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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듣는 노래, 신영옥 My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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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1
DVD - Mus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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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 - My Songs : 프로듀서 노트
이번 음반의 기획에서 우리가 화두로 삼았던 것은 '한국적 크로스오버'였다. 크로스오버가 무엇을 뜻하느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으나, 우리는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클래식의 바탕 위에서 편하고 대중적인 음악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크로스오버라고 칭하기로 했다. 신영옥씨의 이번 앨범을 한국적인 크로스오버로 만들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두었던 분야는 선곡과 편곡이었다.
선곡의 기준을 어떻게 삼느냐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많은 분들이 다양하고도 값진 의견을 주셨다. 우리는 한국의 정서를 지닌 대중적인 곡들을 찾는데 주력했다. 작곡자의 국적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외국의 곡이라도 한국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일이었다. 어머니, 삶, 사랑, 추억과 같은 4가지는 한국의 정서를 드러내는 주제어였다. 애초에는 50여 곡이 물망에 올랐으나 연주자와 기획자들이 여러 번에 걸쳐 의논을 거듭한 끝에 17곡이 최종 연주곡으로 선정되었다. 신영옥씨의 노래는 매우 서정적이고 가슴을 치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이러한 연주자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곡을 고르는 일이 또 하나의 선곡기준이었다. 이와 같은 작업 끝에 선정한 곡들을 주제별로 묶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어머니: 가을밤, Mother of Mine, Songs My Mother Taught Me, 자장가(브람스), 자장가(김순남) 2. 삶 또는 추억: 한계령, Deep River, The Last Rose of Summer,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 산길등 3. 사랑: Annie Laurie, 얼굴, 가을편지, The Water is wide등 선곡과 함께 기획자의 커다란 과제는 바로 편곡이었다.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느낌으로 원곡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전의 작업들처럼 외국의 저명한 편곡자들을 섭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하지만 기법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성차원의 의사소통이 보다 중요한 문제였고 이를 얻어내기 위해 기획자들은 여러 명의 빼어난 젊은 음악인과 접촉했다. 피아노와 베이스 클라리넷만으로 원곡의 스산(?)한 느낌을 모던하게 승화시킨 박종훈씨의 '산길'은 이 음반을 통해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여러 성과중 하나이다.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씨는 'Danny Boy'와 'The Water is wide'에 단아하고도 고급스런 재즈의 풍미를 더해 주었다. 신귀복-심봉석씨의 명곡, '얼굴'은 김민석씨의 여백미 있는 어쿠스틱 기타-베이스 편성으로 더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한다. '김순남의 자장가'에서는 재즈 콤보와 전통악기가 만났다. 한충완씨의 음악적 재능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깔끔한 결합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The Last Rose of Summer', 'Mother of Mine', 'Songs My Mother Taught Me'등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현악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젊은 여류 재즈 피아니스트인 최희정씨의 작품이다. 기획자가 편곡자와 연주자에게 꾸준히 요구한 점은 보통 사람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음높이에 맞추어달라는 것이었다. 음반을 들으면서 함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함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도였다. 반주 녹음에 참여한 이들은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부터 재즈 연주자, 학생들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이 이루어 낸 음악적 성과는 탁월하다. 초기부터 따지자면 10개월이 넘게 걸린 녹음작업을 통해 우리는 음악 만들기의 즐거움을 톡톡히 경험했다. 강충모 교수의 피아노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더할 나위 없는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현악 오케스트라 연주는 Friends of Chamber Music과 젊고 재능있는 지휘자 김진형씨의 몫이었다. 첫 번째 세션부터 기대를 뛰어넘는 앙상블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다. 완벽주의자 기타리스트 이성우씨는 만족할 만한 튜닝에 온 밤을 지새우는 열정으로 녹음에 임해 주었다. 한충완 교수와 이정식씨의 재즈 콤보는 앨범의 표정을 다채롭고도 아름답게 채색해 준다. 박종훈씨, FCM의 객원 피아니스트로 연주한 장성씨의 피아노는 익히 들어 온 그들의 명성을 새삼 깨닫게 해 준 멋진 작업이었다. 신영옥씨는 앨범의 최초 기획부터 깊게 관여했다. 편곡의 음표 하나하나, 가사, 곡의 해석, 호흡, 심지어 diction까지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했고, 직접 점검하는 열정으로 녹음에 임해 주었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신영옥씨의 개인적 경험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노래가 그러하다. '가을밤'을 연습할 때, 어머니 생각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불러보지 못했노라는 고백을 나중에 들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여러 노래에 젖어 있다. 신영옥씨의 보컬 세션에는 Evans Mirageas가 프로듀서로, Tom Lazarus가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Mr. Mirageas는 성악과 오페라의 보고, 데카 레이블에서 A&R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이로서 바바라 보니, 안드레아스 숄등 세계적 성악가들의 음반을 프로듀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Tom Lazarus 또한 클래식 분야에서는 세계 10대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로서 이 지면이 모자랄 정도의 다채로운 경력을 지니고 있다. 최적의 마이크 배치,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이 음반에 쏟아 부었다. 녹음과 믹싱 전과정에 참여한 윤정오 엔지니어의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를 보낸다. 다양한 녹음과 무대 음향 연출 경험의 보유자인 그는 미세한 부분도 지나침이 없는 완벽함과 예술적 감성으로 이 음반의 작은 부분들, 그리고 전체의 균형까지 손보아 주었다. 프로듀서 : 하종욱 / executive 프로듀서 : 송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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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듣는 노래
--- 박종호 (음악 칼럼니스트)
중세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고향인 그 고장을 떠나게 하는 추방령이 가장 큰 형벌로 받아들여졌듯이, 고향이야말로 자신의 무대이자 세계였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넓게 보면 모두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 속에 포함된다.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크게는 이민을 가는 것에서부터 작게는 여행을 가는 것 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을 떠난다고 할 수 있는 여러 경우에 자신의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것은 어떤 경우일까? 그것이 어떤 상황이던 자신이 원래의 세계로부터 멀리 왔다는 것을 가장 실감할 때는 바로 자신이 듣던 음악이 없어졌을 때, 즉 음악의 부재(不在)일 것이다. 여행을 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음악 없는 여행을 상상할 수 있을까? 기행문을 읽을 때, 그 필자가 단 한 줄의 음악이야기도 쓰지 않았거나 아니면 정말 한 곡의 음악도 듣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여행은 무언가 소중한 것이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라면 몰라도 도시라면 어디나 라디오가 있고 포터블 플레이어가 보편화된 지금이 아닌가? 혹시 아마존의 정글이나 히말라야 산 속을 가더라도 음악이 없다는 것은 주인의 무신경 탓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에 남자 주인공이 한 어린 소녀와 함께 하와이로 휴가를 가는 이야기 나온다.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하와이 공항에 내린 직후 주인공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는 공항에서 곧장 면세점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포터블 미니 컴포넌트 시스템을 망설이지 않고 구입한다. 그리고 소녀와 함께 바닷가로 가서 비치 체어에 누워 푸른 태평양을 끝없이 바라보기 시작한다. 칵테일을 마시는 하루키와 하와이언 펀치를 마시는 소녀, 두 사람이 함께 선글라스를 낀 채 누워 있을 때, 그 미니 컴포넌트는 두 사람 사이에서의 해변에서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광경인가? 고향을 떠난 두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것은 음악이며, 그 음악 때문에 두 사람은 공간적 이동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평안한 정서를 계속 유지하면서 낯선 바닷가의 일상을 유유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처음 군대에 갔을 때, 그들에게 예기치 않게 당장 닥치는 것은 음악 부재의 상태이다. 물론 군영(軍營) 어디에서나 울려 퍼지는 군가(軍歌)들이 종일 귓가를 때리지만, 집을, 가족을, 사랑하는 친구를,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를 떠난 그들의 가슴을 적시지는 못한다. 그러니 그것을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취침나팔이 그치고 저편의 막사에서 마지막 구령을 외치는 소리가 아련히 사라지면, 아직도 뒷목덜미가 새파란 훈련병은 그 동안 익숙하게 듣던 음악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 때 그는 자신이 자기의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훈련이 피곤하더라도 멀리 타향에 있는 병영의 밤에 항상 잠이 잘 오는 것은 아니다. 취침 시간이 지나면 불을 켜서도 안 되고 물론 일어날 수도 없다. 아직도 잠이 들지 않은 같은 내무반원들끼리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가 하는 놀이를 한 적이 있다. 모두 누운 채 조그마한 목소리로 생각나는 음식들을 말하였다. 대부분은 자장면을 말했던 것 같다. 그 다음이 스파게티, 냉면 등이었던가? 그리고 몇몇이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을 말하였다. 자장면을 말할 때는 없었던 액체가 베게를 적셨다. 그 훈련병들이나 먼 곳의 여행가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음악을 떠올려보라고 말한다면, 자신들의 성장 배경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그중에는 베토벤도 바흐도 물론 비틀즈도 퀸도 있었다. 그러나 음악을 열심히 들어왔던 사람이건 최근 수년 간 세상사에 바빠서 음악을 멀리했던 사람이건, 그들 누구의 마음속에나 깊숙이 흐르는 공통된 음악이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들들을 길러낸 어머니의 노래, 그 따뜻한 체온과 그 다정한 냄새를 불러일으키는 노래, 그런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 고향의 노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추억의 노래들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음악은 사실 시대와 종족을 초월해서,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어서, 듣는 누구에게나 가슴 벅차거나 눈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주는 것이다. 싱가포르를 가던 비행기 속에서 윌리엄이라는 한 싱가포르 계 캐나다인이 옆에 앉은 적이 있었다. 우연히 음악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가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호세 카레라스의 리사이틀을 보았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리다가 그는 그 때 어떤 한국 소프라노가 함께 나와 노래를 불렀었는데, 그녀의 그 인상적인 노래와 짙은 정서를 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캐나다에 살고 있던 그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강한 감동과 향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에게 신영옥이라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고, 서울에 돌아온 후 그녀의 음반을 그에게 보내주었던 적이 있었다. 신영옥은 자랑스러운 한국의 소프라노일 뿐 아니라, 정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성악가이다. 이제 와서 그녀가 메트로폴리탄이나 코벤트 가든, 바스티유에 섰던 이미 지난 얘기를 다시 들출 필요도 없다. 그녀는 한국인이며 또한 국내에서 성장했던 예술가이다. 비록 지금 외국에서 세계를 상대로 활약하지만, 그녀의 심중(心中)에는 항상 고향의 가을과 추억과 그리고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것과 같은 기억과 정서가 서려있을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정성을 다하여 만들어진 이 음반을 보면 곡목의 선정에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는 지금, 고향의 집에서는 당장이라도 어머니가 뛰어나오고 뒷마당의 익숙한 나무에는 달이 걸릴 것만 같은 그런 곡들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 누구나 편하게 듣곤 하던 그런 친숙한 곡들이다. 곡들의 소재는 어머니, 고향, 추억, 사랑, 가을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음반에서 노래를 부르는 신영옥의 가창은 오페라 무대에서 보던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다. 드레스를 입고 각광(脚光)을 받으면서 화려한 아리아를 노래하던 그 신영옥이 아니라, 가을 저녁 고향집의 툇마루에서 우리 같은 평범한 친구들에게 불러주는 듯한 그런 편안한 음성과 발성으로 자신의 가슴을 노래한다. 가요도, 동요도, 팝송도.... 우리 주위의 다정했던 모든 노래들이 그녀의 서정적이고 또한 균질한 음성에 실려 다시 우리의 시(詩)가 되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노래들을 귀가 아닌 가슴과 기억으로 듣는다. 윌리엄에게 보내줄 음반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