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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집게와 말미잘 자크린느의 눈물 모시 바구니 파묘꾼 마디 지상에서의 마지막 방 한 칸 푸른 푸른 쑥 할매 봄볕 발문·세상에서 가장 낮은 노래_유용주 |
李那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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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2년, 소설가 이나미의 6년 만의 신작
남루하고 너절한 하루하루지만 이어붙이면 그래도 그럴싸한 삶이 그려지지 않겠니? 인간을 이해하는 아홉 개의 퍼즐 중심 아닌 곳에서 소리 없는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올해로 데뷔 22년을 맞은 소설가 이나미가 6년 만에 산고(産苦)를 겪었다. 지난 6년간의 매끄럽지 못한 하루들을 그러모은 중단편소설집 『수상한 하루』가 그 산고의 결과다. 최근 몇 년간 작가가 맛본 여러 가지 삶의 맛을 생생하게 펼쳐놓은 작품집이다. 『수상한 하루』에는 우리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구석들을 있는 그대로 확대시킨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보여준 삶의 단면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곳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누군가의 찌그러진 표정들이 적나라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낯섦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혼잣말을 소설로 형상화한 이 작품집에는 우리가 매일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하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하철 잡상인, 거리의 상인들, 싸이월드 1촌, 온라인 카페 멤버, 엄마의 간병인, 연립 반장 아주머니, 대구지하철 화재 희생자 등 작가는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은 노동자 출신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유용주가 이 소설집의 발문을 적은 것 또한 신선하고도 묘한 우연이다. 중심 아닌 곳에서 소리 없는 하루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낮은 곳에서 만난 찬란한 하루들 『수상한 하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하고도 숱한 사람들이다. 다만 이 땅의 조금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엄마들, 동생들, 자녀들이기도 하다. 소설가 이나미는 왜 이렇듯 생생한 우리네 현실의 인물들을 모두 작품 속 주인공으로 택한 것일까?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사람들 간의 복잡다단한 갈등과 절망, 상처와 은폐된 진실, 이중성을 들춰내 궁극적으로 상호간의 소통과 구원을 모색하는 작업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며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갖고 있습니다.” 소설가 이나미는 이 땅의 낮은 곳, 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습한 구석에서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소설로써 대신 긁어주는 작가다. 그리고 그 부스럼을 그대로 소설 안에 담아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게와 말미잘」에서는 거짓된 신상명세를 바탕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 속고 속이는 나날들을 소개한다. 익명의 온라인 채팅을 통해 수많은 거짓된 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 중국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과 연결한 소설 「자크린느의 눈물」 역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그렸다. 아주머니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가득한 병실생활을 그린 「모시 바구니」, 무명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하여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의 「파묘꾼」, 군생활을 견디다 못해 죽음을 선택한 남동생의 심리를 그린 「푸른 푸른」 등 9편의 작품은 모두 각기 다른 소재와 주인공을 선택했다. 그래서 얼핏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듯 보이지만, 한 발 물러나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각기 다른 모양의 퍼즐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작고 못생긴 퍼즐일지라도, 그 하나가 없다면 퍼즐은 완성되지 않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