 좋은 검사 롤랑은 겉보기와 달리 음울하고 괴팍한 구석을 가진 남자다…….
한편 전직 정신과 의사지만 과호기심장애 때문에 면허를 박탈당하고 홈리스가 되어 이들의 이상한 연쇄스토킹을 지켜보는 레이, 인생이 지루하면 차에 한번 치여보라고 권하는 린의 라이벌 갤러리 대표 주디, 섹스 중독에 빠진 사설탐정 제시카와 노출증 환자인 호텔 지배인 맥스 등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내면적으로 문제를 가진 인물들이 계속 등장해 상황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궤변일지라도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진실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데,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가 싶다가,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겉보기에는 풍요롭지만 내면은 병들어 있는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위트 넘치게 풍자한 이 소설은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의 창작 수업과정에서 코믹 소설 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존 말코비치 되기〉의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의 싱글 셀 영화사에서 영화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여자, 바로 그 여자만을 원하는 남자, 얼떨결에 이들의 몹쓸 스토킹에 휘말린 남자.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러브 트라이앵글!

사랑도 없고 삶의 의미도 없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도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만한 번듯한 직업을 가졌다. 미모의 미술관 대표, 하버드 출신의 검사, 회계사와 사설탐정, 정신과 의사, 슈퍼모델…….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이들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누구에게나 이해할 수 없는 습관과 결핍된 부분, 편집증과 강박증이 있다.
정신건강을 위해 스토킹을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좌절감을 맛보기 위해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단체들에 가입 신청을 하는 린, 자살용 청산가리가 든 목걸이를 하고 주머니 속의 동전과 페이퍼클립, 단추 따위를 일부러 떨어뜨리며 다녀야 마음이 안정되는 롤랑, 불이 날까 봐 매일 1층부터 14층을 오르내리며 비상구가 닫혀 있는지 확인하는 앨런,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환자의 사생활을 캐묻다가 의사면허를 박탈당한 레이. 이 소설에서 연애와 섹스와 관계와 계급은 철저히 풍자의 대상일 뿐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일과 사생활의 균형, 자기계발, 정신건강, 고상한 취향 같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도 모두 조롱거리가 된다. 등장인물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지만, 사소한 이유로 사랑에 빠졌다가 어이없이 그 사랑에서 깨어나며, 남이 보기엔 고약한 악취미를 즐기고, 괴팍한 방법으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모습은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얄팍한 기초 위에 서 있으며,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드러낼 뿐이다.

사랑과 섹스와 살인을 넘나드는 파격의 코미디
스토킹을 당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스토킹한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앨런이 사랑의 라이벌인 롤랑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를 이용하려다가 실패하고 린과 롤랑이 황당한 계기로 호감을 느끼면서 점점 꼬여만 간다. 그런데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라면 린과 롤랑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야기가 끝날 법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린과 롤랑은 자신들의 관계를 방해하는 제3자가 없어지자 서서히 권태를 느끼지만, 스토킹 중독에서 회복되어 훌륭한 신사가 된 앨런은 미녀 사설탐정 제시카와 사귀며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오랜만에 앨런을 만난 린이 변화한 그에게 반하고, 롤랑은 이별을 통보한 린을 졸졸 쫓아다니게 되면서 연쇄스토킹은 방향이 바뀐 채로 다시 시작된다. 린과 롤랑은 잘나가는 직업떵 내팽개친 채 스토킹에 매진해, 앨런이 배우는 구슬공예 수업이나 지도 읽기 수업 나부랭이에 따라다니면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스토킹 순서가 뒤바뀐 것을 매일매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홈리스 레이는 궁금증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앨런이 홈리스에게 옷을 벗어주자 린과 롤랑 또한 각자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이 자선 행렬에 동참해 먹을거리와 숙소 등을 제공하면서 괴짜 스토커집단은 어영부영 레이와 가까워지게 된다. 한편 이들의 정신 상태를 치료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한 레이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방법이라며 위험천만한 제안을 하는데…….
과연 그들은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이상야릇한 연애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누구일지, 호된 실연을 겪는 것은 누구일지, 마지막에 웃는 것은 누구일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미심쩍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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