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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머리말
한국어판 머리말 머리말 1부 자본주의의 비밀 비밀을 숨기는 체제 우유 한 통 = 신문 한 부 화폐가 세상을 굴러가게 한다 산 노동, 죽은 노동 착취, 자본주의의 핵심 자본의 구조 노동자를 쥐어짜기 생산적 노동, 비생산적 노동 실업은 과잉인구 때문일까? 소외가 만연한 세계 2부 자본주의는 어떻게 움직일까? 자본의 순환 자본의 자기 증식 축적하고 축적하라! 이윤율 저하 이윤율 저하를 상쇄하는 요인 자본주의와 경제 위기 노쇠해 가는 체제 잉여가치 분배 금융의 세계 주식시장의 비밀 경제 위기를 다시 살펴보기 가격과 일반 이윤율 경제 위기의 정치학 3부 변화하는 체제 자본주의의 태동 제국주의의 탄생 불황과 국가자본주의 장기 호황 다시 위기로 부록 마르크스의 지대론 ‘전형 문제’ 더 읽을거리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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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왜 ≪자본론≫을 썼을까?
마르크스가 총 세 권의 ≪자본론≫을 쓴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자본주의의 ‘운동 법칙’을 이해해 그 전복을 앞당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책의 주된 독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데 핵심이라고 여긴 노동계급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독자들이 ≪자본론≫을 읽느라 골머리 썩이며 낙담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어판 발행자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과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다만 고단한 산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험한 길을 뚫고 찬란한 정상에 서는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 ≪자본론≫을 읽으며 독자들이 어려움에 부딪히는 주된 이유는 마르크스가 글을 어렵게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다룬 주제인 자본주의 자체의 성격 때문입니다. 우유 한 통 = 신문 한 부 가치란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앞 장에서 다룬 분석 방법으로 돌아가 보죠. 가치는 아이작 뉴턴이 설명한 중력이 우주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 구실을 하는 추상적 개념입니다. 우리는 중력을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합니다. 그러나 중력이라는 개념 덕분에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중력은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중력이 자연현상인 반면에 가치는 인간 사회의 산물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을 형성하는 영원한 자연법칙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는 역사의 특수한 시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치라는 개념 덕분에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상품의 교환가치가 같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가치는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다. 자본주의는 가치가 서로 다른 상품들을 한데 모아 비교, 등치시켜 교환하는 체제입니다. 가치가 모든 상품에 공통으로 있는 하나의 속성, 즉 그것을 만드는 데 투입된 인간 노동이라는 속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합니다. 마르크스는 여기서 이미 급진적 논점을 제기한 것입니다. 자본가가 기업가의 재능이나 기계를 공장에 모아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가 생산했기 때문에 상품이 가치를 갖게 됐다는 것이죠. 누가 더 많이 착취당할까? 자본주의 경제는 일단 형성되면 노동 착취에 바탕을 둬야 합니다. 착취의 정도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합니다. 그러나 인도나 중국 노동자들이 미국이나 영국 노동자들보다 더 착취당한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죠. 인도나 중국 노동자들은 십중팔구 선진 산업국가 노동자들보다 임금도 더 적고 노동조건도 더 열악하고 더 심한 억압과 천대에 시달릴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이나 영국 노동자들이 창출하는 임금당 잉여가치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마르크스 이론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착취가 일부 불행한 노동자 집단에게만 닥치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에서 응당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착취는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자본주의가 타도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영국 노동자와 인도 노동자, 미국 노동자와 중국 노동자를 단결시킵니다. 실업은 과잉인구 때문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취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착취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본가에게 더는 쓸모없게 된 수많은 연금 생활자들이나 건강(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에 문제가 생겨 자본가에게 쓸모가 덜한 사람들이 겪는 곤궁은 체제가 잉여가치 추출 이면에서 저지르는 대표적 악행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일할 의지와 능력이 완전하고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데서 체제에 도움이 될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으로 내몰기도 합니다.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는 기계화와 자동화, ‘경기순환’의 등락, 노동자를 더 고되게 일 시키려는 자본가의 노력(이른바 ‘다운사이징’)은 모두 실업의 저수지를 만들어 냅니다. 마르크스 이전의 일부 학자들은 생물학적 요인(통제할 수 없는 인구 증가)이 ‘과잉인구’를 설명하는 데 핵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 시대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가 식량 공급보다 언제나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의 일부는 빈곤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자체가 생산에서 배제되는 ‘과잉인구’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합니다. 동시에 이 과잉인구가 자본주의의 미래 발전을 위한 ‘지렛대’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경제 위기 설명 흔히 경제학자들은 경제 바깥의 외부적 요인으로 위기를 설명합니다. 그들은 십중팔구 인간 심리의 비정상성을 탓합니다. 또, 국가의 시장 개입이 문제라고 합니다. 1980년대에 IMF와 세계은행은 이 논리를 되풀이하며 제3세계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했습니다.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라는 경제학자는 태양의 흑점 때문에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 경제는 자연적이고 자기 조정적인 체제로 묘사됩니다. 나중에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호황과 불황을 ‘경기순환’으로 설명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기 조정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선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는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점차 이런 순환은 ‘자연적’ 현상으로 묘사됩니다. 그래서 2008년 7월 「옵서버」의 한 기사는 최근의 호황과 불황의 패턴을 설명하면서 “자연적 ‘경기순환’”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계절 변화나 조수 간만의 변화처럼 말이죠. 1930년대 위기는 10년 동안 지속되며 이 이론의 근간을 흔들었습니다. 결국 대규모 실업, 파산, 엄청난 규모의 국가 개입,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대학살, 군비 경쟁만이 체제를 불황에서 건져 낼 수 있었습니다. 점차 새로운 정설이 옛 이론을 대체했습니다. 이는 케인스의 이론에 바탕을 뒀습니다. 케인스주의의 위기 케인스는 오늘날 용어로 ‘미시적 수준’(개별 자본가와 개별 소비자의 행위)에서 경제를 다룰 때는 한계효용학파의 주장을 많이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거시적 수준’(경제 전체의 움직임)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케인스의 주장은, 체제는 균형을 이루는 경향이 있지만, 이 균형은 대규모 실업과 경기 침체를 바탕으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고용과 성장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직접 투자에 나서거나 수요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경제에 개입해서 경기순환을 억제하고 적절한 균형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제2차세계대전 후 수십 년 동안 케인스주의자들은 ‘호황과 불황의 순환’이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45~1975년에 미국에서만 경기 침체가 일곱 차례나 있었고, 1970년대에 세계경제는 다시 큰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케인스주의적 해법은 1950~1960년대 대부분의 시기에는 사실상 별 필요가 없었고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서는 무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수요를 촉진하고 정부가 돈을 빌려 투자하는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뿐이었습니다. 케인스주의 정설은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주식시장의 비밀 허구적 자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입니다. 상장 기업들은 주식을 발행해 돈을 끌어모읍니다. 이 주식은 사고 팔릴 수 있는 허구적 자본을 형성합니다. 주식의 가격은 가치 생산과 직접 연관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법칙에 따라 변동합니다. 주식의 가치는 처음에 담고 있던 가치를 훨씬 상회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미국의 ‘닷컴’ 거품 당시에는 첨단 기술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이윤 대비 주가의 비율은 그 전 평균치보다 적어도 갑절로 치솟았다가 2001년에 갑자기 거품이 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허구적 자본은 대체로, 다만 매우 약하게 생산자본과 연결돼 있습니다. 비록 생산자본과는 다른 자체의 법칙을 따르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기업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얻게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주식은 잉여가치에 대한 청구권이고 따라서 앞에서 설명한 자본의 재분배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식은 실제 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지 자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기업의 주식을 샀는데 나중에 이 주식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져서 휴지 조각이 됐다고 해 보죠. 그래도 그 기업은 여러분이 지불한 가치를 여전히 갖고 있고 그것을 투자해 실제 자본으로 사용합니다. 주식시장이 붕괴하더라도 실제 자본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단지 가치가 여러분한테서 그 기업으로 이전된 것일 뿐입니다. 경제 위기의 정치학 또 다른 신화는 노동자가 극도로 가난해져야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노동자가 얼마나 가난한지는 그들의 투쟁 의지와 별 관계가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저절로 혁명이 터지지는 않았습니다. 특정 시기, 특정 나라에서 위대한 투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말이죠. 근래의 큰 투쟁은 볼리비아나 네팔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도 벌어졌지만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 그리스가 그 예입니다. 어떤 경제 위기는 혁명적 상황을 조성하는 요인이 되지만, 그것은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전쟁에서의 재앙적 패배가 그런 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저절로 혁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레닌이 썼듯이, 혁명은 “‘하층계급’이 더는 옛 방식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고, ‘상층계급’이 옛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때만” 가능합니다. 경제 위기는 이런 상황을 촉진할 수 있는데,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지, 아니면 여태껏 익숙해진 특정 임금 수준에 만족할지 갑자기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한 조건에서는 과거의 확신이 무너지면서 정치적 논쟁과 투쟁이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경제 위기는 지배 계급의 자신감과 단결을 파괴해 ‘옛 방식으로’ 지배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계화의 신화 세계화와 다국적기업의 증가 때문에 노동자가 싸우지 못하게 됐다는 말도 신화입니다. 다국적기업은 국제적 분업과 ‘적시’ 생산방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계의 특정 지역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힘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2월 자동차 축을 생산하는 미국의 노동자 3500명이 파업을 벌이자, 그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모든 제너럴모터스 공장이 즉시 멈췄습니다. 2008년 보잉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그 손실이 국제적으로 매일 1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파업의 효과는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프랑스까지 미쳤습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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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BBC는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의 목록을 발표했는데, 1위가 ≪자본론≫이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로 마르크스의 이 위대한 고전이 새삼 주목받게 됐다. 독일에서는 판매 부수가 세 배로 늘었고, 일본에서는 만화 ≪자본론≫이 수십만 권이나 팔렸으며, 중국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해설서들이 앞다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설서는 모종의 ‘교양 쌓기’나 기껏해야 ‘비판적 사고력 키우기’를 위해 ≪자본론≫을 읽으라고 권한다. 이 책의 지은이 조셉 추나라는 떠오르는 젊은 활동가이자 혁명가답게 마르크스의 혁명적 정신을 잘 살린 새로운 ≪자본론≫ 해설서를 우리 앞에 내놓았다. 마르크스 자신이 말했듯이 “그동안 철학자들은 세계를 이렇게 저렇게 해석했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론은 아무 쓸모없는 박제가 될 것이다. 또, 마르크스가 아무리 천재였더라도 오늘날 자본주의의 구체적 모습을 모두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해설서에 그치지 않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지은이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비춰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다시 현실에 맞게 이론을 발전시키는 살아 숨 쉬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