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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세설, 두 번째 『자전거 여행』증정 이벤트 진행 중
김훈
생각의나무 200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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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목수들의 일터에서 놀다/나의 떨림으로 너를 느낀다/밥벌이의 지겨움/늙기란 힘든 사업이다/남자도 오래 살고 싶다/이런 여자가 아름답다/가슴의 미학/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셋이 함께 날아가는 세상/달리는 자동차를 보면/길의 원리 행함의 원리/꽃은 여전히 아름다운데/인간의 다리와 바퀴 사이의 사유

2부 늙은 기자의 노래
‘돈’은 기호인가 실물인가/고통의 근원을 사유하며/아이들은 청순하기만 한데/히딩크의 열풍이 주는 교훈/나의 동쪽은 당신의 서쪽/서민/치욕/까치둥지/이념/노출/늙은 기자의 노래

3부 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쇠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며/사대(四大)의 보이지 않는 춤/좋은 소금은 폭양 속에서 고요히 온다/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꽃은 꽃 한송이로서 아름답고 자족하다/지난 11월에는…/밧줄의 아름다움/물드는 산, 꿈꾸는 나무/저절로 되어진 것들의 힘/인간은 수몰되지 않는다/가을 바람소리/정처 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4부 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
‘블랙홀’ 신용카드/슬픈 아우성/서울에 광장을/명동성당과 조계사/불도저 앞 나무심기/황사의 경고/‘밥’에 대한 단상/가로수의 힘겨운 봄맞이/라파엘의 집/‘아줌마’와 미인대회/어린이 노동과 월드컵/몸의 승부, 생명의 힘/오프사이드 뒤의 적막/함성 때마다 문지기는 외로워/남녀 구분 없앤 신명의 힘

5부 한 편의 문학평론과 하나의 인터뷰
기형도 詩의 한 읽기/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남재일과의 인터뷰

저자 소개 1

金薰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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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7쪽 | 359g | 143*163*20mm
ISBN13
9788984982574

예스24 리뷰

겨우 이야기 될 수밖에 없는 이 세상
-- 김정희(candy@yes24.com)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처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 수상, 이후 한겨레신문사의 사회부 기자 생활 등 그의 행보와 그 와중에 쓰여진 김훈의 글들을 관심 있게 봐왔던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낯익을 것이다. 이미 써왔던 칼럼이나 조각글들을 묶어서 책을 만드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래서 이 책 또한 그런 익숙한 풍경 속의 하나 정도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의 글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낯설다.

글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세상을 살아가고 바라보며 생각하는 방법이 낯설기 때문일 것인데, 그것은 ‘아날로그’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글을 쓸 때 종이와 연필, 지우개를 가지고 쓴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지만 연필로 쓰면, 자신의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그에게 소중하다. 그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 행복하다. “나의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하고 지우고 빼고 다시 쓰고 찢어버린다.”

디지털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곧바로 가고, 기호와 수치로 그 결과를 나타내지만 아날로그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슬픔과 기쁨, 고난과 희망을 챙겨서 간다. “아날로그가 끌고 나가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고난과 희망을” 어떤 추상명사나 이념이나 누구의 말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세상과 만나 그것을 표현하는 그의 글쓰기는 “겨우” 이루어지고, 그래서 힘겹다. 하지만 망치를 들고 못을 박을 때, 수직으로 제대로 못대가리를 내리찍으면 못이 똑바로 박히는 이치처럼 그의 글은 믿음직스럽다. 그 믿음 안에서만 더듬더듬 말을 하려는 그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 일을, 책을 많이 읽지 못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삽으로 땅을 파서 김장독을 묻을 때, 삽날이 땅 속에 깊이 박히지 못하는 일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아날로그가 끌고 나가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고난과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기 때문에 세상의 이런저런 일을 얘기할 때 역시 그는 힘들어한다. 이 복잡한 세상.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세상을 글로 그대로 옮겨다 놓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다른 아름다운 것들과 비교해야만 한 아름다움의 형식과 질감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말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로서는 더욱 이 세상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에 대하여 진술하는 인간의 언어가, 먼저 그 대상의 본질을 과학화함으로써 대상이 한 존재로서 온전해지기를 바라는 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 때문에 그의 글은 자꾸 자꾸 보아도 새롭고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 있다.

책의 제목이 ‘밥 벌이의 지겨움’이다. 밥벌이는 힘들다. 나무들은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자신의 생명 속에서 밥을 지어내지만, 사람의 밥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밥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굴러다니기 때문에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술이 덜 깬 아침에 속이 뒤집혀져도, 다시 거리로 나가기 위해서는 밥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는, 대체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하지만 대책이 없다. 아무 도리기 없다. 그렇게 세상이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겨 먹은 세상은 그 자체가 옳지도 않고 그르지도 않다. 그 어쩔 수 없음을 헤아리는 아날로그의 철학. 그래서 그의 글은 어쩌면 이 세상과 가장 비슷할지 모르겠다.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세상의 더러움에 치가 떨렸고, 세상의 다러움을 말할 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까워서 가슴 아팠다. 저물어서 강가에 나가니, 내 마을의 늙은 강은 증오조차도 마침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 비틀거림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을 게다. 그리하여 나는 말할 수 있는 것들, 말하여질 수 있는 것들의 한계 안에서만 겨우 말하려 한다. 그 작은 자리에서 모르던 글자를 한 개씩 써보면서 나는 말더듬이를 닮으려 한다. 그리고 그 한계는 점점 좁아진다. 다행한 일로 여기고 있다.”

책 속으로

5부 ‘한 편의 문학평론과 하나의 인터뷰’는 앞서의 글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글을 묶은 것이다. 「기형도 詩'의 한 읽기」는 동인지《시운동》 89년 4월호 ‘기형도 추모 특집’에 수록된 글로 기형도 유고시집『입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김현의 해설과 더불어 기형도에 관한 가장 사적인 추모사이자, 그의 시에 대한 앞가림으로 기록된 평문이다. 다음과 같이 말하는 김훈의 ‘애절양’은 김현의 진혼가에 인용되어, 죽은 시인에 대한 기림의 언어로 두고두고 읽혀지고 있다. 이 곡절한 수사와 그에 담긴 空의 생사관은 김현과 김훈, 기형도를 잇는 어떤 정신의 계보이자, 이제 늙음을 사유하기 시작하는 김훈에게서 늙을 수 없는 정념을 발견하게 만드는 세계관의 흔적이다.‘썩어서 空’이 되려는 자에게 늙음은 ‘무슨 큰 대수랴.’

형도야, 네가 나보다 먼저 가서 내 선배가 되었구나. 하기야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이 무슨 큰 대수랴. 기왕지사 그렇게 되었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너의 관을 붙들고 "이놈아 거긴 왜 들어가 있니. 빨리 나오라니깐" 하고 울부짖던 너의 모친의 울음도, 그리고 너의 빈소에서 집단 최면식의 싸움판을 벌인 너의 동료 시쟁이들의 슬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生死를 거듭하지 말아라.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썩어서 空이 되거라. 네가 간 그곳은 어떠냐…… 누런 해가 돋고 흰 달이 뜨더냐.

-「기형도 詩의 한 읽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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