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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마네킹과 천사(2010년) 낙타 마네킹 애인 둘 웃고 있네 눈 내린 아침 이모네 석류나무 갈피 독도 적멸 은하수와 들불 붉은 해 아랄, 없는 바다 무모한 빛 새 여백 기러기 떼 당나귀 같은 오후 달과 고래 거위 소리 황금빛 재 칼의 은유 오래된 방석 단식 광대 수도원 가는 길(2004년) 무지개 수도원 길 없는 물 항아리 남루에 대하여 나는 늙으려고 눈는 호수 물의 침묵 이슬 포옹 얼음낚시 독약같은 늙는 소년 유월의 시 바다와 고래 흰 밤 투명한 슬픔 결에 관하여 허무에 기대어 피보다 붉은 오후(2001년) 산수유 꽃을 보며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질때 피보다 붉은 오후 힘 집 동지 겨울 풍경 겨울, 소백산 기슭에서 하지 풀잎 달밤 목련 풍경 안개로 쓴 편지를 읽고 놀이터에서 산월 사람의 동네 한 방울 소금을 바르며 파란눈썹(1999년) 볼레로 초록색 파문 미행 푸른 새벽에 매달린 파랑눈썹 크로이첼 짐노페디 카잘스 첼로 추초문 신의 날 어느 시인의 추억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그때도 그랬을 거다(1992년) 오버랩 아닌데? 빈터 feeling 요조숙녀론 효부열녀론 살롱타령 어두운 시대 라자로 마을의 새벽(1984년) 팽팽한 비 떠도는 먼지 아가 백지 효자손 게와 성인 비눗방울 콜베 성모전 빈집을 지키며(1980년) 장미 창 잔디 풍경 가을 두보에게 언덕에 서서 염전에서 연가 꽃 저자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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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환 시인의 시선집 〈황금빛 재〉가 발간되었다. 국내 유일의 활판인쇄 출판사인 도서출판 시월에서 간행된 이 책은 황토색 금박으로 된 글자가 우아한 장정이 돋보인다. 한지에 정성스레 인쇄된 시집을 접하는 독자는 시 읽기의 즐거움과 함께 시를 다루는 정성스런 공력을 느끼게 된다.
이 시선집에는 1973년 등단한 조창환 시인의 40년 시작활동 중 발간된 7권의 시집에서 가려뽑은 대표작 100편이 실려있다. 발표시기의 역순으로 배열된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시집 〈마네킹과 천사〉에서는 문명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과 인간존재의 영성적 메시지를 주조저음으로 하고 있고, 2000년대에 발간된 시집 〈수도원 가는 길〉과 〈피보다 붉은 오후〉에서는 생며으이 신비와 은총,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허무한 아름다움에 대한 유미주의적 탄식이 스며있다. 1990년의 시집 〈파랑눈썹〉과 〈그때도 그랬을 거다〉에서 뽑은 시들은 음악의 악상을 문학적 이미지로 바꾸어 표현한 작품들과 사회풍자적 시들이 실려있다. 초기의 시집에 해당하는 〈라자로마을의 새벽〉과 〈빈집을 지키며〉에는 이 시인의 가톨릭시즘을 근간으로 한 이 시인의 죽음과 재생에 대한 종교적 심성과 청년기의 서정적 고뇌가 담겨있다. 이 시선집은 시인의 정신적 궤적을 더듬어 살필 수 있다는 점 외에 기법적 변모의 과정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어 흥미롭다. 철저한 이미지스트의 입장을 추구한 정갈한 수채화와 같은 시들이 있는가 하면, 존재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시들이 있다. 비극적 형식을 웃음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위트와 아이러니의 기법을 구사한 시들이 있는가 하면, 남다른 여행편력과 이국체험의 소산인 시들도 있다. 지적으로 통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시들은 잘 조정된 미학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이 인간성의 진실된 내면을 비추는 그의 시들이 사색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지닐 수 있는 까닭이다. 시인의 이지적인 정신과 감성적 호흡이 전편에 스며있는 이 선집은 책의 체제나 장정 못지않게 알차고 세련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과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개인적인 특별한 계기가 있어 이 시선집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말로 그간 재직하던 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지게서 정년을 맞아 은퇴하게 된 것을 기념하면서 이제부터는 오로지 전업시인의 길로만 매진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는 의미라 한다. 아직도 청년과 같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의 문학적 탐색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