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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根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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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군수 마피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건설 마피아가 있다."
이런 도발적인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저자는 시종일관 격정적인 문장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삶과 미래를 짓밟고 있는 사람들을 성토한다. 바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간척 사업이라는 "새만금 사업"을 각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려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말이다.
<새만금 사업이란 무엇인가> 박정희 군사 정권과 전두환 군사 정권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서남해안 간척 자원을 조사해 군산시·부안군·김제시를 포함하는 해변과 갯벌, 즉 새만금 지역을 간척 최적지로 판정했다. 호남의 곡창 지대 만경평야 옛 이름 금만평야를 따서 만경평야와 붙어 있는 갯벌을 새로운 금만평야로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새금만'이라 지었다가, 이것을 원래 지명과 쉽게 구별하려고 앞뒤 말을 바꿔 '새만금'이란 낱말을 만들어냈다. 새만금 사업은 새만금 지역 갯벌을 간척해 농지 2만 8,300ha와 담수호 1만 1,800ha를 만드는 공사다. 총 4만 100ha의 갯벌,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자연의 보고를 제멋대로 가공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이 사업은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나라에서 시행한 간척 사업의 평균 규모인 38.4ha의 1,000배가 넘는다. 처음 시작할 때 총 사업비는 1조 3,000억 원이었는데 2000년까지 2조 2,137억 원으로 올라가더니 2001년 1월 3조 489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앞으로 내부 개발비로 쓰일 돈은 얼마가 될지 제대로 감을 잡을 수도 없다. <새만금 갯벌의 가치와 기능> 우리 나라 땅덩어리는 좁다. 하지만 세계적인 갯벌 부자다. 국토 면적의 3%가 갯벌이고, 그 83%가 서남해안에 있다. 특히 서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이다. 이 중 전라북도 갯벌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새만금 갯벌이다. 새만금 갯벌을 없애버리면 전라북도 갯벌 90%가 사라진다. 바다 생태계와 민물 생태계가 만나는 이곳 갯벌에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육지에서 흘러 들어오는 영양 염류가 많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땅속 깊이 깔려 있고,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먹이 사슬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각종 조개류, 각종 게와 낙지, 망둥어가 지천에 널려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 및 그 주변에 서식하는 어류는 200여 종, 갑각류가 250여 종, 연체동물이 200여 종, 갯지렁이류가 100종 이상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해양 무척추동물, 미생물, 200종류 이상의 미세조류가 분포한다. 또 100종이 넘는 바다새도 이들을 잡아먹으며 갯벌에 산다. 전북에서 나오는 조개류가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백합 65.1%, 동죽 81%, 맛 48.8%다. 이것들 대부분이 새만금 갯벌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에서 생산하는 주요 조개류가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이다. 새만금을 간척하면 이들을 잃는다.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강이 흘러서 바다와 만나는 지점은 풍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혈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땅의 영양 물질들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곳이고, 물 속 생태계가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영양 공급을 받는 젖줄입니다. 바로 젖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새만금입니다.” 게다가 새만금 갯벌은 10만 톤 규모 하수도 종말 처리장의 40배에 가까운 정화력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된 처리 시설도 없이 몇십 년 동안 공장의 오폐수를 바다로 흘려 보내면서도 이만큼 버텨왔던 것은 갯벌이 그만큼의 정화 기능을 해주고 있었던 덕이다. 또한 갯벌은 홍수, 폭풍, 해일을 완화시켜준다. 태풍이나 해일이 다가오면 물이 갯벌 속으로 스며들어 충격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새만금 사업은 처음 거론되었을 때부터 경제성 없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억 속에 묻혀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떠들어대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쓰고 다시 태어났다. 전라도 지역의 민심을 잡겠다고 너도나도 새만금 사업을 전라도 지역 개발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갯벌에서 먹고 사는 어민들에게 1년치 수입도 안 되는 보상금을 안기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새만금 사업은 이제 엄청난 환경 재앙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담수호를 만들겠다던 시화호가 수질 관리의 실패로 모두 썩어가자 결국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쓸모없는 해수호가 되었듯이 새만금 지역에 만들겠다는 담수호도 제대로 수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부는 1999년 방조제 공정률 66%인 시점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만금호 수질을 어떻게 농업 용수 수준으로 유지할 것인지 대책을 내놓았다. ① 전주권 개발 제한 구역(green belt) 중 해제 지역을 모두 녹지로 보전한다. ② 오염 총량 규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새만금과 전주권의 도시/산업 개발을 하지 않는다. ③ 동진강과 만경강 주변 농경지 비료 살포량을 30% 줄인다. ④ 9,700억 원으로 각종 오염 정화 시설을 새만금 지역에 건설한다. ⑤ 동진강 물을 비가 오지 않을 때 모두 만경강이 흐르는 곳으로 끌어들인다. ⑥ 금강호의 물도 최대한 만경강이 흐르는 곳으로 끌어들인다. ⑦ 동진강과 만경강 주변 축사에서 나오는 돼지와 젖소의 똥·오줌을 94.5% 없앤다. ⑧ 동진강과 만경강 주변 축사에서 나오는 닭과 한우의 똥·오줌을 100% 없앤다. 실현 불가능한 대책일 분더러 이 대책에 실현된다면 전라도 지역 사람들은 새만금호 하나 때문에 모든 불편을 감수해야 하면 결국을 아무런 개발 사업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새만금 사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허파와 콩팥과 자궁이 썩어간다> 온갖 생명체로 가득 차 각종 어패류를 무상으로 안겨주던 생태계, 10만 톤 처리 규모 하수 종말 처리장 40개만큼의 정화 능력을 갖춘 새만금 갯벌이 죽어간다. 해마다 수억 마리씩 북상하던 조기 떼가, 갯벌을 가득 메웠던 백합, 동죽, 짱둥어, 바지락 들이 사라지고, 갯벌에서 생계를 유지해온 어민들의 삶이 무너져간다. 이 책은 새만금 사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사업 진행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밝힌다. 새만금을 막으면 경제적 효과가 뛰어나 너도나도 잘사는 땅이 된다는 장밋빛 미래를 펼쳐보이는 이들의 허황된 거짓말을 낱낱이 파헤치는 저자는 이대로 방관하고 있는다면 우리가 파괴한 자연의 상처가 머지않아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꽂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동 건설 경기 퇴조 이후 유휴 건설 장비를 활용하기 위해 간척 사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의혹은 겁어두더라도 현재 우리의 삶을 위해 미래 우리 후손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잘못을 바로잡고 이제부터라도 상생을 위해 게획을 새워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