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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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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절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더 좋아져야만 했다. 사회를 뒤바꾸는 혁명 대신 개별성의 확장을 통한 진보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작은 것에 감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독립과 개혁, 혁신과 교체 등의 단어보다는 소소함과 재미, 따뜻함과 공감에 더 마음이 끌렸다. 세상에는 여전히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역사는 종종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렀던 덕분이다. --- p.15
시간이 지나야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사람의 진심이나 오래된 문화재가 그렇다. 세상에 몇 번 치이고 상처를 받아봐야만 학생 때 의무적으로 관람해야 했던 석굴암 본존불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 p.27 건축은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이다. 정직한 삶처럼 겉과 속이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 p.35 모든 사물은 적정한 크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며 사는 방식이 가장 훌륭하긴 하지만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늘 문제가 생긴다. --- p.41 낯선 도시에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지에서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단체 관람객의 소음을 견뎌내야 하는 찬란한 문화유산만은 아니다. 낡은 건물 사이의 오래된 골목길에서 감격할 때가 더 많다. 옛길은 누가 주도적으로 계획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다. --- p.44 걷기 좋은 길과 머물기 좋은 광장이 있는 도시에 살고 싶다. 유럽의 중세 도시들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뛴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도시를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아직은 더 크다. --- p.57 건축의 역사는 남에게 침범당하지 않는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육식 동물이 배설물로 영역을 선언하듯 권력을 얻은 인간은 화장실로 자신을 드러냈다. 오늘날 집집마다 화장실이 설치된 모습은 공동체가 화장실을 공유했던 과거에 비해 인간사회가 개인화, 민주화, 대중화되었음을 증명한다. --- p.72 도시와 건축은 사람 같다. 한 사람의 과거가 그의 인상과 말투에서 온전히 드러날 때 그를 존중할 수 있는 것처럼 주사제를 투입해 박제한 과거의 모습이나 욕망 가득한 현재의 모습만이 아닌 겪어왔던 오랜 시간이 겹겹이 보이는 도시와 건축이 좋다. --- p.116 가장 위대한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사명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 p.119 사람의 것을 베끼면 모방이지만 자연의 것을 베끼면 창작이 된다. 한국의 고건축은 이미 자연이었다. 아무 죄책감 없이 그곳에서의 감동을 작업에 가져다 썼다. --- p.128 태양빛이 건축을 비추는 순간 모든 건물은 추함을 상실한다. 청명한 날엔 세계 모든 도시가 아름답다. --- p.150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건축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모든 현상의 이유를 찾고 찾아낸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에 해답을 내는 일이다. 작은 문짝 하나에도 그렇게 만들어져야만 했던 수십 가지 이유가 있는 법이다. --- p.166 “스님, 쉼이란 무엇입니까?” 한숨을 가볍게 내쉰 스님이 비로소 답을 하셨다. “어머니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 p.202 도시의 주인공은 사람이나 건축물이 아니다.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경계선이 계속 확장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자연은 숨은 권력자처럼 도시를 관장한다. 겸허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도시는 비로소 인간을 위한 장소가 된다. --- p.262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가장 오래된 희망을 접는 순간 어른이 된다. --- p.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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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오기사의 아주 솔직한 건축 이야기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영감의 공간 [우연한 빌딩] 착하고 소심한 사람들을 위한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변덕의 여정 혹은 실패의 기록 [변덕주의] 세상에는 정답이 없음을 전제로 / 무수한 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과거에 피웠던 고집을 정당화하고 / 현재의 삶을 미완성형이 지속되는 상태로 보려는 경향 [변덕주의자들의 도시](오영욱 지음, 페이퍼스토리)는 건축설계를 전공한 작가 오영욱이 지난 20년 동안 만난, 세상을 바꿔온 위대한 생각들과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던 여정의 기록이다. 부제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수없이 많은 흔들림과 변덕, 좌절 속에서 자신만의 꿈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집트 고대 건축에서부터 한국의 사찰과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또 르 코르뷔지에 등 세상을 바꾼 위대한 건축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오영욱의 시선으로 탐색하고, 그것을 자신의 작업에 투영하여 더 나은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노력했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건축가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풍경에서 영감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는지, 그 변덕스러운 사유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작가가 처음 생각했던 책의 제목은 [실패의 기록]이었다. 건축설계를 전공한 디자이너, 베스트셀러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자선사업가, 건축기사, 시간강사, 방송인, 광고모델, 부동산 임대업자 등의 일을 두루 한 그이지만 중심엔 늘 ‘건축’이 있었다. 자주 흔들렸지만 변하지 않던 단 한 가지는 건축이라는 전공으로 세상을 나아지게 하고 싶은 바람이었다. 이 책은 그 소망을 간직한 젊은 건축가 오영욱의 꿈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나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건축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치기 어린 사명감도 사라졌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건축의 역작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했다. 건축과 졸업생 중 한 자리 수의 비율에게만 부여되는 제도권의 자격증을 쟁취하지도 못했다. 작가는 한국 고건축 답사와 세계 많은 도시를 여행하며, 닮고 싶은 생각들을 마주한 끝에 서울 이태원의 녹사평 언덕 위에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공간 [우연한 빌딩]을 건축했다. 비로소 그는 변덕으로 가득했던 지난 20년을 정리했다고 고백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희망과 절망, 기대와 좌절, 실패와 포기 사이에서 무수히 꿈이 흔들려왔던 오랜 과정을 풀어낸 그의 이야기에서 시시때때로 흔들리고 후회하고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우리의 힘을 재발견한다. “성공의 유일한 조건은 비굴하지 않은 것”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 “이제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보다 유용한 방법을 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되 매사를 줄였다. 열심히 달려왔던 현재의 자리를 조용히 걷는 미래가 대신한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경이가 여전히 많음을 자각하며 그 안에서 나를 찾고, 우연히 찾아온 인연과 기회에 고마워할 것이다.” _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세 그룹을 위해 썼다. 첫 번째는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디자인이 진행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아가며 가급적 많은 유형을 접하는 것이 좋기에 건축가 오영욱이 시도했던 유의미한 작업들을 모두 수록하고 공유했다. 두 번째는 미래의 클라이언트다.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공간을 세상 누군가는 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은 이미 세상의 소소한 재미를 알고 그것을 기꺼이 삶의 중요한 이유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다. 착하고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지만 그렇기에 살아남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선배 같은 이들이다. 그들에게 작가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고 싶었다. 변덕주의자 오영욱이 터득한 ‘흔들리는 마음에 대처하는 건축적 자세’는 다음과 같다. 1. 최대한 튀어야 산다 2. 혁명가가 되거나 도태되거나 3.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를 기다리기 4. 화려함을 경계하라 5. 세상은 거기서 거기 6. 한국인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하여 7. 업자가 되기 싫으면 작가가 되어야 8. 성공의 유일한 조건은 비굴하지 않은 것 9. 돈과 명예와 권력 중에 그중에 제일은 권력이라 10. 완벽한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11. 작은 것에 감동하는 습관 12. 민주주의의 희망과 회의 13. 굳이 이기려 하지 않기 “정직한 삶처럼 겉과 속이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공간 [우연한 빌딩]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0나길 39. 녹사평 언덕의 이면도로에 위치한 [우연한 빌딩]은 온갖 욕망과 약간의 선의에 의해 지어지게 되는 모든 건물들의 생성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꽤 괜찮은 설계안이 나오게 되었을 때 다시 모형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그 그림을 입체화시켰다. 재료는 콘크리트와 철이었다. 구불구불하고 울룩불룩한 건물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설계에서부터 완공까지 걸린 시간은 1년 6개월. 물론 지난 20년간 축적해온 영감, 수많은 변덕과 번복, 불면, 집요함, 기다림의 결과다. 그 모든 여정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이 동행했다. 작가는 답한다. “정직한 삶처럼 겉과 속이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우연한 빌딩]은 오영욱 작가의 그림을 그대로 닮았다.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린 이 공간은 직각 건물들로 촘촘한 서울 한복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곡선의 아름다움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도대체 어떻게 시공했을까 싶게 구불구불한 계단과 테라스, 평평하지 않은 벽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음영이 달라지는 구석구석, 직접 디자인하여 제작한 철제 오피스 가구까지, 거의 모든 것이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그림 속을 4D로 걷는 기분이 든다. 옥상에 오르면 정면에 남산 자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진다. 이곳에서 우연하게 마주치는 서울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소한 변덕들이 슬쩍 부끄러워지고 새로운 변덕이 일기도 한다. 세상에는 경험하지 못한 경이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우연한 인연과 기회에 고마워하게 된다. 작가의 일터이자 생각과 영감의 공간인 이곳에는 ‘크리스티나’와 ‘고선생’이라는 이름의 아주 가끔만 변덕스러운 고양이 두 마리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