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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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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김성준은 자살했습니다. 그를 좋아했던 한 아이는 아마 울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그의 나이가 된 오늘 이 책을 쓰며 그를 추억합니다. 잊혀진 챔피언을 위하여. 『썸데이서울』은 그 어떤 막막함의 기억과, 한 인간의 과거체험에 대한 기억의 축척이 빚는 사고 시스템을, 이른바 '추억'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하지만 그 '추억'이 저자의 신변잡기나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 책의 첫 번째 꼭지인 <난감한 너무나도 난감한>은 너무나 명백해 보이지만 또 그만큼 불분명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살한 '참피온' 김성준과 '모범적인' 버스 운전기사, 성추행 혐의를 받았던 어느 동기와 '피라미드'에 빠진 선배. 저자는 그들의 행동을 놓고 왈가왈부했던, 즉 '어찌 보면 명확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뭔가 자명한 것이 있는 듯 무정할 정도로 단호해야 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추합니다. "아직도 저는 누가 잘못했고 누가 착각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그를 정치적으로 '매장'하는 데 한 삽을 떴고, 다른 이들이 뜨는 삽을 말리지 않았고, 배심원 역할을 했던 끔찍한 기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행위가 응당한 징벌이었든 경솔한 오심이었던 말입니다. (과연) 우리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었을지…" 두 번째 꼭지 <때론 아프게 씹어주는 게 약이 된다>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질책입니다. 역사를 빌어 현실을 말하는 것은 저자의 장기입니다. 그는 광해군의 몸을, 경대승의 몸을 빌려 역사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일부 '철없는' 검사 영감님들과 정치인들과 인공기를 불태운 '극우'노인장들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질타합니다. "지금 네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이 누구의 덕인지 알지 못하느냐. 이제 네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굽어보게 되었으면서 네가 이리 변함은 무슨 까닭이냐. 네 정녕 그 자리가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더냐.(…)네가 권좌에 올랐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치하하였다. '세상이 그를 버려도 우리만큼은 그를 지키자.'(…)네 그 기대를 저버리려느냐. 그 간절한 바람의 손들을 잊어버리려느냐.(…)세상의 어떤 권력자가, 어떤 임금이, 도와주는 이 없어 실패하였다는 변명을 그리 쉽게 할 수 있었더냐. 도와주는 이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심지어 돕고 싶지 않아 팔짱낀 놈들의 팔짱을 풀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사방에 적이니 어찌하겠느냐고? 그래서 못해 먹겠다고? 어쨌건 세상을 틀어쥔 것은 네 손이다. 네 맘대로 할 수 없을지언정 너는 고려라는 배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그 키마저 남의 탓으로 돌리려느냐." 세 번째 꼭지 <제발 세우지 맙시다>는 '상식'에 대한 호소입니다. 지역감정과 국가보안법, 장기수와 주한미군 문제 등에 관한 저자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세우지만 말고, 즉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지 말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자. "말이 통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의 의사소통 길목의 차단기를 걷어치운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사상 검증은 국정원이나 경찰 대공분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빨갛고 노랗고 파란 무지개 딱지를 붙여 대는 것도 수구 언론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딱지를 남발하고도 그 행위를 자랑스러워하고,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에 자아도취 되는 것일 겁니다." <지금은 없는 시간을 위하여>는 '추억'에 관한 글입니다. 변두리 식당 주인, 청계천 간판장이, 지금은 사라진 버스 안내양 그리고…… 전태일과 박종철. 저자는 대한민국의 장삼이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고철이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위에 그가 불렀던 노래들처럼 그는 종종 친구들의 꿈 속에 찾아오겠죠. 젊음의 고난이 그에게 희망을 안겨 주지는 못하였지만 이 땅의 끝에서 우리 다시 만나면 우리는 또 다시 둥글게 뭉게구름으로 합칠 날이 있겠죠. 그때는 기타 하나 동전 한 닢밖에 가진 것이 없을지라도 내가 너를 아는가…… 네가 나를 아는가 무심했던 우리 우리야…… 하면서 어깨를 칠 날이 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