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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 대부 섭고은 사신으로서 제나라로 떠나기 전에 공자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우리 왕께서는 내게 너무 힘에 넘치는 일을 시키셨습니다. 아마도 제나라는 말을 이리저리 둘러대며 일을 자꾸 미루려고만 할 것 같습니다. 필부도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운데, 하물며 제왕을 설득시킨다는 것은 내게 너무 벅찬 일입니다. 제가 처해 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몸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나는 언제인가 선생님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성공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책임을 맡은 일이 실패로 끝날 경우, 책임을 추궁당하게 된다. 설사 성공한다해도 마음의 무거운 짐을 이겨 내지 못하고 병으로 쓰러지게 된다. 일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항상 무사 태평할 수 있는 것은 덕이 있는 사람뿐이다.> 나는 평소부터 극히 질소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 땀 나는 것조차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사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부터는 몸에 심한 열이 나서 얼음물을 마시지 않으면 못 견딜 지경입니다. 이렇듯 아직 제나라로 떠나지도 않아서 병부터 앓게 되었습니다.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죄를 추궁받을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되면 이중으로 화를 입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신하로서 차마 못할 말이긴 하나 소임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장차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p.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