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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끔찍한 일이 퍼거스에게 일어났다. 어깨가 흔들리더니 크나큰 흐느낌이 밀려왔다. 퍼거스는 여자처럼 엉엉 울었다. 꼭 엄마처럼. 여기, 자신의 형 앞에서. 그는 두 손에 머리를 묻었다. “형.”
침묵이 흘렀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형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 p.219 “멜, 너는 시간이 잊어버린 아이가 아니야.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너를 잊을 수 없단다.” 나는 빙긋 웃고는 결박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내렸다. 아버지가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쥐었다. “조심해 가거라, 멜. 다른 편에 다다르면 편안히 쉬어라. 나도 네 뒤를 바짝 따라갈 테니.” 나는 웅얼거렸다. “오, 아버지. 아버지도요?” “그래, 나도.” 아버지는 내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는 검지를 내 빰에 대고는 갑작스러운 눈물의 강을 닦아주었다. --- p.294 “한때 트랙터(tractor)에 열광했다가 이제는 그렇지 않은 친구를 뭐라 부르는지 알아?” 퍼거스는 수화기를 응시했다. 패트릭은 미쳤다. “얼마나 오래된 농담을 하는 거냐?” “자자, 계속 추측해봐. 시원하게 식혀준다는 게 힌트야.” “몰라.” “넌 이걸 좋아하게 될걸.” 히이힝 소리가 전화선을 따라 흘러나왔다. “바로 환풍기(extractor fan)야. 이해가 돼?” 퍼거스의 속이 메스꺼워졌다. “오, 패트릭.” 그는 몸을 구부리고는 탁자를 잡았다. “그건 정말…….” --- p.322 “우리는 작위의 죄보다 태만의 죄에 의해 더 많은 고통을 경험한다.” 퍼거스는 눈을 꼭 감고 눈물을 꾹 참았다. “야 이놈아. 도대체 무슨 헛소리냐?”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팔로 퍼거스를 부드럽게 안았다. “형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건 죄가 될 거예요, 아버지. 하지만 우리가 방해하지 않으면 더 큰 죄가 됩니다.” 그는 침을 삼켰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용서란 없을 거예요. 절대로. 미래는 잘못될 거예요. 모든 게 잘못될 거예요. 난 알아요, 아버지. 나를 믿으세요.” --- p.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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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어느 날, 삼촌과 함께 북아일랜드의 경계를 넘어 남쪽으로 내려간 퍼거스. 토탄을 캐려고 구덩이를 파던 참에 그는 한 여자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란다. 처음에는 IRA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2000여 년 전 철기 시대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편 퍼거스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의 접경지대를 가로지르며 비밀스럽게 꾸러미를 나르는 임무를 맡는다. 퍼거스는 꾸러미에 셈텍스라는 폭탄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몹시 주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그의 형이자 IRA 단원인 조를 살리기 위한 일. 형이 지나친 단식 투쟁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며 퍼거스는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아일랜드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는 형에게 아버지는 격려와 박수를, 어머니는 슬픔의 눈물을 보낸다. 혼란에 빠진 퍼거스는 ‘그래도 죽지 마!’라고 외치고 싶을 뿐. 형의 단식 투쟁은 하루하루 날을 더해가고, 피하고 싶었던 최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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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카네기 메달 수상! 비범한 작가, 비범한 사람 시본 도우드가 전 세계 청소년에게 남기고 간 선물
남북이 분단된 또 하나의 나라, 아일랜드의 분쟁 지역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 유작으로서는 최초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춘기 청소년이 겪는 내적인 갈등을 당대의 정치적 갈등과 연결시키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래도 죽지 마!』를 남겨놓고, 은빛 조각이 되어 세상을 뜬 작가는 개인에게 강요된 희생과 인간 영혼의 굴하지 않는 힘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삼촌과 함께 구덩이를 파던 18살의 퍼거스는 예상치 못한 발견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습지에 묻혀 있는 여자아이의 시체! 아이는 IRA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퍼거스는 자신을 둘러싼, 혼돈의 세계에 깊숙이 휘말린다. 감옥에서 단식 투쟁 중인 형, 두근거리는 감정으로 다가오는 코라, 아일랜드 분쟁 때문에 서로를 할퀴는 엄마와 아빠. 퍼거스의 꿈속에 가녀린 목소리가 찾아오던 날, 습지에서 발견된 아이의 비밀도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한평생 옥중에 수감된 작가들의 권리 옹호를 위해 온 힘을 쏟느라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작가적인 역량을 희생해야 했던 영국 작가 시본 도우드. 자신의 몸속에서 암이라는 치명적인 병이 자라고 있을 무렵, 그녀는 비로소 펜을 잡기 시작한다. 작가가 투혼을 불사르며 써내려간 네 권의 책 가운데 하나인 『그래도 죽지 마!』에는 청소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작가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개인의 문제로만 침잠하지 않기를, 가족과 민족,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기를, 따뜻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우리와 닮은 꼴 아일랜드, 그곳에서 전해오는 유의미한 메시지 아일랜드는 우리와 많이 닮았다. 다른 나라로부터 오랜 시간 지배를 당한 식민지의 경험, 배고픔으로 점철된 잊지 못할 가난의 기억, 스스로를 가장 슬픈 민족이라고 여기는 일종의 ‘한’까지. 『그래도 죽지 마!』에서 보여주는 아일랜드와 우리 민족의 공통점은 남과 북이 분단되어 겪는 비극이다. 남쪽의 아일랜드 공화국은 독립된 국가이지만,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의 통치하에 있다. 이로써 북아일랜드에서는 민족의 자유를 염원하는 사람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날을 세우며 피와 폭력이 난무한 분쟁을 종종 일으키곤 한다.『그래도 죽지 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러한 상황에서 ‘민족을 배신할 것인가, 민족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이러한 문제는 남북이 분단된 또 하나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다. 자기 안으로의 침잠을 벗어나, 보다 큰 것을 고민하게 하는 소설 『그래도 죽지 마!』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하나는 1981년 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는 18살 퍼거스의 이야기, 또 하나는 2000여 년 전 철기 시대를 살았던 여자아이 멜의 이야기이다. 두 주인공은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며, 서로 간의 연결 고리를 적절하게 이어간다. 북아일랜드의 자유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퍼거스, 부족을 구원하기 위해 희생된 멜. 시대는 다르지만 둘은 어쩌면 공동체라는 거대한 힘 아래 놓인 운명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이 소설은 반항, 가출, 성적, 폭력 등 개인의 내적 고민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오늘날의 우리 청소년들에게 강렬한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공동체의 운명이 나의 운명과 별개가 아님을, 공동체의 운명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제안하며! 독자들은 퍼거스의 머릿속을 뒤흔드는 거대한 고민들을 내 것인 양 함께 보듬어 안음으로써 보다 크고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주제, 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소설 『그래도 죽지 마!』는 사뭇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무겁거나 어둡게 그려져 있지 않다. 정치적인 갈등과 개인의 희생, 인간의 나약함,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가 씨줄이라면, 작가의 탁월한 유머 감각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동감 있는 대사, 아름다운 문장력이 날줄이 되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다. 죽음을 앞둔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 곳곳에 유머가 녹아 있고, 허를 찌르는 반전이 숨어 있어, 독자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과 호기심을 늦추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