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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서
제1부 세상의 메아리 돌아온다는 것 가을을 맞으면서 형식의 날들 나의 5월 5일 학생으로서의 생애 두 여자 이야기 수레의 시절 어느 투명인간 밤 봄과 더불어 귀신 팔기 돌멩이의 대화 제2부 시를 부르면서 내 시를 말한다 시 「광야」를 생각하며 가을 그리고 시 그리고 철학 ‘시와 역사’를 위한 단상斷想 시 혹은 치유: 등단 49년 후, 치유에 대한 일언一言 시는 어디 있는가 어느 해 스톡홀름에서의 발언 내 시의 고전적 환경 내 시의 꿈 한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제3부 이 땅에서의 꿈 한국의 햇빛 고백으로서의 통일 한국의 남과 북 오늘, 민족문화를 말한다 두 시인의 마음 민족의 통일, 문학의 통일 올림피아에서의 발언 정주영의 소떼 경의선은 있다 제4부 남아 있는 자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 마음의 유희遊戱 향수와 우수: 군산에의 기억 내 고향 앞바다 선유도 어느 해 벽두에 서서: 1995년의 현실 노동의 마음 죽음으로 사는 법 |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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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삶과 문학, 그리고 민족!
이제는 몇 권째인지 세는 것도 그만둘 만큼 방대한 저서를 썼지만, 아직도 하얗게 비어 있는 원고지를 보면 설렌다는 시인은 70이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직도 열혈 청년이다. 시인은 머리말에서도 밝혔듯이 “시에 대해서 종종 말하고 싶었고 시대의 액면도 말하고 싶었다. 가버린 삶의 잔해들도 잠시 붙잡아놓고 싶었다”며 이 책의 탄생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1부 ‘세상의 메아리’와 4부 ‘남아 있는 자취’는 세상에 대한 고뇌와 그것에 대한 시인의 깊고 아픈 성찰이 돋보인다. 켜켜이 쌓인 시대의 영구 미제들에 이길세라 질세라 당장 눈앞이 시끌시끌하고 살벌하고 거칠기 그지없다. 거리에서도 서로 어깨를 부딪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과 우산의 충돌들은 또 무엇인가. 농사짓던 시절의 옛 두레는 고사하고 어제오늘 가장 많이 들리던 공동체라는 말은 실상 아무런 구실도 못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함께 사는 관계이기보다 너무나 선혈 낭자의 경쟁 관계로 노출돼 있다. 아니 경쟁이 아니라 각개 백병전 그것인지 모른다. 이런 세상의 막가는 판국에 굳이 현실 정치 그것 하나만 떼어서 질타한들 얼마나 옳겠는가. -1부 「돌아온다는 것」 중에서 예문에 이어 말미에 나오는 “아 단 하루만이라도 1주일만이라도 멋진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시인의 외침은 자못 가슴 아프다. 내가 돌아갈 사회는 무엇인가. 내가 돌아가서 살아야 할 국가는 지금 어떤 곳인가. 해가 뜨는 아침의 희망도 해가 지는 저녁의 회한도 다 오염된 인간의 발악이 지속되고 있는 곳이 아닌가. 오직 나만이 있고 나의 이익만이 정당하고 다른 신념은 모두 나의 신념의 적이 되는 그 증오가 세상의 힘으로 행사되고 있는 곳은 아닌가. -4부 「내 고향 앞바다 선유도」 중에서 2부 ‘시를 부르면서’에서는 고은 시의 근원과 한국 현대시 100년의 역사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지난 반세기에 걸친 시인의 문학 행로를 보여주고 있다. 내 사색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의 상생相生 또는 공생共生으로서의 중생衆生의 언어를 꿈꾸기에 이르렀습니다. -2부 「내 시를 말한다」 중에서 시는 결코 높은 위세의 신神으로서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의 병으로써 세상의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다. -2부 「시 혹은 치유: 등단 49년 후, 치유에 대한 일언一言」 중에서 특별 감방이라는 ‘관’ 속에서 숨 쉬는 나에게 그 구상이야말로 내 삶을 돌아다보는 성찰과 나 자신의 현재를 깨닫는 확인 그리고 내가 살아서 세상에 나갈 수 있다면 어떤 나로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서러운 꿈이 명멸했다. -2부 「시는 어디 있는가」 중에서 3부 ‘이 땅에서의 꿈’은 나라를 잃고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민족시인으로서 이 땅에서의 바람과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통일이 될 때까지는 나는 거의 날마다 동북아시아 한반도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볼 것이며 남과 북의 산야를 떠돌며 조국을 노래하고 민족을 애타게 부르짖을 것이다. 거지가 되어도 통일을 꿈꿀 것이다. 또한 나는 지독하게 우리 민족을 사랑하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미워할 것이다. -3부 「고백으로서의 통일」 중에서 나 역시 지난 30년 동안 내 입에서 민족이란 말이 몇만 번이나 나왔는지 모를 만큼 그것은 지겨운 말입니다. …… 그래서 통일이 되면 그날부터 내 몸 속에는 민족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나는 거지가 될지언정 민족을 노래하고 이야기하기를 그칠 수 없습니다. -3부 「한국의 남과 북」 중에서 민족이나 국가는 둘로 나뉘면 두 민족 두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하나의 내장공동체의 생명이므로 바로 죽음이 되는 것입니다. 한 신체를 둘로 잘라버리면 둘은 시체가 됩니다. 그래서 분단이 민족을 두 개로 나누었으나 궁극적으로는 두 민족이 아니라 죽은 민족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부 「한국의 남과 북」 중에서 산문집의 제목 ‘오늘도 걷는다’처럼 시인은 사실보다 진실을 좇아 자폭한 심청전의 심청과 저 고대 레스보스섬의 사포를 따라 오늘도 길을 나선다. 시인의 행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