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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서[陳尙書: 진함(陳咸)]는 왕망(王莽)이 하무(何武)와 포선(鮑宣)을 주살하는 것을 보고 한숨 쉬며 탄식했다.
“나는 떠나가야겠다!” 그러고는 부자가 함께 고향 마을로 돌아가서 문을 걸어 닫고 출입하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한(漢)나라의 조제(祖祭: 길 제사)와 납제(臘祭: 섣달 제사)를 지냈는데,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내 조상님이 어찌 왕씨(王氏: 왕망)의 제사를 알겠소?” 陳尙書見王莽誅何武·鮑宣, ?然歎曰: “吾可以逝矣!” 父子相與歸鄕里, 閉門不出入. 猶用漢家祖臘, 或問之, 答曰: “我先祖豈知王氏臘乎?”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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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 《세설신어보》는 조선시대에 현종실록자(顯宗實錄字)로 간행할 정도로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었으며, 실제로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이 책은 이 현종실록자본(연세대 소장)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세설신어보》는 《세설신어》의 대표적 속서로, 《세설신어》는 중국 위진남북조 송나라 문인 유의경이 후한 말에서 동진 말까지 실존했던 제왕과 고관, 귀족을 비롯해 문인?학자?은자?스님?부녀자 등 수많은 인물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를 수록해 놓은 필기소설집이다. 중국 지인소설(志人小說)의 전범인 《세설신어》는 당시 ‘명사들의 교과서’로 인식될 정도로 애독되었고 후대의 여러 작가들이 본받는 지표가 되어, 당(唐)나라 때부터 민국 초까지 역대로 서명?체제?문체 등을 모방한 속서들이 많이 지어짐으로써 중국 지인소설사상 이른바 ‘세설체 문학’이라는 영역을 형성했다. 그 가운데 《세설신어보》는 왕세정이 《세설신어》에 명대 하양준에 의해 확대?보충된 또 다른 속서인 《하씨어림》을 합한 뒤 산정(刪定) 작업을 거친 것으로, 수록된 고사의 시대 범위는 원(元)나라 때까지 확대되었지만 전체적인 체재와 분위기는 고스란히 《세설신어》를 계승했다. 이 《세설신어보》의 내용은 실로 방대해서 한대(漢代)부터 원대까지의 문학?예술?정치?학술?사상?역사?사회상?인생관 등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편목(주제)에 따른 분류 편집, 흥미로운 고사, 수려한 문체, 찾아 읽기의 편리함, 아주 짤막한 편폭 안에서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대상 인물의 풍모를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이 책의 특징은 독자들에게 사색의 여백을 남겨주고, ‘촌철살인’을 선호하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동양 고전이게 해준다. 이 작품은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권에는 제5편 <방정(方正)>, 제6편 <아량(雅量)>, 제7편 <식감(識鑒)>, 제8편 <상예(賞譽)>, 제9편 <품조(品藻)>까지를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