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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환
김채원
열림원 200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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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金采原

1946년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밤 인사」가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삶과 내면을 차분히 천착하는 그만의 문체미학으로 한국문학사의 고유한 자리를 일구어왔다. 1989년 중편소설 「겨울의 환幻」으로 “인간의 운명적 쓸쓸함, 어쩔 수 없는 삶의 허망함”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단편소설 「베를린 필」로 현대문학상을, 같은 해 소설집 『쪽배의 노래』로 “삶을 구성하는 풍경 하나하나가 얼마나 풍성한 의미와 내면적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일깨운다”는 평과 함
1946년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밤 인사」가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삶과 내면을 차분히 천착하는 그만의 문체미학으로 한국문학사의 고유한 자리를 일구어왔다. 1989년 중편소설 「겨울의 환幻」으로 “인간의 운명적 쓸쓸함, 어쩔 수 없는 삶의 허망함”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단편소설 「베를린 필」로 현대문학상을, 같은 해 소설집 『쪽배의 노래』로 “삶을 구성하는 풍경 하나하나가 얼마나 풍성한 의미와 내면적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일깨운다”는 평과 함께 형평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초록빛 모자』, 『가득찬 조용함』, 『봄의 환』, 『달의 몰락』, 『가을의 환』, 『지붕 밑의 바이올린』, 『쪽배의 노래』, 중편소설 『미친 사랑의 노래』, 장편소설 『형자와 그 옆 사람』, 『달의 강』, 장편동화 『장이와 가위손』, 『자장가』, 자매 소설집 『먼 집 먼 바다』, 『집, 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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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460g | 149*223*30mm
ISBN13
9788970633794

출판사 리뷰

봄의 幻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음률,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이 함께 어떤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체험했던 감정이나 일인 듯 그는 느낀다. 조금 전 호수 속에 빠졌던 아이나 챌린저호의 폭발이 그의 체험의 일부인 듯 느껴졌듯이…….
살아 숨쉬는 생명체들, 무생물들, 무엇에 의해서인가 변모되는 존재와 무 속에서의 끝없는 움직임…….
-'본문' 중에서

1990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타자와의 단절을 그리며 존재의 순수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와 '여자'는 현대의 단자화된 인물로 쌍생아 격이다. 기관지를 앓고 있으며 4년 전 임신한 아내가 집을 나가고 유일한 혈육인 노모마저 죽은 후 홀로 살아가는 그는 '스스로를 아주 외로운 사람'이라고 느낀다. 죽은 노모는 폭발한 챌린저호나 콜라 맛처럼 단지 하나의 영상으로 '한 사람의 실체란 결국 영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호수를 찾은 그는 '들판과 나무 호수 모든 것과 자신의 몸이 동일해짐을 느'끼며 '의식의 확산'을 경험한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체험했던 감정이나 일인 듯' '조금 전 호수 속에 빠졌던 아이나 챌린저호의 폭발이 그의 체험의 일부인 듯'. 이처럼 그에게는 깨달음의 공간인 호수가 여자에게는 그저 폭력적인 일상이 연장되는 공간일 뿐이다. 아이가 여자의 친구의 새 차와 함께 호수 속에 빠진 것이다. 일상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늘 '실패의 기분'을 맛보며 살고 있는 여자는 '이 세상의 순수성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개구리알에 매달리'고 '가장 본질에 가까이 가기 위해' '가장 명중시키는 그 음을 찾기 위해 피아노 소리에 매달리지만 "자신을 다 바쳐도 삶이 정돈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미친 사랑의 노래-여름의 幻

미친다는 밑을 친다는 말과 같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끝없는 심연이 아니라 그 심연의 맨 밑바닥까지 가본다는 말과 같은 건지 모른다.
나는 술이 들어가 몽롱해진 정신으로 생각했다. 세상 끝까지 가본다는 것은…… 그런데 세상 끝은 바로 이곳이 아닐까.
-'본문' 중에서

1991년에 발표된 후 개작을 거쳐 1998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는 작품.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는 육촌 순미가 미국에서 20년만에 '나(종희)'를 찾아온다. 어려서부터 친자매처럼 자란 순미와 나 사이에는 이제 서로에 대한 어떠한 애절함도 없이 단지 가슴 한 귀퉁이를 후비고 지나는 아픔과 밑이 빠지는 듯한 공허 따위가 섬처럼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위대한 개츠비'로 알았던 순미의 전 남편은 이중인격자로 순미에게 보낸 것과 똑같은 카드를 내게 보내온다. 그 일로 순미와 나는 혼돈에 빠진다. 수다와 고백으로 시간을 보내는 순미와 나.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순미와 삶의 아무런 기쁨이나 기대도 없이 노인을 모시며 살아가는 나. 그녀들의 삶이 그러한 원인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 "그것보다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 그녀의 삶을 지배해왔고 내 삶을 지배해왔으며 모든 삶을 지배해온 어떤 것에 대한 무궁한 아픔". 내가 사주려는 구두를 순미가 거절하면서 그녀들의 불화는 수면 위로 떠오른다. 결국 그녀들이 화해하지 못한 채 순미는 예정대로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녀들은 이곳과 저곳에서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간다.
'환幻'의 아우라를 우리문학사에 불러들이며, 요란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작가가 김채원이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겨울의 幻>(1989년)을 시작으로 십사 년여의 세월 동안 김채원이 천착해온 환幻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전적으로 '변하다, 미혹하다, 홀리게 하다, 허깨비'의 뜻을 지닌 환(幻)은 김채원의 어법으로는 등을 의미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채원의 환의 서사는 삶의 허약성에 대한 슬픈 확인과 존재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통해 지속된다. 몽롱한, 흔들리는, 부서진, 없는 등의 불안의 상태가 환의 서사를 지탱하는 힘인 것이다. 여기에 극적인 사건이나 치밀한 구성이 끼여들 여지는 많지 않다. 서사를 이끄는 화자의 목소리도 명쾌하기보다는 머뭇거리면서 스스로를 유보한다. 인물들의 이름이나 삶의 내력 역시 비어 있거나 최소한의 정보만이 표시된다. 환의 서사의 진짜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삶과 존재의 본질인 환(幻) 자체인 까닭이다.(김수이 '해설' 중에서)

이처럼 환幻은 그녀의 소설 세계에서 한없이 불투명한 인간 존재의 실체와 삶의 본질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온전하지 않으며 단지 하나의 영상-환일 뿐이다.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기억조차도 환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와 과거' '너와 나'를 넘어서는, 고백체의 언어
지금은, 지금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과거의 기억들과 혼재한다. 내 운명은 어머니의 운명,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운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너와 멀다. 너와의 소통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우며 끊임없이 삐걱거린다. 그러나 나는 너와의 합일을 꿈꾸며 온전한 나를 찾아간다
존재의 근원과 삶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김채원의 시선은 섬뜩하도록 깊고 예리하다. 한없이 머뭇거리는 고백의 문장은 아스라이 일어나는 모래먼지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실패감에 젖은 중년 여성들의 일상과 내면풍경
환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중년의 여성으로, 패배감과 일상에서 늘 실패의 기분을 맛보며 상처와 절망감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녀들에게는 삶의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 보이며 오직 불안과 혼돈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들은 또한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관계하는 이들-늙은 어머니나 남편, 아이, 자매-과도 불화한다. 늙은 어머니와는 끊임없이 싸우고 남편은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고 있거나 출장 중이다. 자매는 이곳에 아닌 먼 곳에서 잊혀진 듯 살고 있으며 몇 년에 한 번씩 나를 찾아오며 살아간다. 그리고 내게 절망감을 남겨준 채 떠나간다. 내가 낳은 아이는 끔찍하게도 말을 안 듣는다.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집중력은 김채원이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미덕이다"
김채원의 환의 서사는 개인과 사회, 여성과 남성, 중년과 청년, 과거와 현재 등의 층위를 두루 포괄하려 하는 점에서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심에는 항상 존재의 정체성과 타자와의 관계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저장해둔다. 삶의 이원적 면모를 소설의 구도로 치환하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며,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집중력은 김채원이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미덕이다. 이 미덕을 완성도 있게 결집한 네 편의 '환' 연작은 김채원 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김수이 '해설' 중에서)

가을의 幻

나의 실체란 패배감에 젖어 있는 한 중년 여자일 뿐이다. 매일 아침 전리품을 챙겨들고 다시 일어난다.
폐원에서 꽃의 만발함에 넋을 놓았던 어린 날부터, 괴물에게 쫓겨 심장 뛰는 소리가 천장을 울리던 그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서 당도한 지금이겠건만 지금의 이 나란 스스로 낯설기만 하다.
한 걸음씩 걷던 그 걸음 어디가 잘못 된 것일까.
-'본문' 중에서

幻연작의 완결편이자 최근작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너와 나를 넘어" 타자와의 일치를 꿈꾼다.
초로의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한 '나'의 실체란 패배감에 젖어 있는 한 중년여자일 뿐이다. 어느 날 그런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저쪽의 '너'는 나보다 스무여 살이나 적은 존재로 여자와 섹스, 마리화나, 여행, 검은 가죽 재킷, 일본의 밤 카페로 규정된다. 너는 십여 년 동안 나를 마음껏 전화선 속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놓아주지 않는다. 밤에만 이루어지는 너와의 전화통화는 일종의 게임이며 일탈이고 축제다. 너와의 전화통화는 내게 '무언가 내 영역 밖으로 나가보았다는 기쁨'을 준다. 저물녘 너와 나는 드디어 가면을 쓰고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만난다. 짐승의 탈을 쓴 너와 사력을 다해 싸우며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나-나라고 규정짓던 것이 아닌 온전한 나'를 찾으며 비로소 우리가 된다.

겨울의 幻-밥상을 차리는 여인

운명이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는 정말 운명이라고 하는 것이 있을까요. 우주의 질서 그 안에 인간 개개인이 타고 난 시간과 공간이 만난 어떤 한 점, 이것이 운명의 사슬이 되는 것일까요. 그러면 제 운명은 과연 어떤 것이며 거기서는 해방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정녕 나보다 멀리 갈 수 없으며 나보다 창조적일 수는 없는 것일까요.
-본문 중에서

환을 소재로 한 네 편의 소설 중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 198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자아에 눈뜨기 시작한 한 중년여자를 통해 여성의 운명과 정체성, 아버지의 부재, 전쟁의 고통을 빼어난 일인칭의 고백체로 그려낸 수작이다.
마흔 살이라는 나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여자로 느끼지 못한 '나'. 결혼생활 6년만에 '구겨진 버선'처럼 되어 친정으로 돌아온 후 어머니와 단 둘이 잊혀진 듯 살아가는 나는 저녁밥 짓는 시간을 가장 아늑하고 보람되게 느끼면서도 자신을 밥상을 깨뜨리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밥상을 깨부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의 운명을 자신이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어머니는 김장김치를 담그는 데는 정성을 들이지만 매일 끓여먹는 된장찌개에는 소홀한 여자로 일찍이 남편이 다른 여자를 얻어 집을 나가버렸으며, 교원 경력에 맞지 않게 화투에 빠져 어린 딸들에게는 무심하기만 했다. 어느 날, 당신을 통해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은 나. 유년의 겨울날을 떠올리며 어머니가 김장을 담그던 날의 스산함, 눈 내리던 날 겨울 밤 광으로 동치미를 뜨러 다니던 일, 숨쉬기마저도 곤란하던 결혼생활, 옛 여인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할머니,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함경도 여인의 강인함을 보여준 순젱이…… 등등 눈발처럼 떠오르는 환(幻)들을 추억하며 진정한 여성성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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