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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다
행복한 책읽기 생활의 시간 대식과 다독 독서의 주기 책을 손에 들고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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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책을 읽는다. 천천히 읽다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문득 황홀한 기분에 젖어들 때가 있다. 일 년 365일 가운데 그런 기쁨이 찾아오는 일은 단 몇 분이나 몇 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빨리 빨리 건너뛰면서 읽는다면 단 몇 분, 몇 초의 그 기쁨조차 만나지 못할 것이다.
얼마 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는데,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이 소설을 읽은 것은 이때가 세번째였다. 첫번째는 고등학생 때였고, 두 번째는 2년 전쯤이었다. 처음으로 읽었던 고등학생 때는 아득한 옛날로, 그 내용은 보기 좋게 기억에서 사라졌으므로 제쳐둔다고 해도, 두 번째 읽었을 때 역시 이 한 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이 부분은 마지막 장의, 고양이 주인인 구샤미 선생 집에 메이테이, 간게쓰, 도쿠센, 도훈 등 여러 친구가 모인 날의 일이다. 무료한 잡담 끝에 짧은 가을 해는 지고 손님들은 인사를 하고 뿔뿔이 현관을 나선다. 구샤미 선생은 서재에 틀어박히고 아내는 바느질을 시작하며, 아이들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잠이 든다. 그리고 하녀는 목욕을 하러 간다. 석양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소설도 조용해진다. 그 장면에서 앞의 한 문장이 턱 하니 나온다. 이렇게 고요한 야음(夜陰)의 광경이, 이렇게 적막한 말이 이 소설에 있었던가. 쓸쓸하고 절실한, ㅡ그래서 오히려 행복감마저 들게 하는 마음...몇 분인가 그런 기분을 맛보았다. --- pp. 8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