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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나가다
어떤 것, 모든 것, 아무것도 아닌 것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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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오렌지 비프

1st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분노 _ 홧김에 자원봉사
삶의 연속성 _ 어느 밤의 졸음운전
강요 _ 멘토가 된다는 의미
딜레마 “Be Assertive.”
스트레스 _ 〈헤드윅〉과 어이없는 교통사고
상식 _ 점심시간의 산책
일상 _ 출근 준비 매뉴얼

2nd 거기와 여기, 그리고 우연의 부재
공간 _ Cookie Cutter House
지방 _ 하프마라톤
혼자 _ 금요일 저녁, 혼자 마시는 술
권태 _ 목요일의 장보기
서두름 _ 금요일의 아침
심오함 _ 토요일의 조조 영화와 저녁 요리
일요병 _ 일요일, 늦은 오후의 서점 나들이
가까움 _ Best Parents' Award
삶의 무게 _ 거기와 여기, 그리고 우연의 부재
인연 _ 맺고 싶지 않은 인연

3rd 나는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남의 말 _ 낮술과 화장실, 유럽의 여름
평범함 _ 소년의 아빠를 만난 졸업여행
서로 다른 기억들 _ 몸에 담은 도시
나쁜 기억 _ 두 얼굴의 바다
질펀함 _ 헤밍웨이의 섬에서 벌어진 총각파티
삶 _ 북유럽에서 들고 돌아온 이야기들
조급함 _ 바다, 남하
자긍심 _ 내 새끼를 찾아서
들뜬 마음 _ 겨울의 복도와 치사한 싸락눈

4th 품에 안고 있고 싶었던 것들
추억 _ 어머니의 요리책과 감자 케첩 볶음
실망 _ 비스킷과 손이 따뜻한 소년
감상 _ 별 의미 없는 송편
위로 _ 초콜릿칩 쿠키에 얽힌 세 가지 이야기
사라지는 것 _ 뉴욕이라고는 없는 치즈케이크
가벼움 _ 김치의 굴욕

5th 익숙했던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해방감 _ 귀찮음+어색함>두려움
마음속 바람 _ Silent night, Siren night
기억 _ 어둠 속의 치즈버거
의심 _ FAQ

에필로그
익숙함 _ 흑백논리의 감정극장

저자 소개 1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건축 대학원을 졸업했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vsdesign’에서 일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에스콰이어〉, 〈GQ〉 등 각종 매체에 음식 평론과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한국 음식 문화 비평 연작으로 『외식의 품격』과 『한식의 품격』을 집필했고, 본격 식문화 세계에 관한 저서 『냉면의 품격』, 『미식 대담』,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썼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에 『패밀리 밀』, 『뉴욕의 맛 모모푸쿠』, 『인생의 맛 모모푸쿠』 등 세계적인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건축 대학원을 졸업했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vsdesign’에서 일했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에스콰이어〉, 〈GQ〉 등 각종 매체에 음식 평론과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한국 음식 문화 비평 연작으로 『외식의 품격』과 『한식의 품격』을 집필했고, 본격 식문화 세계에 관한 저서 『냉면의 품격』, 『미식 대담』,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썼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에 『패밀리 밀』, 『뉴욕의 맛 모모푸쿠』, 『인생의 맛 모모푸쿠』 등 세계적인 요리사들의 책을 번역했다.

www.bluexmas.com
@bluexmas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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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40g | 150*196*30mm
ISBN13
9788991684676

책 속으로

그녀는 할 얘기가 있으니 어서 사무실로 오라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불안함을 감추는 요령이 없는 목소리였다. “Is it something serious?”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오라고만 했다. 아, 올 게 왔구나. 바로 그 전날, 회사에서는 대규모라고 할 수 있는 정리해고가 이루어졌다. --- p.8

금요일 야근이 끝나면 어김없이 바에 들러 5달러짜리 쓰고 차가운 에일 맥주 몇 캔을 마셔 열을 식혔다. 술은 집에도 언제나 있었으니 단순히 술 때문이라면 집으로 곱게 돌아가서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사람 구경을 하고 싶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 구경이라기보다, 그저 사람을 주변에 두고 술을 마시고 싶었다. --- p.85

나에게 있어 장보기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또 복잡한 의식과도 같았다. 쌓인 스트레스를 장보기로 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말에 빼놓고 사지 않은 재료를 사러 평일 퇴근길에 가가에 들르면 시간이 많이 허비되기 때문이었다. --- p.88

계속 사 먹기만 하고, 음식 만들어 먹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다면 나의 삶이 그런 음식에 얽매일 수밖에 없을 텐데 나는 그걸 거부하고 싶었다. 내 삶은 나의 것이고, 나는 그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었으며, 또한 나를 언제나 잘 대접하고 싶었다. --- p.109

음식 만들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에서 가장 순수한 노동이었다. 날카로운 칼로 재료를 깎고 자르고 다듬고 썰며 뜨거운 불로 지지고 볶고 굽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나는 어느새 아무런 잡생각 없이 음식 그 자체만을 만드는 데 몰두했고 흐르는 땀과 함께 스트레스도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 p.111

그런 종류의 이상이나 그런 이상이 깃든 건물을 이야기하기에 나는 내 삶도 어떻게 바꾸는지 몰랐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저 차이라면 그래도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나 건물을 꿈꾸고, 나는 내 자신을 바꾸거나 바꾸지 못해 고민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상대적으로 삶을 쓸데없이 소모적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p.203~204

모니터나 종이를 통해서 보던 도면의 세계가 물질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나는 잠시 감동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냥 잠깐이었다. 나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을 빼놓는다면 건물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여느 건물과 별다를 바가 없었으니 특별히 더 감동을 느껴야 될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 p.204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는 땅이 있다면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는 이 땅도 너무나 갑자기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조금 슬퍼지려고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밤만 계속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고요한 밤은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사실 오래전에 알아차렸으니까. --- p.279

나는 집을 버릴 수밖에 없었고, 집도 나를 버렸다. 나는 부른 배와 씁쓸한 기분을 안고, 적당한 가격에 마지막 며칠 동안 임시 보금자리 노릇을 해줄 모텔을 찾아 길을 나섰다. 여느 때였다면 음악을 틀어놓고 싸구려 포도주에 취해 혼자라도 맛있고 즐겁게 먹겠다고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을 토요일 밤이었다.

--- p.287

출판사 리뷰

미국에서의 8년.
우연의 부재 속 그 땅에서 치열하게 적응하고 살아온, 서툰 자아의 기록
건축, 여행, 음식 이야기가 담긴 일상, 무심한 듯 다정하게 더듬어


8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저자 이용재는 이 책 『일상을 지나가다』에서 그 땅에서의 일상을 밀도 높은 글쓰기로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업으로 삼았고 이제는 자기 자신이 되어버린 건축과 낯선 땅에서 위로가 필요할 때 훌쩍 떠나는 여행,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인 음식 만들기 등 그 땅에서의 아주 사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문체로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어색했지만 나름 잘해내고 있다고 여기며 조금씩 책임감마저 느끼며 회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어제까지만 해도 잘 들어갔던 회사의 이메일 서버에 갑자기 접속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뜻밖의 정리해고를 당하는 시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책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조를 띠며 8년간의 일상을 무심한 듯하지만 다정하게 더듬고,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그냥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 뱀이 허물을 스르륵 벗어놓고 자기 것도 아니라는 양 시치미를 데며 슬금슬금 사라지듯. 그러나 나는 그, 막 벗어 아직 따끈따끈할 허물까지 입에 물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마치 이 땅에 몸담은 적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호흡을 유지하며 흐르고, 정리해고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유유하다. 저자는 은밀한 부분까지도 요란스럽지 않게 드러내고 보는 사람이 도리어 머쓱해질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척 거리를 둔다. 봉사활동, 멘토링, 매주 치르는 의식 같은 장보기, 10분 만에 점심을 해결하고 산책하기, 일요병을 달래기 위한 서점 나들이, 마라톤, 토요일 아침마다 극장에 가 화장실 유머가 가득한 미국 코미디 영화 보기 등 일상을 세세하게 탐색하면서도 글을 관통하는 감정이 하나의 선처럼 이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마치 문학 작품을 읽는 듯, 텍스트에 힘이 담긴 드문 에세이다. 각 꼭지마다 붙어 있는 키워드와 본문을 함께 연결시켜 읽는 재미도 크다. 또한 그가 직접 찍어 온 사진들이 눈길을 끄는데, 가식 없이 담백한 감각이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듯 인상적이다.
익숙한 것들, 익숙하지 않은 것들, 혹은 그 무엇과의 거리Distance
매 순간을 진정으로 살되 마음은 두지 않는 것. 남의 눈이나 세상은 의식하지 않기

저자는 이 책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을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의 이목에 부대껴가며 불편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디자인하고 살아낸다. 의식할 것이 너무 많고 신경 쓸 것도 차고 넘친 요즘 세상에서 조금은 시니컬한 듯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저자의 스타일은 눈에 띄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농밀한 글솜씨와 함께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당기는 부분이 바로, 저자의 세상을 향한 ‘거리 두기’의 시선이다. 세밀한 감정의 켜를 가진 저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어떤 것, 자신의 눈길이 닿는 모든 것, 자신을 둘러싼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부터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망한다. 심지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감정에서마저 한 발짝 떨어져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뒤 애틀랜타의 조지아 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인 저자는, 멀고 낯선 땅으로 옮겨 간 후 “사람이든 관계든 그 무엇이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만들며 살아왔고 한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익숙했던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고, 그 땅에서의 일상이 녹록치 않았음을 고백한다. 겉만 보아서는 속을 절대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모국어처럼 툭툭 튀어나오지 않는 데다가 절대 틀리고 싶지도 않은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 자체부터가 신경이 매우 쓰이는 일이었다는 것.

체력이 달리는 것도 아니었고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주 딱히 어렵다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는 했는데, 때로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옷을 다 벗고 무리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착각과 그 착각이 낳는 불안에 시달리곤 했다. 모든 스위치를 내리고 점심을 혼자 먹고 산책을 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오전의 불안감은 떨어져나가고, 또 나는 오후의 불안감을 새롭게 쌓으면서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감정적인 의지를 허락하지도 않고 손톱만큼의 기대도 품지 못하게 했던 그 땅에서 저자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또한 의도적으로 ‘혼자’를 경험하고 익숙해진다. 예민하게 촉수를 곤두세운 일상에 지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도 시원히 풀어놓고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그가 선택한 것이다.

아주 절박퇇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면 혼자서라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무엇이든 정말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면 같이할 사람이 있고 없는지의 여부는 한없이 사소해져버린다. 하고 싶으면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거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붙이려는 건, 사실 그 무엇보다 사람을 더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 순간을 진정으로 살되 마음은 두지 않는 것. 자기 자신 앞에서만큼은 치열하게 인생의 순간순간을 살지만 남의 눈이나 세상은 의식하지 않기. 책을 관통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바로 저자가 자신을, 자신의 일상을 대하고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 즉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닮았다.

이 책 『일상을 지나가다』는 총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에는, 어느 밤의 교통사고, 홧김에 신청한 자원봉사, 실패로 끝난 멘토링 등 기억에 깊게 남은 찰나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2부 거기와 여기, 그리고 우연의 부재에서는 딱히 반갑지는 않지만 살아내야 했던 순간 혹은 지속된 일상-장보기, 마라톤, 토요일의 요리, 일요일의 서점 나들이 등-을 다루었다. 3장 나는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에는 졸업여행, 낮술의 세느강, 여름이면 습관처럼 찾던 바다 등, 깊은 기억을 가진 여행의 순간을 담았다. 4부 품에 안고 있고 싶었던 것들에서는 쿠키에 얽힌 위로의 이야기, 추석 때 타지에서 혼자 만들어 먹는 송편 등 음식과 음식에 얽힌 추억을 담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5부 익숙했던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에는 그 땅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이삿짐을 싸고 집을 떠나는 과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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