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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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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꿈 같은 자연에서 숨쉬다

<강원도>
아름다운 물이 흐르는 곳: 동강을 따라 정선에서 영월까지
숲이여, 내 영혼을 아는가: 진동계곡을 지나 곰배골을 넘어서
눈부신 초록의 오지: 방태산의 대골과 아침가리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설악산의 산길들

<경상도>
시간이 사라진 길을 걷다: 응봉산 용소골의 옛길
길은 산에 갇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산골: 봉화의 옛길
은신과 저항의 요새: 주왕산 산길

<충청도>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삼풍: 의풍리 옛길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쌍령과 차령 고갯길

<전라도>
침묵이 낳은 아름다운 무늬: 지리산 옛길
동백꽃 피는 바다와 하늘: 해남의 달마산 옛길

<경기도>
꿈에서 기억으로: 가평 옛길
새가 되어 바위의 얼굴을 보다: 북한산 바윗길

서재의 등산학
작가의 말: 옛길을 생각하며

저자 소개 1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국립 파리 소르본누벨대학교 연극연구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 삼성문학상·대산문학상·경암학술상 심사위원, 프랑스 소르본누벨대학교와 브장송대학교 초빙교수 그리고 한국연극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연극평론가로 활동하며, 호서대학교 예술학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23년 정년퇴임했다. 현재 세계대학연극학회 이사, 한국산서회 이사,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세계산악문화상 심사위원, 한국산악학회 회원이다. 저서로 『공연예술과 실제비평』 『연극제도와 연극읽기』 『연극 반연극 비연극』 『한국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정부 장학생으로 국립 파리 소르본누벨대학교 연극연구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 삼성문학상·대산문학상·경암학술상 심사위원, 프랑스 소르본누벨대학교와 브장송대학교 초빙교수 그리고 한국연극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연극평론가로 활동하며, 호서대학교 예술학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23년 정년퇴임했다. 현재 세계대학연극학회 이사, 한국산서회 이사,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세계산악문화상 심사위원, 한국산악학회 회원이다.

저서로 『공연예술과 실제비평』 『연극제도와 연극읽기』 『연극 반연극 비연극』 『한국 연극의 지형학』 『연극과 기억』 『연극, 기억의 현상학』 『연극, 몸과 언어의 시학』 『베르나르-마리 콜테스』가 있고, 산문집으로 『옛길』 『길과 집과 사람 사이』 『시냇물에 책이 있다』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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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3쪽 | 65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634005

책 속으로

여행을 함께 하자고 하면 집 떠나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산에 가자고 하면 힘든 일을 왜 고생하면서 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불편과 고생을 현실의 좌표로 삼고, 그것들을 잊고자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기억은 미래를 향할 때 가능하다. 불편하지 않고, 고생하지 않을 미래, 그러나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행은 불편과 고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떠도는 움직임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잃지 않음이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기억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밖으로 나와야 한다. 여행은 안에서 바깥으로 나와 오래된 미래로 향하는 출발이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치열한 반성이다.

인류학작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여행을 '꿈 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라고 말했다. 여행이란 단어는 군더더기가 없이 열려 있다. 발음되지 않는 음소가 없고, 음소끼리 충돌되어 달리 변형되어 울리지도 않는다. 여행은 글자 그대로 홀가분하게 발음된다. 닫힌 음이 아니라 열린 음들이다. 발음을 하고 나면 첫 자음 ㅇ처럼 입이 벌어지고 닫혀지지 않는다. 여행이 시작되면 그 열린 입으로 아!와 같은 놀라움과 아쉬움, 홀로 있다는 외로움이 빠져 나간다. 여행이 끝나도 그것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말 '떠똔다. 떠돎'이라는 말의 울림도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다. 여행이 끝나면 그 자리에 기억이 저장된다.

--- p.30

출판사 리뷰

연극평론가 안치운이 마음으로 써내려간 산행의 기록
이 책은 1999년 학고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옛길》의 개정증보판이다. 우리나라 산과 오지의 아름다움을 미려한 문체로 그려낸 저서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그것을 소개할 사진 한 장이 없었던 아쉬움과, 지역적으로 강원도와 경기도에만 치중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싶었던 안치운 씨의 고민을 <디새집>의 기획진이 해소했다. 저자는 사진가 유동영 씨와 함께 책 속의 산과 옛길을 다시 찾았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진가는 매 컷마다 저자의 사유를 담아내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장소를 다시 올랐으며,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도 기울지 않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매료되어 원고 보완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극평론가 안치운의 등반 실력은 가히 프로급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본업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산행의 출발은 대학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던 시기의 젊은이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정의와 신념이 거부당하는 세상에 분노했고 상처받았다. 부조리의 현실 앞에서는 학문도, 예술도 온전히 설 수 없음을 통탄하며 그는 무작정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평이한 등산로를 피하고 인적이 끊긴 오지의 길을 택해 예정도 기약도 없이 묵묵히 숲의 심장을 향하여 걸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숲은 원시적인 숨결을 간직하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잊혀진 소박한 옛길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옛길을 걸으면서 그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과 삶에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사유와 몽상의 길을 걷는 경험은 연극공부의 방향을 정해주었고, 연극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신뢰 받는 연극평론가가 된 지금까지도 그의 삶에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걷는다는 행위는 매순간 사유가 벌이는 축제와 같았다. 걸을 때면 몸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사유는 근원적인 방 향으로 향한다. 눈에 보이는 것, 발 아래 밟히는 것,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이 본질로 와닿는다. 길을 걷다보면 다 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순환적 몽상에 빠질 때가 있다. 진정으로 사물과 친근함을 지니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산행에서 돌아오면 작가는 어김없이 옛길 위에서 마음으로 써내려갔던 사유와 감상을 기억해내고 틈틈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왔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기억을 하나로 이어모아 자신의 흔적을 견고하게 세우는 일은 여행지에서의 자기발견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촉매제가 되었다.

숲과 오지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와 사람, 문명이 지배하는 세상에 지칠 때마다 작가는 사람의 자취가 없는 곳을 찾아 떠났지만, 산간 오지의 한가운데서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고 무언의 가르침을 새겨준 것은 다름아닌 '사람'이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자연을 훼손시키고 있는 와중에도 어딘가에서는 자연 속으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내맡긴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저자의 관심을 끄는 사람들은 화전민의 후손들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농사지을 땅을 찾아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화전민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은 산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의식이 팽배했었고, 70년대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화전정리사업이 실행되었다. 화전민들은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버리고 산 밑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화전정리사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그는 화전민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조선시대부터 정치적으로 억압받던 민중들, 일제시대의 수탈과 핍박을 피해 산으로 올라간 사람들, 한국전쟁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로 이어지는 화전민의 역사는 사회의 강요에 의해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산을 보호하면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던 그들이 도시의 변두리로 내쫓겨 빈민층으로 전락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적 삶의 표상에 잘못 길들여져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산속에서 청빈과 낙도의 삶을 보존하고 있는 화전민의 후예들은 현대인의 어리석은 가치관을 냉소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정신의 고양을 중요한 삶의 척도로 삼고 있다.
그밖에도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심마니, 고엽제 환자들의 권익보호운동을 한다는 칡즙장수, 세계일주를 꿈꾸며 북에서 내려왔으나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껴 산중으로 들어와 사는 리영광 씨 등 오지의 골골샅샅에서 만난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해서도 그는 예민한 필봉을 놓치지 않는다.

언어과 문학으로 산과 여행의 본질을 깨닫는다.
오랜 등반과 여행경험으로 축적된 저자의 지식과 교양은 이 책이 제공하는 실질적인 장점이다. 전국 각처의 작은 마을과 골짝마다 그것의 이름과 어원을 따져보는 세심함이 곳곳에 흐르고 있다. 한자식 조합어의 열쇠를 풀어 아름답고 발음하기도 쉬운 우리말을 찾아가다보면 지형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엿볼 수 있어 지명의 연구는 역사와 지리를 이해하기 위한 최적의 단서임을 알 수 있다.
옛길을 걸으며 비경을 마주하거나 오지의 고독감과 불현듯 맞닥뜨릴 때 공기처럼 그 사이에 흘러드는 것은 아름다운 시와 고전 작가들의 아포리즘이다. 여행의 순간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그 언어들의 울림을 감싸안으면서 저자는 마음으로 또 다른 길을 만든다. 예술가적 서정이란 자연에서 낭만을 호흡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리라. 안치운에게 있어 언어란 연극의 몸체이기도 하려니와 자연을 느끼는 통로와도 같아서 그는 자신의 노정마다 부지런히 문학의 푯말을 세워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자연과의 영성어린 교감은 일상으로 이어져 그 자신이 '서재의 등산학'이라 일컫는 생활의 지평을 넓혀준다. '서재의 등산학'이란 산과 자연에 관한 글을 통해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을 두루 섭렵하는 것으로 산행의 감동을 되살려 독서를 하거나 글을 씀으로써 완성된 자아를 향해 끝없이 정진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복잡한 내면의 미로 같은 오지의 옛길 위에서 연극평론가 안치운이 펼치는 감각적인 사유의 향연은 자연과 인간, 예술과 모랄,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의 회복에 대한 의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모든 감각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현실과 몽상의 사이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글, 그리고 꿈 같은 풍광을 담은 사진 속에서 독자들은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함께 품격 높은 산문의 미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길을 걸을 때, 안치운의 몸은 낮고 마음은 깊다. 몸을 낮춘 자가 한 걸음씩 걸어서 깊은 곳에 당도한다. 그의 낮은 몸이 길을 딛고 나아갈 때, 그의 마음속으로 또다른 길이 열린다. 세상의 길은 굽이굽이 애돌아 마음의 길에 닿는다. 그 두 갈래 길이 맞닿아 한 글귀로 이어질 때, 안치운의 글은 가장 빛나는 대목을 이룬다. 그때, 세상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오고, 마음은 세상의 길 위로 퍼져나간다. 살아서 길을 걷고 있는 몸이 이 소통을 매개한다. 그래서 안치운의 걷기에서는, 길-몸-마음이 육신의 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는 한 글귀로 연결된다. 마음의 길을 발로 걸어서 갈 수 있고 세상의 길을 마음의 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다!
이 소통은 세상과 개별자 사이의 소통이다. 그가 걸을 때, 몸의 일과 마음의 일은 다르지 않고, 이 세상은 마음의 친화력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고 이 개별자와 세상과의 소통은 다시 만인과의 소통의 길로 연결된다. 그것이 길의 축복이다. 모든 사회적 담론들이 고지 위로 기어올라가 참호를 구축하고 있는 시대에 이 개별적 소통의 내면을 읽는 일은 서늘하다. 시간이 언제나 새로운 놀라움이듯이, 살아서 걸어가는 안치운의 옛길은 언제나 새길이다. 아, 우리의 모국어 '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길'의 글자와 어감은 그야말로 길답게 생겼다. 길은 이 세상의 산맥과 들판 위로 뻗어 있는 소통의 꿈이며 그리움이다. 안치운의 낮은 몸이 그 길을 가고 있다.
--- 김훈(소설가, 자전거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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