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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내는 누구인가? - 아내 탐사를 시작하며 1, 아내의 몸 작은 소리에 더 예민하다 - 아내의 귀 수술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 아내의 코 누군가의 뒤통수를 사랑한다는 것 - 아내의 뒤통수 짧은 치마를 안 입는 아내 - 아내의 무릎 쥐었을 때 예쁜 - 아내의 손 하얀 얼굴, 검은 속살 - 아내의 피부 혹시 ‘수전머리’를 아세요? - 아내의 새치 물컹하고 뭉클한-아내의 몸 2, 아내의 물건 독립적인 존재는 아름답다 - 아내의 방 자꾸 발가락이 간지러워 - 아내의 신발 빨래 건조대에 걸린 분홍색 팬티 - 아내의 속옷 거울은 먼저 웃어야 한다 - 아내의 거울 누굴까? 아내에게 CD를 선물한 사람은 - 아내의 CD 인생은 찰나, 믿지 못하겠거든 - 아내의 사진 아내에게 야한 속옷을 선물하는 이유 - 아내의 물건 일상의 예술가와 함께 사는 일 - 아내의 그림 3, 아내의 속 남편은 행운아 - 아내의 모성 당신은 엉엉 운다 - 아내의 울음 아내는 배짱, 남편은 절개 - 아내의 배짱 또 아내는 배짱, 남편은 절개 - 아내의 배짱 2 없을 때 오히려 있는 사람 - 아내의 부재 못된 아들과 못난 아빠 - 아내의 부재2 장마철에 아내는 입덧한다 - 아내의 비위 애교 없는 여자 - 아내의 애교 뒤끝 없는 여자 - 아내의 뒤끝 말은 그렇게 해도 - 아내의 무정 백만 년만의 만취- 아내의 만취 그 속을 누가 알랴 - 아내의 속 4, 아내의 세계 아내는 남편의 지구다 - 아내의 중력 달고 깊은 - 아내의 잠 촌스러운 남편과 스타일리스트 아내 - 아내의 쇼핑 진정한 권력자 - 아내의 요리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 아내의 이사 언제 이사했어요? - 아내의 이사 2 초현실적인 하늘 - 아내의 가을 추운 겨울에도 아내는 따뜻하다 - 아내의 체온 추석 건너뛰기 - 아내의 추석 아픈 자기 배보다 고픈 남편 배 - 아내의 복통 대머리 되면 그날로 이혼 - 아내의 엄포 불안은 번식한다 - 아내의 전쟁 일요일 아침의 행복- 아내의 의리 가족여행, 즐겁고도 괴로운-아내의 여행 5, 아내의 꿈 사랑스러운 허영 - 아내의 가명 아내의 꿈은 영화배우 - 아내의 꿈 아내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술 - 아내의 행복 꿈은 늙지 않는다-아내의 작품 나도 작가라니까 - 아내의 남편 1 꼴불견 남편 - 아내의 남편 2 같이 있는 것은 가치 있는 것 - 아내의 비서 에필로그 아내에게 미리 쓰는 유서 부록〉 부부 어! 사전 ? 관계 부부어 사전 1 부부어 사전2 부부어 사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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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서로에게 거울이다. 아내의 거울은 남편이지만 남편의 거울은 아내다. 돌아선 아내의 뒷모습이 비춰주는 남편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만사 귀찮은 게으른 사람이다. 남편은 자세를 바로잡는다.
“뒤에서 보니까 확실히 알겠네. 예뻐. 뒤쪽의 단추가 포인트네.” “정말?”아내가 활짝 웃는다. 아내의 웃음을 보며 남편은 뭔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이미 늦었다. 아내는 옷장으로 가서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을 모두 꺼내 온다. “그럼 이건 어때? 이건?”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니다. 거울이 먼저 웃어야 한다. --- p.59 물론 나는 가구 위치가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싫어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쫓아가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멀미를 하면서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들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구 같은 것. 집에 돌아와 나는 변하지 않는, 한결같은 가구를 보며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일상의 예술가인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수시로 가구 위치를 바꾼다. 우리 집의 어떤 가구도 제자리를 지킬 수 없다. 그것들은 안방에서 거실로, 아이들 방으로 계속 자리를 옮겨 다녀야 한다. 아내에게 가구는 물이나 돌인지 모른다. 한곳에 고여 있으면 썩기라도 하는 것처럼, 혹은 구르지 않으면 이끼라도 끼는 것처럼, 아내는 가구를 수시로 옮긴다. --- p.74 밤이 깊어 부부는 잠자리에 든다. 방의 벽지며 살림살이가 모두 낯설다. 이국 땅에서 남편과 1년여 만에 갖는 잠자리. 아내는 새색시처럼 부끄럽다. 남편의 몸을 받아들이며 아내는 처녀처럼 몸을 떤다. 자기도 모르게 그만 눈물을 흘린다. 서러운 것은 아닌데, 슬픈 것은 더욱 아닌데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우는 아내를 보며 입 무거운 남편도 마음이 짠했던지 입을 연다. “와 우노? 내가 그래 좋나?” 아내가 왜 우는지 남편은 모른다. 그 무심한 남편 옆에서 아내는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모처럼 달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 p.132 아내는 남편이 서툴게 만들어 올, 그래서 아무리 맛이 없어도 달콤할 죽을 기다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큰 쟁반에 남자가 손수 만든 음식을 들고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에게 갖다주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은 죽 먹으란 소리도 없고 죽 그릇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지도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거실로 나와본다. “뭐 해요?”"아, 와인 오프너가 어디 갔지? 아무리 찾아도 없네.” 아내는 다시 배가 살살 아파온다. --- p.171 "난 꿈이 없었어."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말해봐요." "정말 난 없었어. 당신은? " "나야 있었지. 들으면 웃을 텐데." "안 웃을 게. 약속해." 남편은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웃음은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보다 훨씬 강하다. "영화배우." 아내는 예쁘다. 그래도 영화배우를 할 만큼 예쁜 것은 아니다. 아내는 재능도 있다. 그러나 영화배우를 할 만큼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도 나는 가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나는 영화관에 앉아 아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다. 악몽이다. ---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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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누구일까? 육아와 가사에 얽매이고, 혹은 워킹맘으로 집안 경제까지 서슴없이 떠맡는 이 시대 아내들은 남편에게 어떤 존재일까.
호강시켜준다는 사탕발림은 온데간데없고, 허구한 날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무관심한 남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백 년 살고 싶은 아내의 스무 살 욕망은 어느새 흘러간 노랫가락으로 변색되고, 그리하여 아내는 상실과 욕망 사이에서 지쳐가고 행복은 점점 멀어져가고,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 없어 외롭기만 한 존재? 여기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만나 결혼해서 살고 싶은 희귀한 남편이 있다. 그 다음 생에도, 또 그 다음 생에도, 이 정도면 희귀하기보다는 이기적인 것에 가깝다고 눈치챌지 모르겠다. 맞다. 김상득은 영락없이 이기적인 남편이다. 그 이기적인 남편이 아내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아내의 몸은 어떻고, 아내의 속은 대체 어떻게 꼬여 있고, 아내의 꿈은 무엇인지, 하루하루 숙제하듯 탐색하다보면 누구인지 알아야 할 텐데,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남편은 말한다. 남편은 모른다고. 손에 잡히듯 빤할 것 같은 아내를 도대체 남편은 모르겠는 것이다. 조용히 그리고 부지런히 아내를 탐닉하던 남편은 어느새 아내를 탐하고 만다. 무심한 듯 뭉클하게…. 그리고 마침내 아내를 아프게 울리고 만다. 그런데 남편은 또 모른다. 아내가 왜 우는지. 희미하고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결혼한 지 3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부부 간의 관계는 식상해지고 서로에 대해 지나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변한다. 『아내를 탐하다』는 20년이 넘게 결혼생활을 해온 저자가 어느 날 문득,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같이 살지만 도대체 아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는 것을 깨닫고 아내라는 인격적 공간을 탐사해나가며 써내려간 글이다. 아내의 몸, 아내의 물건, 아내의 속, 아내의 세계, 아내의 꿈 등 총 다섯 개의 세밀화로 그려지며 낯선, 혹은 낯익은, 사소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아내의 모든 것들에 대한 관찰기다. 저자의 애정 어린 탐사 과정을 통해 아내라는 한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된다.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남편생태보고서』 등으로 그동안 부부 관계에 대해 혀를 내두르는 유쾌한 글담을 보여준 저자 김상득은 솔직하고 간결하며 유머러스한 글쓰기, 위트 있는 반전, 가끔 눈시울이 찡하는 감동까지 응축된 일상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냈다. 결혼생활을 하며, 관계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내와 남편에게 서로의 존재를 보듬고 공감하게 만드는 신선한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낯선, 혹은 낯익은 아내의 인격적 공간 재발견 자신을 여자도,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저자 김상득은 어쩐지 좀 슬프기도 하고, 어쩐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삶에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에 찌든, 그리하여 술에 취해서야 밤늦게 잠들어버린 그리운 아내 곁으로 돌아오는. 그리하여 아내 앞에서 무기력하고 가족의 소중함도 잃어가고 감정은 메말라가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중년 남성(남편)의 슬픈 자화상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농담 좋아하는 긍정적인 저자의 시각을 통해 묘사되는 이 시대 아내의 모습은 가끔씩 주책맞고, 그러나 여전히 예쁘고, 따뜻하고, 안고 싶은 여자다. 아내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깊고 진지하면서 때론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가벼움이 공존하며, 남편으로서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 것 같았던 아내의 존재가 설레고 신선한 낯섦으로 새롭게 재발견된다. 저자가 탐한 아내의 모습은 이렇다. 스무 살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 만큼 터무니없지만, 잠들 때 말고 고단한 손을 쉬지 않으며 가족을 살아가게 한다. 남편의 스타일리스트도 아니면서 혼자 쇼핑을 가는 날에는 꼭 남편의 옷을 사오고, 뜬금없이 하늘이 초현실적이라며 문자를 날리는 시인 같은 감수성을 가졌다. 화가 나면 어휘 구사 능력이 백 배 정도 향상되고, 가장 풍요롭다는 한가위에 가장 가난하고, 가장 섭섭하고, 가장 지친 사람. 자신을 여자도, 무엇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만취한 남편의 입에서 나온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왜 이런 말을 꼭 이렇게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온 남편에게 들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서럽게 우는 아픈 존재다. 남편은 글 끝에서 아내에게 미리 쓰는 유서를 남긴다. 돈 버는 일에 통 소질이 없었고 나중에 호강시켜준다고 했던 말 다 거짓말이며, 밖으로만 돌고 술 많이 마시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로 자주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반성한다. 그러나 아내를 만나 진심으로 행복했고 다음 생에, 또 그 다음 생에도 아뮳와 결혼해서 살고 싶다는 무심한 듯 뭉클한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외국인이나 외계인만큼 다르다! 아내들이여, 유쾌한 반전으로 회복하라! 저자는 부부 관계에 대해서도 데보라 태넌이 남녀의 언어에 대해 했던 말을 인용해 즐거운 통찰을 남긴다. “남자는 자신의 독자성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부부 관계를 사용한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와 친밀함을 창출하기 위해 부부 관계를 사용한다.” 남편과 아내는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갖고 사용하며, 남편은 아내와 자신의 관계를 확인하는 하나의 절차로 여기고, 아내는 남편과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유지하는 지속적인 행위로 여긴다는 것. 즉 남자와 여자는 외국인이나 외계인만큼 다르다고 말한다. 여자와 남자가 영문도 모른 채 다투고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같은 말을 사용한다는 데 있으며, 서로 다른 목적과 의미를 가진 말로 매일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대화에 담긴 속내를 해석해본다. 저자의 묘사를 통해 드러나는 아내를 보며, 아내들이 웃다가 울고 불고를 반복하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지쳐가는 결혼생활을“그까이 꺼 뭐 대충” 하며, 유쾌한 반전으로 회복했으면 좋겠다. 아내 - 나랑 얘기 좀 해요.(지금부터 내가 하는 수다를 좀 들어줘야겠어요.) 남편 - 지금 좀 바빠. (난 항상 바빠.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아내 - 그게 나보다 더 중요해? (당신 제정신이야?) 남편 - 말해봐. (말해봐. 결론부터.) 아내 - 됐어요. (나 화났어요.) 아내 - 당신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당신은 언제나 날 무시해. 이렇게 사느니 우리 차라리 이혼 하는 게 나을 거야.) 남편 - 듣고 있어. (듣고 있어. 귓등으로.) 아내 - 싫으면 싫다고 해. (설마 싫다고는 못하겠지.) 남편 - 당신 화났어? (화난 거야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남편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나도 모른다.) 아내 - 건드리지 마. (지금 섹스할 기분 아니야. 도대체 당신은 왜 내가 감정이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야.) 남편 - 사랑해. (섹스하고 싶어.) 남편 - 사랑한다니까. (섹스하고 싶어 미치겠다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