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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발드마 사건의 진실 |
Edgar Allan P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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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발드마는 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이삼 분 전에 그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인 듯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아니, 지금까지는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제는--이제는 죽었어."
--- p.22 「M. 발드마 사건의 진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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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얼어붙은 나는 눈을 들어 시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붕대에 감겨 있던 턱이 어찌 된 일인지 드러나 있었다. 뒤틀린 검푸른 입술은 마치 미소를 짓는 듯했고, 사방을 둘러싼 어둠 속에서 베레니체의 하얗고 반짝이는 섬뜩한 치아가 나를 향해 번득였다. 그녀의 치아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한 현실 속에 다시 한번 나타난 것이다.
--- p.42 「베레니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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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계를 오르던 사람들은 일순간 더할 수 없는 공포와 경악 속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건장한 경찰관 여섯 명이 힘겹게 벽을 부수고 있었다. 벽은 한꺼번에 무너졌다. 시체는 꼿꼿이 선 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시체의 머리 위에는 끔찍한 짐승이 붉은 입을 벌린 채 불꽃같은 외눈을 빛내며 앉아 있었다.
--- p.65 「검은 고양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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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절망한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무모한 용기를 발휘하여 곧장 검은 방으로 몸을 던졌고, 흑단시계 그림자 속에 움직이지 않고 꼿꼿이 서 있던 살인자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로 숨이 멎을 듯했다. 그들이 폭력을 동원하여 함부로 잡아뜯은 시체 같은 가면과 수의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p.150 「붉은 죽음의 가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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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학을 예견한 문학의 아버지이자 장르문학의 효시, 에드거 앨런 포
영국시인이자 평론가인 W. H. 오든은 포가 세계 문학, 또는 장르 문학에 미친 영향을 다음과 같은 말로 평가했다. "포의 자기 파괴적 소설들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주인공들의 냉철한 추리는 셜록 홈스와 그 선후배들을 낳았으며, 미래에 관한 소설들은 H. G. 웰스를, 모험 이야기들은 쥘 베른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소설로 이끌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포가 "예술에서 도덕적 모티프를 걷어냄으로써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했고, 유미주의자이자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오스카 와일드는 포에게 "리드미컬한 언어의 제왕"이라는 찬사를 바쳤다. 일생을 포 작품의 프랑스어 번역에 바쳤으며 『악의 꽃』을 집필하며 포에게서 가장 크게 영향받았다고 고백한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또 어떤가?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라 불린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는 "에드거 앨런 포는 보들레르를 낳고, 보들레르는 상징주의자들을 낳고, 상징주의자들은 발레리를 낳았다"고까지 했다. 즉, 에드거 앨런 포가 없었다면 스테판 말라르메나 폴 발레리, 보들레르 등의 프랑스 상징주의자들은 그들의 유미주의적이고 초현실적이며 염세적인 문학적 세계관을 채 형성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역시 그의 장편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죄와 벌』에서 포의 시 「까마귀」와 소설 「아몬티야도 술통」을 인용하며 존경을 바쳤고, 그 외에도 그를 너무나 흠모하여 아예 자신의 이름을 포의 이름처럼 개명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를 비롯, 올더스 헉슬리, 토마스 만, H. P. 러브크래프트, 레이 브래드버리 등이 그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였다. 이렇듯, 에드거 앨런 포는 19세기 미국문학을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추리소설, 모험소설, SF 소설 등 장르문학을 태동시킨 효시이기도 했다. 즉 20세기 문학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예견한 것이다. 그러나 살아생전, 그는 이런 영광을 채 누리지도 못하고 가장 비참하고도 기괴한 죽음을 맞았다. 실용주의를 추구한 미국문단은 그의 소설이 지나치게 '독일적', 즉 고딕적이라고 매도했고, 문단의 패거리 문화를 경멸한 그의 날카로운 입심을 두려워했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들어 그의 사생활을 의심했다. 포가 세상을 떠난 직후, 포의 친구이자 저명 저널리스트인 촌시 버Cauncey Burr는 "그의 많은 글이 보여주는 공포의 완성도가 그의 도덕적 결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부당한 평가가 있어왔다"라고 한탄했을 정도다. 문학사상 가장 스캔들러스한 작가, 가장 불행했던 천재 포를 둘러싼 무시무시한 소문들과 '불멸의 오명'의 역사는 무엇보다 평소 그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그의 편집자 루퍼스 그리스월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월드는 포에 대한 무수한 거짓말을 퍼뜨렸고, 이를 위해 포의 편지를 위조하고 빼돌리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에드거 앨런 포가 사도마조히스트, 술주정뱅이, 약물중독자, 조울증 환자, 소아성애증 환자, 시체애호증 환자였다는 악성 루머들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반사회적 행동을 찬양하는 데카당 일파들도 포에 대한 신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으며, 등장인물의 광기 속에서 작가 자신의 광기를 보고 싶어하는 평범한 독자의 로망 역시 그에 한몫했다. 물론 그 속에 진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포는 정신적인 문제로 적지 않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포의 광기는 천재에게 닥치는 신비로운 고통뿐 만은 아니었다. 포가 살았던 시대와 그가 겪었던 사건들을 돌아보면, 그의 광기를 이해할 수도 있다. 포가 태어난 1809년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태동한 시기였고, 독립에 뒤따른 나라 밖 위협이 계속되었으며 남북의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원주민 추방이 한창이었고 노예제는 최대의 정치 이슈였다. 포의 일생 동안 미국의 역사는 극도의 사회분열과 국가적 범죄와 경제혼란의 대연속이었으며, 이는 결국 1849년 포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뒤, 남북전쟁(1861~1865)으로 폭발했다. 평생을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았던 포의 개인사는 이 시대와 겹쳐진다. 포는 작가로서보다 먼저 비평가 겸 편집자로 명성을 얻었다. 보스턴과 뉴욕 중심의 북부 비평이 문학판을 주도한 당시 상황에서 남부에 본거지를 둔 포의 문학잡지 《남부문학 메신저》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실제로 포는 주류문학의 관행들, 특히 지인들의 책 '띄워주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그렇게 '뜬' 책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짓밟았으며, 이로 인해 "도끼인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포가 날카로운 비평의 칼날을 휘두르며 당대의 문학권력에 도전한 것은 그의 유미주의 성향 때문이었다. 포는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비평을 통해 예술의 기준을 높이려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편협하고 옹졸한 당대 비평 풍토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포 자신이 문학판 이전투구의 희생자가 되었지만, 어쨌든 포의 헌신으로 미국 대중비평이 한 차원 높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당시 북부 문학패는 출판 시장을 지배하던 문학권력이었고, 포처럼 그들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은 미국 비평에서 유례없던 일이었다. 그가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도 한참 동안 출판사를 찾지 못해 곤란을 겪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사회 전체를 강타했던 경제 혼란과 영국작가 위주의 출판 관행(출판사는 인세를 지불해야 하는 미국 작품 출판에 인색했다), 일정한 시장이 보장된 장편 위주의 출판 관행 등 때문에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 겸 연사였던 포는 출판사를 구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었다. 고통에서 이끌어낸 광기와 절망의 글쓰기, 고딕소설 「베레니체」 「리지아」 「엘레오노라」 등의 작품 속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이라는 주요 테마는 그의 삶의 주요 테마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고아가 되었으며, 첫사랑을 바쳤던 동급생의 어머니는 미쳐서 죽었고, 처음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은 다른 남자에게 갔고, 사랑하던 양어머니를 잃으며 다시 한번 고아가 되었다. 그리고 만 열세 살에 포와 결혼했던 어린 아내 버지니아는 끔찍한 가난 속에서 혈관질환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집에 묶어낸 열네 편의 공포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의 구성력, 주요 모티프, 문장의 대가들을 절망케 하는 동시에 찬탄을 바치지 않을 수 없게 한 천의무봉의 문장력 등을 고루 엿볼 수 있는 핵심이자 정수이다. 19세기, 문학적 변방이었던 미국을 낭만주의 고딕소설과 시를 통해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이끈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영화, 드라마, 소설, 게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내러티브 속에 살아숨쉬는 '이야기의 원형'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요즘 어셔 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에 좋은 곳은 아닙니다. 그 반대지요. 이곳에 살면서 돌들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집이 곧 산산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 집이 무너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하실지. 이제 나는 정상적이고 균형 잡힌 부류의 인간들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_<어셔 저택의 몰락>을 테마로 작곡하던 당시의 클로드 드뷔시 극도의 고통 속에서 이성과 광기를 넘나드는 포의 등장인물들은 악몽과도 같은 자신의 의식과 행동을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설명한다. 그들의 광기의 논리는 독자를 설득하지 못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한다. 즉, 그들을 광기로 내몰았을 고통에 주목하게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 무엇, 합리적 판단을 무력케 만드는 그 무엇, 날카로운 고통의 감각, 강렬한 사랑과 분노의 감정이다. 그래서 포의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공포의 느낌으로 기억된다. _역자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