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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장 닭장 속의 야만적 침입자, 조류독감 2장 종의 저글링, 글로벌 서커스 3장 가축 전염병으로 시작된 동물 대학살 4장 카니발리즘이 부른 인간 광우병 5장 곰팡이한테 빼앗긴 찬장 6장 부활하는 탄저균 7장 바다의 침입자, 콜레라의 자식들 8장 진드기와 모기, 기후변화로 활개를 치다 9장 네메시스의 복수, 세계의 병원 나가는 말 대대적인 사망의 시대를 위한 기도 덧붙이는 말1 지역 기반의 삶을 위한 찬가 덧붙이는 말2 병원 감염의 위험을 줄이는 14가지 방법 부록 참고 문헌 찾아보기 |
Andrew Nikifor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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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닭장 속의 야만적 침입자, 조류독감
H5N1은 성질머리 고약한 노익장 가금류 바이러스치고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제일 먼저 텔레비전 전파를 탄 것은 유령 같은 살상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조류를 대학살하는 장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농부들이 죽어가고 있거나 이미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자 정치인들이 나서서 야생 조류가 바이러스를 옮겨 장사를 망치고 있다면서 습지마다 물을 죄다 빼라고 명령했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의 의료 전문가들이 (100여 명에 달하는 불운한) 사망자를 집계한 뒤에야 비로소 바이러스학자들은 또 하나의 심각한 유행성 독감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기 시작했다.---p.19 노골적으로 입에 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2억 마리 이상의 새를 땅에 묻은 이 엄청난 닭 유행병은 다름 아닌 세계화의 산물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근본적인 원흉은 산업적 방식으로 생산된 싸구려 고기를 탐닉하는 걸신들린 인간의 식욕이라는 말이다. 새들로 빼곡한 공장형 양계 시설, 만연한 조류 밀수, 저질 백신, 식언을 밥 먹듯 하는 각국 정부 등이 모두 둥지를 더럽히는 데 한몫했다. 의료진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조류 독감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질병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전염병이다. 과학자들끼리 하는 말로 바꾸자면 ‘고의적 신생 병원균’이다. ---p.26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지금 폭발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성을 잃는 법이 없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늘어나는 무역의 규모와 빨라지는 운송 수단에 힘입어 지리적 경계를 비롯해 수많은 한계를 무너뜨리고 사물의 자연스런 균형을 파괴했다. 서로 아무 관련도 없이 각자의 세상에서 진화해온 식물, 동물, 미생물 종들의 뿌리를 뽑아 아무 데나 내던져버림으로써 인간은 진화를 근본적으로 망쳐놓았다. 생물학적 세상에서 침입종은 집에 침입한 강도와 다를 바 없다. 무시무시한 폭발이 연발하면서 실제로 자연이라는 거대한 집이 그들의 침입 때문에 구조 개편의 위기에 놓였다는 말이다. ---p.61~62 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퍼센트가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다. 이 과정에서 30억 내지 50억 톤의 선박평형수가 버려진다(그런 무역 배설물 중 약 5,000만 톤이 오대호로 흘러들어간다). 과학자들은 결과적으로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 해파리, 식물, 어류, 물벼룩의 서식지가 바뀐다고 추측한다. 화물선의 선박평형 탱크가 모험 정신이 투철한 수생 침입자들의 3등석 교통수단이 되는 셈이다. 밀항자들은 첫 여행과 두 번째 여행에서는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대부분의 침입은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침입이 반복되는 동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행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날 수 있다. ---pp.71~72 19세기까지 농부들은 구제역을 고약하고 몹쓸 병이기는 해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골칫거리 정도로 생각했다. (118쪽) 구제역이 요즘처럼 고약하고 사나운 바이러스라는 명성을 누리기 시작한 것은 1967년의 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양고기가 체셔 평원에 있는 돼지 농장에 병원균을 옮긴 것이 확실했다(아르헨티나에 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은 19세기에 영국과의 무역을 통해서였다). 체셔 평원 지역은 가축의 밀도라는 면에서 광둥성 신드롬이 나타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축이 분포하는 곳이었다. (…)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농장을 소독하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가축 50만 마리의 살처분을 도왔다. 화장용 장작을 쌓는 데만 450단의 볏짚, 트럭 세 대 분량의 타이어, 900리터의 기름, 250개의 철도 침목, 40톤의 석탄이 들어갔다. 장작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통에 비행기 운항이 취소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전염병을 구제한 지 6개월도 안 되어 영국 정부는 농민들의 원성을 무시한 채 아르헨티나와 무역을 재개했다.---p.123 4장 카니발리즘이 부른 인간 광우병 광우병은 원래 양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괴이한 질병이 무역을 망치는 세계적인 오염원으로 진화한 사례다. (…) 여기서 먼저 침입자의 세계에서도 별종으로 통하는 프리온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자. 현재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을 전혀 전달하지 않는 특정 단백질(인체에 생각이나 소화작용이 일어날 때 소모되는 수백 가지 단백질 중 하나)이 TSE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프리온이라는 이 악당 단백질은 세포 안에 있는 다른 친척뻘 되는 정상 단백질에 빌붙어 지내다가 결국 그들을 때려눕힌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폴딩(folding, 접힘)이라 부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악당 단백질이 서서히 뇌로 전진해가는데, 이때 폴딩이 잘못된 단백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뇌의 회백?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142~143쪽) 그런데 이 살인마 단백질이 인간의 먹이사슬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축산업계에서 우연히 열렸다. 1860년대에 들어 카리스마와 실력을 모두 갖춘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식물, 광물 및 기타 화합물을 연구한 결과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이 농축된 단백질 에너지원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동물(특히 돼지)용으로는 증기를 이용해서 죽은 짐승의 몸에서 액체 지방과 설탕처럼 생긴 고깃가루와 골분을 추출해내는 렌더링 시스템이 1865년에 설계되었다. 리비히 덕분에 ‘과학적 가축 사료’의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되새김동물의 산업적 카니발리즘이 시작되었고 얼마 뒤 이 현상은 대규모로 확대되었다. ---p.146 “미래를 팔아서라도 단일 작물을 통해 손쉽게 재산을 축적하는 나라는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다.” (…) 트와이츠 박사가 경고했던 파산은 커피녹병곰팡이인 헤밀레이아 바스타릭스라는 병원균의 형태로 현실화되었다. (…) 헤밀레이아 바스타릭스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다. 그런데 정작 고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 작물과 다른 식물들 때문에 크게 성장할 수 없었다. 반면에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단일종의 커피나무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실론 섬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진수성찬이었다. (…) 나뭇잎에 내려앉은 포자는 성장하면서 나무의 생명을 빨아먹고 농포라고 하는 수포를 퍼뜨려 더욱 많은 포자를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단일 품종 커피만 재배하는 통에 실론 섬 전체가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곰팡이 번식 공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pp.181~182 2001년에 일어난 탄저균 공격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인 다섯 명이 사망하고 스물네 명의 시민(대부분이 우체국 직원)이 피해를 입었으며 수백만 명이 공포에 떨었다. (…) 그들은 이 사건을 아메리스랙스라고 불렀다. 탄저균 공격으로 미국의 우편 업무가 마비되었고, 생물전에 대비한 안보 대책에 그랜드 캐니언만한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미국 정부는 탄저균에 오염된 건물을 정화하느라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야 했다. (…) 아메리스랙스 사건을 통해 탄저균과 세균전, 인간이 제조한 침입자들의 놀라운 최신 진화 단계를 엿볼 수 있다. 탄저균은 지난 100년 동안 생물학적 극비 계획과 고차원적인 살인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의 최전방에 서 있었다. 여기서 고차원적 살인이란 재산은 파괴하지 않은 채 재산의 소유주만 죽이는 살인 형태를 가리킨다. ---pp.217~219 콜레라는 세계 최초로 명실상부하게 세계화된 질병이며 그 위력이 날로 증가하는 듯하다. 19세기 이후 콜레라는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가고 전염병을 일곱 차례나 유행시켰다. (…) 콜레라는 유역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어디인지 백일하에 드러내주었다. 콜레라는 한마디로 말해 인간이 물을 어떻게 침입하고 이동시키고 오염시키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p.262 콜레라는 1817년 국제 무대에 데뷔한 이래 세계를 일주하며 유행병을 여섯 차례나 일으켰다. 그때마다 이 침입자는 지리적 영역을 야금야금 넓혀가면서 사람들을 죽거나 병들게 만들었고 매번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해나갔다. 1830년대에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영국 북부 지방에 도착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1948년 폴란드에서 병든 이민자들과 함께 증기선 일등칸에 오른 콜레라가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는 데는 겨우 7주가 소요되었다. 2002년이 되자 콜레라는 여객기의 오염된 기내식을 통해 단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누빌 수 있게 되었다. ---p.265 겨울이 따뜻해지고 토지 용도가 미묘하면서도 흥미롭게 바뀌는 일이 늘어나면서 진드기 매개 질병이 유럽, 북아메리카, 아시아로 극악무도하게 밀고 들어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라임병에 감염된 검은다리진드기가 코네티컷 주 올드 라임 마을에서 출발해 미국의 47개 주와 캐나다의 몇몇 주를 거쳐 6개 대륙의 30개국으로 번져나갔다. (…) 그런데 요즘 들어 기후변화에 편승한 병원균이 라임 외에도 많이 늘어났다. 감염 질병이 가득 들어 있던 판도라 상자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뚜껑이 다시 열린 것이다. 기후에 민감한 유명한 질병(실제로 모든 질병은 산악 등반가만큼 기후에 까다롭게 반응한다)으로는 웨스트나일바이러스같이 출현한 지 얼마 안 되는 침입자도 있고, 말라리아나 뎅기열같이 이미 옛날부터 치명적 위력이 입증된 질병도 있다. ---pp.303~304 따지고 보면 병원이란 병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며, 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면역 체계란 공장형으로 사육되면서 노상 약물에 절어 있는 닭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실제로 사스는 야심에 불타는 침입자가 세계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병원에서 발견한 경우다. (…) 호흡기 바이러스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응급실 병동을 나다니게 하는 것은 얼룩홍합 한 마리를 오대호에 던져넣거나 공장형 양계 시설에 조류독감을 잠입시키는 일이나 다름없다. (349쪽) 지금도 언론에서는 사스를 외인성 신흥 병원균처럼 묘사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냉정한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다시 말해서 사스는 순수하게 병원에서 만들어진 질병, 즉 병원 감염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p.3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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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1세기를 위협하는 생물학적 유행병에 대한 보고서다. 세계를 공포로 들끓게 한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사스 그리고 신종 플루를 기억하는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찾아오는 이들은 지난 공포까지 되새기며 더 큰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갖 바이러스를 생물학적 ‘침입자’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침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 책《대혼란》의 저자 앤드류 니키포룩은 머잖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류독감이 유행하고 그것이 인간 유행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가 추진해온 세계화가 본의 아니게 세계를 궁지에 몰아넣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1997년 홍콩에서 최초의 인간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18명이 발병하고 6명이 사망한 뒤 홍콩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3년 12월에는 한국에서도 가금류에서 H5N1이 확인되었다. 같은 해 이미 사스의 대유행으로 공포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당국은 ‘안심’하라는 말을 끝없이 되풀이했지만 양계 소비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사람들은 가벼운 오한, 발열, 기침에도 공포에 몸서리쳤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잊지 말고 손발을 깨끗이 닦으라는 지침을 따르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우리는 무방비 상태였다. 경제 행위의 일환으로 시도되는 모든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거래가 수반된다. 이제는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세계를 누비면서 눈에 띄게 불안정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광우병이 버젓이 세계 시민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은 국제무역과 방만한 권력 덕분이었다. 여행이 용이해지면서(아울러 무엇이든 식재료로 삼는 광둥성의 식습관에 힘입어) 비교적 게으른 바이러스에 속하는 사스까지 해외여행에 나섰고 결국 전염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각국 병원의 심히 유감스런 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침입자들은 가는 곳마다 원색적인 사회 비판을 퍼붓는다. 지난 20년 간 (조류독감부터 구제역까지) 600종이나 되는 가축 질병이 불안스럽게 만연한 것으로 보아 ‘가축 혁명’과 농업계에 만연한 규모 지상주의 사고방식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문명과 함께 들어온 바이러스, 인류에게 해를 끼치는 모든 바이러스는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위대한 생태학자 찰스 엘튼은 50년 전에 이미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천 종의 유기체들이 한데 뒤섞여 자연에서 무시무시한 ‘전위’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식의 난장판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류에게 내린 최악의 저주는 환경이 아무리 끔찍해도 습관화되면 참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세기의 한 저명한 병리학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또한 루돌프 피르호는 “개인의 생명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표출하는 것이 질병이라면 유행병은 대중의 불안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유행병이라는 폭넓은 주제를 설득력 있게 총망라한 이 책은 일촉즉발의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한 미래, 우리 모두의 문 앞에 매복해 있는 미생물 테러리스트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북이다. 우리에게는 여분의 침대와 장비, 백신이나 의약품을 생산할 ‘여분의 능력’이 전혀 없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과 재채기는 반드시 가리고 하세요’라는 식의 첨단 과학기술과 거리가 먼 저급 기술적 메시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는 지금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살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성대한 바이러스 파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