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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의 탄생
알마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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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세계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그리다 / 경험과 관념이 지도를 만든다 / 경험 세계의 안과 밖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그려왔는가

2장 중세 세계도를 비교하다 /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호류지 소장 오천축도 / 현존 최고의 헤리퍼드 세계지도 / 세계 최초의 인쇄 지도, 고금화이구역총요도 / 근대를 선취한 중세의 이드리시 세계지도 /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세계지도

3장 칸티노 세계지도는 왜 획기적인가 / 칸티노 세계지도의 기구한 내력, 복제와 유전 / 중세 세계도와 비교한 칸티노 세계지도의 획기성을 밝히다 / 동시대 세계도와 비교한 칸티노 세계지도의 획기성을 밝히다

4장 칸티노 세계지도를 읽는다 / 지도의 네 가지 요소로 본 독해의 관점 / 사상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 예술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 과학성으로 살펴본 세계지도 / 실용성으로 살펴본 칸티노 세계지도

지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나가는 말

주요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오지 도시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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應地利明

193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64년 교토 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지역 연구를 전공해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리쓰메이칸立命館 대학 문학부 교수이자 교토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그림지도의 세계상》(繪地圖の世界像, 岩波新書)과《서남아시아의 농업과 농촌》(西南アジアの農業と農村, 공저, 同朋社),《일본의 도안 21―오곡ㆍ과실》(日本の模樣 ―五穀ㆍ果實, 공저, 光琳社),《남아시아를 아는 사전》(南アジアを知る事典, 공편, 平凡社)이 있다.
역자 : 송태욱
연세 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교외국어 대학 연구원
을 지냈으며, 현재 연세 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사랑의 갈증》《비틀거리는 여인》《세설》《만년》《탐구1》《형태의 탄생》《눈의 황홀》《윤리 21》《포스트콜로니얼》《트랜스크리틱》《천천히 읽기를 권함》《번역과 번역가들》《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소리의 자본주의》《베델의 집 사람들》《매혹의 인문학 사전》《성난 서울》《핀란드 공부법》《빈곤론》 들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658g | 153*224*30mm
ISBN13
9788992525824

책 속으로

문명이나 문화의 핵심에는 각각의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문명이나 문화에 따른 세계관의 차이는 그것에 기초해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세계도를 다양하게 만들어왔다.
…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도를 설명하려 할 때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를 이야기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바꿔 말하면 “지도가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이 책에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일본도日本圖인 닌나지 소장의 일본도와 현존 최고最古의 세계도라 할 수 있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점토판 세계도를 예로 들어 이 문제를 생각해볼 것이다.
… 역사를 통해 문명이나 문화는 각각의 세계관에 근거해 세계를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유럽과 아시아가 그들의 다양한 세계도를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세가 되고 나서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남아 있는 기독교 세계의 ‘헤리퍼드 세계지도’, ‘이슬람 세계의 이드리시 세계지도’, 중국의 ‘고금화이구역총요도’, 그리고 일본의 ‘오천축도’ 등 각 문명과 문화를 대표하는 중세 세계도를 비교해볼 것이다. 지구를 횡단하는 비교와 검토를 통해 각 중세 세계도의 특질이나 의미를 살펴보고, 동시에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상호 교류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 동시에 이러한 전환은 사상성·예술성을 중시하던 지도에서 과학성·실용성을 중시하는 지도로의 변화이기도 했다.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세계지도로 변화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또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지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세계도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지도에도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면, 이들 네 가지 요소를 훌륭하게 갖추고 있고 그것들을 융합하는 지도가 걸작일 것이다. 칸티노 세계지도의 이야기와 표현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바 없는 지도의 ‘걸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자 한다.--- pp.7~9

그렇다면 두 가지 경험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하나는 개인이 자신의 오관을 통해 지각하는 경험 세계다. 또 하나는 개개인의 경험들을 묶어서 집단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세계다. 그것이 바로 전 시대에 걸쳐 지도가 이야기하고 그리려고 해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도는 집단이 공유하는 경험 세계뿐만 아니라 그 바깥까지 이야기하고 그려왔다. 그 바깥이란 경험으로는 지각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다. … 특히 전근대에 가상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세계에 대한 관념, 즉 세계관이나 우주관이었다. 머리말에서 말한 지도의 네 가지 요소로 말하자면 사상성이다. 이처럼 지도가 경험 세계의 안과 바깥을 이야기하고 그린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과 ‘관념’이었다.--- pp.28~29

대된 경험 세계는 정치적으로 재편되고 통일되어 국가를 성립한다. 이때 국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그것을 지도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작성된 국가 영역을 표현하는 지도는 그것이 정치적 영역을 묘출하는 것이기는 해도 거기에 속한 인간들이 집단으로 공유하는 경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다시 말해 경험 세계의 내부를 이야기하고 그린 지도인 것이다. 이러한 국가 영역도의 예로 교토 닌나지에 전래되는 현존 최고最古의 일본도日本圖를 들 수 있다.
… 그 왼 여백에는 국토의 크기가 “동서 2만 8,700리, 남북 5,300리”라고 표기되어 있다. 10리는 약 4킬로미터이므로 동서가 약 1만 1,500킬로미터, 남북이 2,120킬로미터로 실제보다 훨씬 큰 숫자를 들고 있다. 숫자 자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에 기록된 동서와 남북의 거리를 비교하면 거의 5.4대 1이 된다. 일본을 동서로 길게 뻗은 나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혼슈 섬은 동북으로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그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근세 이후에야 북으로 올라가는 형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 지도에는 방위 표시가 없지만 지도에 기록된 글자의 어순을 보면 남이 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도에서 북을 위로 나타내는 것은 근대 이후에 약속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전근대의 지도는 여러 방위를 위로 하여 그려졌다. 지도에서 혼슈 섬은 가운데 부분이 부푼, 동서로 긴 섬으로 그려져 있고 동 끝은 뾰족하다. 이러한 형태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 그렇다면 구니뿐만 아니라 복잡한 굴곡을 포함해 혼슈 섬의 형태가 알려져 있었다는 말이 된다. … 이러한 인식은 언제쯤 생겨난 것일까? … 그러나 그 이전에는 어떻게 해서 혼슈 섬의 윤곽이 지각되어 집단적 경험 세계의 내부로 편입된 것일까? 대체 혼슈라는 거대한 육지를 섬이라고 본 인식은 어떻게 성립된 것일까? 이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문제다. … 혼슈가 섬이라는 인식 또는 그 형태에 대한 인식이 성립해가는 배후에는 혼슈에 사는 개개인의 경험이 축적되고 집적되어 그 경험의 다발을 집단 전체가 공유해가는 과정이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 요컨대 닌나지에 소장된 일본도는 관념이나 우주관이 아니라 집단적인 경험 세계의 내부를 이야기하고 그린 지도인 것이다.--- pp.29~39

인간은 경험 세계 외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가상해왔다. … 따라서 지도는 이역으로 대표되는 경험 세계 밖에 펼쳐지는 세계를 가시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릴 필요가 있었다. 경험 세계 안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온 지도가 어째서 그 저편의 가상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릴 수 있었을까? 이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바빌로니아 왕국 시대에 작성된 세계도를 살펴보자. 그 작성 연대는 기원전 6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면 현존하는 세계도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들 가운데 하나다.
… 지도의 구도는 동심원의 둥근 띠로 표시된 환해를 경계로 그 안과 밖으로 양분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것들은 경험 세계와 이역에 해당한다. 지도의 주제도 그것에 대응하여 둘로 나뉜다. 원반 내부의 경험 세계는 그곳을 지배하는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편성을 그려 보인 것이고, 원반 밖의 이역은 환해 저편에 있는 가상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린 것이다. … 지도에서 환해는 좁은 띠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인들은 그것이 광활한 대양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환해 저편은 왕복할 수 없는 먼 저편의 이역이다. 지도에는 환해의 바깥 둘레를 따라 이등변삼각형을 그려 넣었다. 그것들은 이역을 나타낸다. 점토판 상부에 새겨진 설형문자 텍스트에는 이러한 이역을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봐도 점토판 지도의 중요한 주제 하나가 환해 저편에 있는 이역을 이야기하고 그리는 데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처럼 점토판 지도는 세계관, 성스러운 숫자 관념 그리고 ‘사르곤 전설’ 신화를 기초로 환해 저편에 존재하는 가상의 이역을 이야기하고 그렸다. 경험 세계 외부에 가상의 힘을 제공한 것은 당연히 공유하는 경험의 다발이 아니라 신화나 세계관 등의 관념이었다. … 이처럼 중앙의 원반은 대지이자 동시에 그곳을 지배하는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영역을 나타내며, 그 원형 안에 군림하는 수도 바빌론이 메소포타미아의 물을 지배한다는 점도 보여준다. 당연히 이 시기에는 이집트와 그리스의 존재도 확실하게 알려져 있었다. 바빌로니아인의 경험 세계는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영역을 넘어 먼 곳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점토판 지도는 대지를 이루는 원반이 모두 신바빌로니아 제국에 속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 원반 지도는 ‘대지를 지배하고 대지 전역에 군림하는 제국 신바빌로니아’라는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pp.39~51

지도에 각각의 세계관을 이야기하고 표현할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특히 중세가 그랬다. 각각의 세계관을 기초로 세계 각지에서는 어떤 세계도가 만들어졌을까? … 구체적으로는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오천축도, 고금화이구역총요도, 이드리시 세계지도, 헤리퍼드 세계지도를 들 수 있다. …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프톨레마이오스 세계지도를 이들 세계도와 대조하고 비교해볼 것이다. 이들 네 개의 중세 세계도를 바탕으로 여기서 살펴보려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들 세계도가 이야기하고 그린 내용을 서로 비교해 당시 유라시아 각지의 세계 인식에서 나타나는 특질, 특히 그것들을 낳은 세계관의 특질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 그 밖에 또 하나의 주제인 칸티노 세계지도가 획기적인 세계지도라는 것을 명백히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지도가 출현하기 이전의 세계도는 어떠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pp.59~60

… 호류지 소장 오천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불교의 전래다. … 불교의 유입으로 중국 저편에 부처가 태어난 천축天竺이라는 또 하나의 문명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으로 일본열도의 해외 인식은 단숨에 확대되었다. … 이처럼 불교의 전래는 삼국 세계관이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성립시켰다. 이러한 세계관은 자신들의 경험 세계인 일본, 소수지만 실제로 왕래한 사람들의 체험이나 책을 통해 식견을 축적한 중국, 경험과는 완전히 무관하지만 불전을 통해 가상할 수 있는 관념적 세계인 천축이라는 동심원적인 인식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pp.61~63
불교적 세계관을 구도로 하다--- pp.오천축이란 불전에 따라 고대 인도를 중·동·서·남·북이라는 다섯 지역으로 구분한 것이다. … 이 영역 구분이 오천축으로, 불전을 통해 일본까지 들어온 것이다. 오천축도는 불교가 주장하는 세계관을 기본 구도로 한다. … 불교에서는 거대한 원통이 허공에 떠 있다고 본다. 그 원통은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풍륜風輪, 수륜水輪, 금륜金輪, 이렇게 3륜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상층인 금륜의 표면에 대지와 대양이 있다.--- pp.63~64

… 그러나 오천축도의 주제가 불교적 세계관을 그림으로 나타내고 설명하는 것만은 아니다. … 그렇다면 오천축도의 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 번째 주제는 일본의 독자적인 삼국 세계관을 섬부주 안에 집어넣어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천축을 동경하여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생각을 품고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pp.79
천축에 대한 동경을 그리다--- pp.오천축도의 두 번째 주제는 ‘천축에 대한 동경’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오천축도가 제작된 시기에는 일본 승려들 사이에서 천축에 대한 동경과 도항渡航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pp.83

헤리퍼드 세계지도가 제작된 시기는 고딕 양식의 시대였다. … 고딕 건축과 마찬가지로 헤리퍼드 세계지도도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구조를 지탱하는 기둥과 들보에 해당하는 것이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을 대표하는 티오TO 지도고, 스테인드글라스에 해당하는 것이 지도를 장식하는 화상과 문구다.--- pp.93

헤리퍼드 세계지도는 정형화된 티오 지도의 구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13세기 말에 획득한 지식을 동원해 티오 지도를 현실에 가깝게 표현한 지도다. 한편으로는 기독교 세계관을 명시하는 종교 지도로서의 목적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경험하고 지각하는 세계를 명시하고자 하는 지도 본연의 목적, 이 두 가지 목적을 조화시키면서 제단화로서의 통일성을 띠는 것이 헤리퍼드 세계지도의 기본 목적이었을 것이다. … 헤리퍼드 세계지도를 바라보는 관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론이다. 지도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화상이나 문구는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서로 관련되면서 지도의 주제와 메시지를 전한다.
… 즉 ‘천지창조→최초 세계도 작성→최신 세계도 완성’이라는 ‘이야기’다. 이로써 이 지도는 역사, 즉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유추할 수 있다. 상단이 ‘하나님의 나라’로 상징되는 시원, 왼 아래의 가장자리가 과거, 오른 아래의 가장자리가 현재, 그리고 다시 상단이 ‘최후의 심판’으로 상징되는 미래에 다가올 종말이라는 순환적인 시간의 흐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pp.100~107

이처럼 헤리퍼드 세계지도의 세 여백은 천지창조에서 종말에 이르는 순환적인 시간의 흐름인 ‘역사’ ‘이야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여백이 말하는 총론은 원형 지도 내부의 각론과 어떻게 연관되는 것일까? … 이처럼 원형 지도에서 떠오르는 세 개의 띠 모양의 지역이라는 공간 구분이 동시에 ‘시원→과거→현재’라는 순환적인 시간의 흐름과 대응한다는 시공간적 구조를 끄집어낼 수 있다. 그것이 헤리퍼드 세계지도를 독해하는 데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제1지대 ‘현세 인간의 세계’는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기독교 세계와 그 주변으로, 아프리카도 여기에 포함된다. 제2지대 ‘지상의 성지’는 바벨탑에서 예루살렘에 이르는 지역으로, 그리스도가 죽고 부활할 때까지의 성지들로 구성된 과거의 세계다. 제3지대 ‘낙원인 아득히 먼 동방’은 에덴동산에서 바벨탑에 이르는 지역으로, 시간적으로는 시원의 공간을 가리킨다.
…이 시공간적 세 지대의 구성에 덧붙여 헤리퍼드 세계지도를 독해하는 데 중요한 두 번째 관점으로서 경험 세계를 둘러싼 세 지대의 구성이 있다. 앞서 호류지 소장 오천축도를 다루면서 일본·중국·천축으로 구성된 삼국 세계관을 설명했다. 삼국 세계관은 일상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경험 세계인 일본, 실제로 왕래함으로써 경함할 수 있는 세계인 중국, 경험과는 무관하지만 불전 등에 기초해 가상한 관념 세계인 천축이라는 경험과 지식의 단계적 변화에 기초한 세계관이기도 했다. 헤리퍼드 세계지도의 독해에서도 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세 지대의 구성이 두 번째 관점을 제공한다.--- pp.107~113

헤리퍼드 세계지도는 기독교 세계관을 제시하고, 제2지대인 지상의 성지를 묘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은 대성당의 제단화다. 그러나 헤리퍼드 세계지도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가 숨어 있다. 그것이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 헤리퍼드 세계지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름을 명기하고 대왕의 동방 원정은 하느님의 의도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이처럼 헤리퍼드 세계지도의 숨겨진 주제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그와 관련된 지명이 많고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에 근거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미지의 내륙 아시아를 전투적으로 탐험한 탐험가였던 것이다

--- pp.163~170

출판사 리뷰

지도에도 회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걸작’이나 ‘명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이러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 진화사관과는 다른 지도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 내지 요소는 무엇인가?”

“지도가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세계지도’로 변화한 지도의 역사를 통해
각 문명의 특질과 상호 교류의 흐름을 읽는다.

기획 의도
요즘처럼 지도가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된 적이 있었나 싶다. 위성을 쏘아올리고, 인터넷이 발달하고, 네비게이션이라는 기계가 일반화되면서 이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지은이 오지 도시아키에 따르면 “지도의 역사는 문자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인류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지도를 만들고 그려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도를 보는가? 지도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일반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지도에 그려진 대로 길을 따라가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 또는 ‘아, 우리 땅은 이렇게 생겼구나.’ ‘지표면 위에 대륙과 해양의 모습과 위치가 이러하구나.’ 등등.

정리하면, 우리는 지도를 보면서 지도 위에 그려진 모습대로 현실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지도의 축척을 보고는 지도로 거리나 면적 등도 정확하게 측정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지도는 현실 세계의 모양을 축소하여 정확히 표현한다’는 지도에 대한 관점과 신뢰가 있다. 다시 말해 지도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지도의 과학성·실용성이라 부른다.

그런데 과학성과 실용성은 지도가 최근 들어서야 획득한 역할이다. 즉 과학성과 실용성은 긴 역사 속에서 지도가 해온 역할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는 어떻게 생겼는가?”하는 물음에 현대 지도는 과학성과 실용성에 근거해 답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계가 미지의 것으로 흘러넘쳤던 시대에 이 물음은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즉 세계관과 직결되어 있었다. 세계관이라는 사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형태로 표현하는 일이 지도에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해 지도의 사상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지도에는 세계의 형태를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할 것도 요구되었다. 특히 세계관을 말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직관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그 형태를 고안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세계의 구성을 간명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장식으로 가득 한 세계를 묘출描出하기도 했다. 이를 지도의 예술성이라 한다.

과학성·실용성·사상성·예술성은 원래 지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다. 이 책의 주제는 지도의 역사다. 사상성과 예술성을 중시해 그려지던 지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과학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지도로 전환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어느 시기에나 지도는 항상 땅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그려왔다. 이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지도가 해온 역할이다. 변한 것은 지도가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내용일 뿐이다.
현대의 지도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도가 담고 있는 사상성도 예술성도 이야기도 없다. 그러나 여기 소개되는 중세와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그려진 지도들은 그렇지 않다(14쪽부터 21쪽까지 나와 있는 지도를 보라). 그 지도들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즉 과학적이지 않지만 그 대신 당시 각 문명권에서 사람들이 바라던 바, 표현하고자 했던 바가 드러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도 속에 사상성과 예술성 그리고 풍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각각의 지도를 샅샅이 분석해낸다. 닌나지 소장 일본도를 통해서 당시 일본인들의 경험 세계가 모여 국가라는 개념을 지도 위에 어떻게 그려 놓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중세 유럽의 지도 헤리퍼드 지도와 이드리시 세계지도, 오천축도 그리고 고금화이구역총요도를 분석하면서 지도 위에 그려진 화상畵像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미지의 세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들의 종교관을 어떻게 표출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칸티노 세계지도를 통해서 지은이 오지 도시아키는 지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소개한다. 칸티노 세계지도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 세계관을 표현하는 지도에서 세계지도로의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줌을 물론이고, 지도로서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모든 요소를 갖춘 ‘걸작’이자 ‘명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귄티노 세계지도의 의미와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해냄으로써 회화와 마찬가지로 지도에도 ‘걸작’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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