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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프롤로그 2008년 8월 영국 런던 뒷골목의 블랙맘바 소년_ 1935년 10월 예멘 아덴 유목민의 땅으로_ 1936년 3월 소말릴란드 하르게이사 이데아 아저씨의 꿈_ 9월 지부티 지부티 시 131 아빠 별, 어긋난 궤도 1936년 10월 에리트레아 아사브, 아스마라, 옴하제르 지지 않겠다, 파시스트!_ 1936년 12월 에리트레아 옴하제르 참혹한 죽음_ 1941년 3월 에리트레아 케렌 베들레헴 빅헤드_ 1943년 10월 에리트레아 게르셋 걸어서 홍해를 건너다_ 1946년 12월 수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기이한 처녀항해_ 1947년 7월 하이파, 포르 드 부크, 함부르크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길_ 1947년 9월 웨일스 포트탤벗 옮긴이의 글_ 뜨거운 삶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한 소년의 로드무비 |
Nadifa Moha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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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나 극동으로 가는 유람선들이 잠시 아덴에 들러 그곳에 정박했는데, 그 배에 탄 한가한 승객들이 바다에 동전을 던졌다. 아이들이 목숨을 걸고 동전을 줍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시데인은 물속에서 아슬아슬해 보일 만큼 재빠르고 우아하게 움직였다. 그에 비해 압디는 언제나 수영을 하다가 물을 먹어서 헉헉거렸다. 그렇게 바닷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두 아이는 양쪽 볼에 동전을 가득 물고 올라와 자마의 발밑에 동전을 내뱉었다. 비록 구걸한 돈이지만 그 동전들은 아름다웠다. --- p.58
사실 자마는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 엄마는 아빠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걸핏하면 자마를 아비 없는 자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마는 우연히라도 아빠와 눈이 마주치거나 아빠의 몸동작, 아빠의 말투를 대하게 되면 곧바로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빡빡 밀었다거나 붉은 가발을 쓴 단정치 못한 사내들 사이에서 아빠를 찾아내어 이 사람이 우리 아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61 자마는 언제나 남의 집 문전에서 거지 노릇을 해야 하고, 언제나 남은 음식, 남은 관심, 남은 사랑을 구걸해야 하는 신세가 지겨웠다. 모두들 자기 일이 바빠서 나 같은 건 생각할 틈이 없겠지. 자마는 알 마디나 커피 출하장을 향해 걸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 p.74 “별들을 친구라고 생각하렴. 우리 조상들을 지켜보았고 온갖 고통을 목격했지만 아직 빛을 잃지 않았잖니. 저 별들이 너도 보살펴 주고 네 손자들까지 보살펴 줄 거야.” 자마가 눈물을 떨구자 암바로가 자마의 손을 잡아 주었다. “고데, 엄마 말 잘 들어. 엄마는 널 떠나는 게 아니야. 네 심장에도 혈관에도 엄마가 살아 있을 테니까. 꼭 네가 성공하도록 돌봐 줄게. 우리 아기 뱀, 엄마를 용서해 줘. 엄마처럼 살지 말고. 넌 더 잘 살아야지.” “호요, 호요 말 잘 들으려고 했는데, 이제 너무 늦었어.” 자마는 눈물을 흘렸다. --- p.78 자마는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했지만, 슬픔과 외로움이 기어들면 내장이 꼬이고 오한이 들었다. 밤이면 엄마 꿈을 꾸었다. 엄마는 소말리아 사막에서 이동하는 대열을 따라가고 자마는 뒤를 좇으며 엄마를 소리쳐 불렀다. 하지만 엄마는 결코 돌아보지 않았고, 두 사람의 거리는 엄마가 지평선 위의 한 점이 될 때까지 계속 멀어졌다. --- p.86 자마는 아칼 안에 들어가서 울고 또 울었다. 엄마가 없어서 울었고 자신이 불쌍해서 울었고 아빠가 떠나 버려서 울었다. 모든 게 서러웠다. 울음이 자마의 영혼 속에 단단히 맺힌 것을 풀어 주었다. 자마는 비로소 마음속의 폭풍우가 잠잠해진 느낌이 들었다. --- p.91 황혼 녘 거리로 나오니 모진 바람이 해진 옷자락을 헤집어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집지마다 창틀에 석유등이 놓이면서 하늘의 별도 점점 커지고 밝아졌다. 별들이 새장에 갇힌 금빛 반딧불이처럼 불을 내며 파닥거렸다. 뒤에서 지노가 자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너머로 돌아보니 지노는 맨발로 길에 나와 서서 실처럼 가는 팔을 높이 들고 있었다. 자마도 지노에게 어떻게든 고마운 마음과 사랑을 전하려고 힘껏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자마는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 --- p.118 이데아가 자마를 내려다보았다. “에리트레아에 가면 분명히 알게 되겠지만, 어떤 유럽인들은 우리를 인간 취급도 안 해. 우리가 자기들처럼 고통을 느끼고 꿈을 가지고 살고 삶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세상이 더러운 거지. 우리는 개 등에 올라타고 있는 벼룩처럼 끝내는 그놈의 이빨에 짓이겨질지 모르는 처지야. 조심해야 한다.” --- p.158 “만샬라(신을 찬양합니다).” 신의 능력에 놀라고 감동하여 자마가 읊조렸다. 세상의 나쁜 것들, 좋은 것들이 가득 찬 바로 이곳이 낙원이었다. 인생이 바로 이런 걸 거야, 밝은 날이 있으면 어두운 날이 있는 긴 여행, 자마는 생각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자마처럼 여행 중인 동반자들이었다. 운명의 철로가 그들을 덜거덕거리는 철마에 태워 무사히 목적지로 데려다 줄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엉뚱한 길로 휩쓸어 갈지 알 수 없어 모두 초조하고 무력하게 앉아 있었다. --- p.188 자마는 아빠가 어떤 선물을 가져올지, 밤새워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무슨 노래를 가르쳐 줄지 미리 상상해 보았다. 그 뒤로 수단에서 담배나 생필품 같은 보급품을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오갔지만 자마의 아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빠가 사무치도록 그리웠기 때문에 자마에게는 하루하루 기다리는 것이 엄청난 시련이었다. 심장이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했으니 매순간, 매시간을 온전히 살아 있다고 할 수 없었다. 도착하는 트럭마다 운전석을 확인쿇면서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대로변을 서성거렸다. --- p.203 아직 어린 자마는 어른들이 자기를 사지로 보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일으킨 것과 같은 기계적이고 무작위적인 살육 또한 상상하지 못했다. 자마는 전쟁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전투는 소말리아 유목민들이 그 지방의 엄격한 규율에 따라 수행하는 산발적인 분쟁 정도였다. 자마는 이탈리아인들이 이 전쟁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점에 흥분했다. 마치 축제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 p.256 자마는 커피 향이 나는 마룻바닥에서 어른이 되었다. 팔다리가 길어져 더 이상 그 구석진 곳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없게 되자 자마는 자신이 염소 우리에 갇힌 코끼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딘가 다른 곳에서 운을 시험하고 싶었다. --- p.307 아빠를 잃은 슬픔이 되살아나, 자마는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사람들을 잃은 슬픔 때문에 흙바닥에 누운 채 꼼짝할 수 없었다. 이렇게 아빠가 지녔던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아빠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마는 자신이 아빠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아빠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지금 그에게 있었다. 아빠가 살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몫인 것 같았다. 태양과 강, 인생이 주는 과실과 꿀을 즐기느냐 마느냐는 그에게 달려 있었다. --- p.324 자마는 내심 혼자 가는 것이 두려웠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늙어 갈 즈음에야 운명의 밀고 당김을 선명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사소한 지연들, 삶 전체를 가치 있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선택들을. 운명이 자마에게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가라고 말한 그 순간, 오랫동안 자마를 따라다니던 부와 모험에 관한 예언들이 생생히 되살아나 그를 반대쪽으로 이끌었다. --- p.373 포트사이드의 위조된 유럽식 스카이라인 너머에 그의 마음과 고향이 있었다. 소말릴란드의 산과 사막이, 베들레헴의 계곡이. 자마는 자신이 마지막에는 이곳에 와서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이 다이아몬드를 갈아서 만든 것처럼 운모가 섞여 반짝이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붉은 흙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으리라.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자유 또한 주었다. --- p.385 “지브릴 아저씨, 아저씨가 그 사람, 게다레프에서 온 사람한테 저를 데려다 준 날 말이에요. 저 그날 아빠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날이 저물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제 자신과 약속한 게 있어요. 비록 비쩍 마르고 콧물 찔찔 흘리는 어린애였지만, 나는 절대로 내 아이를 버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절대로.” “그럼 넌 그날 어른이 됐구나.” --- p.4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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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1,000마일의 사막을 걸어간 한 소년의 가슴 벅찬 여정 이 소설이 주는 최고의 감동은, 작가가 아이의 눈으로 주인공 자마와 같은 거리의 아이들이 품은 외로움과 동지애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의 우정은 메마르고 그을린 땅에서 마치 물과 음식처럼 그들의 삶을 지탱한다. -《인디펜던트》지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은 특정한 지역에 갇힌 이야기가 아니라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나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이며, 성장기의 숨길 수 없는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말리아 출신 작가 나디파 모하메드의 첫 소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Black Mamba Boy)』이 국내 출간되었다. 작가가 아버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한 이 소설은 영국에서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고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영국 아마존 독자들은 이 소설에 대해 “주인공 소년 자마의 강인한 정신력이 빛나는 소설”“『연을 쫓는 아이』에 견줄 만한, 별 다섯 개짜리 작품”“아프리카의 현대 역사에 대한 놀라운 통찰이 담긴 소설”등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나디파 모하메드는 억울하게 죽은 한 소말리아 남자에 대해 조사하다가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맨발로 사막을 가로지른 아버지의 장대한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이십대의 거의 대부분을 바쳐 집필에 몰두했다. 아버지가 어린 소년이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난 소년의 여정을 따라가며 1930년대 동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을 완성했다. 《인디펜던트》지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작가가 딸로서 아버지에게 바치는 오마주이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고 평했다. 세상 속을 당당히 걸어간 소말리아의 포레스트 검프 소년 자마는 보이지 않는 위험들과 혼란으로 들끓는 도시 아덴의 뒷골목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어린 여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 돈을 벌기 위해 떠나버렸고, 자마는 엄마 암바로와 함께 소말리아에서 예멘 아덴으로 오게 된 것이다. 친척 집에 머물면서 모자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고, 결국 병이 든 암바로는 약 한 번 변변히 써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된다. 그때부터 자마의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된다. 유럽 열강들이 점령한 아프리카 대륙은 어린 소년이 혼자서 헤쳐가기에는 너무도 거칠고 험한 곳이었다. 자마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아버지의 소식을 가까이 들을 수 있는 곳까지 찾아간다. 하지만 자마는 엇갈린 운명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 했고, 알 수 없는 모래바람 속을 헤치며 나아가듯 다시 미래를 향해 묵묵히 걸어간다. 어린 소년에게는 가혹하기만한 현실들을 맞닥뜨리며 몇 번이고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가 하면, 알 수 없는 행운을 붙잡기도 하고, 한순간에 모든 영화를 빼앗기기도 한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은 자신의 몸과 영혼 외에는 의지할 것 하나 없었던 소년의 치열한 성장기다. 지독하게 외롭고 슬픈 시간들을 견디며 성숙해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며, 아버지를 찾아 떠났던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여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간 나디파 모하메드는 소년의 눈으로 당시의 현실을 드라마틱하고 생생하게 묘사했고, 때로는 아프리카 특유의 설화를 메타포로 차용하여 동화적으로 표현해냈다. 침략과 수탈로 얼룩진 아프리카의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담은 기록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은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영국의 패권 다툼 아래 피 흘렸던 아프리카의 처참한 시대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에게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그들을 위해 일했고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자마의 친구 시데인의 죽음을 묘사한 부분이다. 어린 소년이 이탈리아 군인들에게 온몸이 갈가리 찢기며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차마 한 줄 한 줄 읽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이 소설은 시종일관 아프리카 토착민과 침입 세력인 유럽인들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준다.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당시 아프리카의 비극적 상황과 인간 군상들을 정교하게 조각해냈고, 자마가 긴 여정에서 가는 곳마다 부족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는 모습을 통해 아프리카 씨족 사회의 전통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소말리아 땅은 오랜 내전으로 인해 지금도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한다.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가 결코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소설이 현재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아픔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