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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숲
지평선 |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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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개념의 숲
고은 특유의 시각이 불러내는 세상 개념에 대한 단상록 개념 개념은 발전한다. 개념은 본질을 포착한다. 개념은 비본질도 포착한다. 개념은 모든 현상 속에서 모호해진다. 확실한 낙조가 흐리멍덩한 어둠으로 변하는 것처럼. 시 시는 17세부터 나의 북극성이다. 시는 나에게 길을 걸어가는 자이게 한다. 서구 서구는 아시아의 문화 이후에 문화를 성급하게 시작한 원시였다. 이제 서구는 아시아의 후진에 대한 우월성으로 넘친다. 서구인에게 세계는 서구였고, 서구는 부록附錄인 오리엔트가 있다. 근대 서구 민족주의가 제국주의로 팽창되어 아시아 아프리카를 착취했다. 여기서 발생한 오리엔탈리즘은 악이다. 헤겔은 동양을 자신들이 대변해야 할 객체로 단정했다. 서구는 아시아에 사는 인간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고 셈족, 중국인, 한국인 따위로 보았다. 서구는 아시아를 평생 바쳐야 할 비즈니스라고 인식했다. ‘서구의 몰락’은 이러한 몇백 년간의 오만을 수정하기 시작하는 신호였다. 서구 중심 사관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정열 정열은 지혜보다 상위에 있어야 한다. 태풍과 허리케인, 지진, 시베리아 눈보라, 화산 대폭발, 타클라마칸 사막의 회오리 기둥, 홍수……. 이런 것들이 정열의 교사다. 정열만이 창조의 힘이고 변혁의 수레바퀴다. 친구여, 정열 없는 생명보다 정열 있는 시체가 되어라. 의무 의무가 권리보다 더 악용되는 시대가 암흑기다. 촛불이 초를 죽이는 것처럼 의무는 삶의 대부분을 헌납하게 만든다. 광기 예술에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에 반드시 불필요하다. 인간 인간을 정의하지 말자. 인간은 개념화가 불가능하다. 2부 지평선 세상을 향한 내면의 사유를 흔들어 깨워줄 철학적 에세이 어떤 기쁨도 공짜배기는 없다. 기쁨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그래서 걸림 없는 기쁨은 끝내 걸림 있는 것이 되고 만다. 기쁨은 슬픔의 앞이다. 아니 기쁨은 기쁨 혼자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슬픔의 궁극적 동의어인지 모른다. 고苦와 락樂을 합쳐 고락이라고 말할 때 어느덧 고는 락이고 락은 고이다. 10년 기쁨은 혹시 20년 슬픔의 빚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쁠 때는 그냥 기뻐하라. 텅 비어라. ---「커다란 富의 건너편, 기아의 지옥이 보이는가」 중에서 흔히 우리의 사색思索에서 시야가 좁은 한 나무 보기가 아니라 넓은 시야로 숲 전체를 보라 한다. 그럴 뿐 아니라 숲의 여러 종류 나무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인간사회의 이기주의와 어떤 독선을 반성케 하는 비유가 되기에 이른다. 숲에는 공존 공생이 있다고. 그러나 저 들 한복판 무논 가운데 내려앉은 황새의 한가한 풍경이 실은 그 황새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처절한 풍경이라는 것을 잊듯이 우리는 숲 속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간과하고 있다. ---「시인들 찬미한 山河大地, 그 속엔 생존전쟁 모순이……」 중에서 지상에는 1,000만 종 이상의 생물이 있다 한다. 그 생물 중의 하나인 인간인 나. 지상에는 곧 인구 70억이 될 것이다. 그 70억 중의 하나인 나. 저 6월 민주항쟁의 인파. 저 월드컵 붉은 악마의 열렬한 인파. 저 광우병 미국 소 반대 촛불집회의 10대 인파. 하나 집에 돌아가면 나 혼자이다. 어떤 축제에서 돌아간 뒤의 공허 속에 남겨진 그 혼자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외로움은 아프다. 어차피 탄생과 사망 사이의 일생도 그 탄생이나 사망처럼 나 혼자의 것. 누구는 이것을 본질적이라 하고 누구는 실존적이라 한다. 나는 이 외로움에 대해서 아무것도 정의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해명할 수 없다. 다만 외로울 때는 백과사전이 있으면 참 좋을 것이다. 그것을 여기저기 들추어보건대 온갖 사물과 개념에 대한 풀이가 있다. 때로 친절한 것도 있고 때로 무미건조한 것도 있다. 거기에 슬그머니 말을 걸어보아라. 어느새 그대는 그 풀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외로울 땐 하늘을 보라, 우주에서 우린 무한생명인 것을」 중에서 한국 속담이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메운다고 말하는 것은 욕망의 무한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조율하고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점에서 자연계 생물들의 생태가 유지하는 기본 욕망의 균형으로부터 인간의 욕망이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새와 짐승 그리고 벌레들의 세계, 미생물의 세계, 이른바 태란습화胎卵濕化의 사생四生이야말로 어떤 종교도 지배 이데올로기도 필요 없는 그것 자체의 타고난 본능의 ‘자연’으로 ‘윤리’를 살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발원지 욕망, 긍정과 부정의 조화를 꿈꾼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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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내면의 사유를 흔들어 깨워줄
민족시인 고은의 철학적 에세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혹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사유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런 생각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해 민족시인 고은이 철학적 에세이『개념의 숲』을 펴냈다. 고은 특유의 시각이 돋보이는 세상 개념에 대한 단상록과 세상을 향한 내면의 사유를 흔들어 깨워줄 그의 글은, 철학적 사유와 문학적 감성이 메말라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세상을 돌아다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철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오직 앞을 향해 달려만 갈 뿐,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 데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의 부재에서 출발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를 거부한 사람이 많아 보이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인간의 욕망으로 뒤덮인 절망의 이 세상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을 것이므로……. 고은 문학 50년 기념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 작품 수록! 뜨거운 가슴으로 시와 부대끼고, 거칠 것 없는 열정으로 역사에 맞서온 시인 고은은 이 에세이집에서 그 특유의 한없이 감성적이면서도 질풍노도처럼 격렬한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함께 수록된 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그림전 「동사를 그리다」에서 선보인 35점의 그림은, 자연과 영혼의 원형을 투사하고 있으며 고정된 형체의 허구보다 변하는 세계의 진실을 쫓아간다. 어쩌면 그는 제약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그의 그림 하나하나를 통해 표현했을지도 모르리라.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화가를 꿈꿨다는 시인이 글 대신 붓으로 읊는 세계는 어떤 것일까. ‘곧 닥칠 움직임’ 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의 움직임’을 그림으로 표현한 시인은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흉내 내지 않고, 오롯이 고은 자신이기를 원하는 열정의 소신으로써 그동안 글을 통해 보여준 탁월한 세계 해석과 인간의 자기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