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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_ 셰리 오트너
1. 문학과 현실의 교감 _ 스티븐 그린블래트 2. 문화평론가로서의 기어츠 _ 레나토 로살도 3. 기어츠, 문화체계, 역사 : 공시성에서 통시성으로 _ 윌리엄 슈얼 4. 종교와 자본주의 재고 : 17세기 유대 상인의 문화 _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5. 현지조사 여건의 변화와 공모의 개념 _ 조지 마커스 6. 텔레비전의 확산과 문화의 해석 _ 릴라 아부루고드 7. 중층적 저항 :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본 죽음과 행위력의 문화적 구성 _ 셰리 오트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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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석학들이 조명한 기어츠의 문화이론
인류학이 꽃핀 20세기, 프랑스에서는 레비스트로스의 연구가 문학이론에까지 널리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에서는 마거릿 미드, 루스 베네딕트 등의 연구가 학계 및 일반인들에게까지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미국에서 이들의 뒤를 잇는 상징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레비스트로스만큼이나 그 영향력이 큰 학자임에도 아직까지 국내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실천문학사에서는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 7인이 기어츠의 문화이론의 의미와 그 영향에 대해 조명한 『문화의 숙명』을 출간하였다. 인류학자 셰리 오트너의 중요한 서론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레나토 로살도, 조지 마커스, 릴라 아부루고드(이상 인류학자), 문학비평가 스티븐 그린블래트, 역사학자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역사학자 겸 정치학자 윌리엄 슈얼의 논문들을 포함하고 있다. 각계의 정상급 학자들인 이들은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문화 개념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문제, 현지조사에서 감정이입과 '공모'가 차지하는 비중, 문화와 역사, 인류학과 문학이 서로를 조명해주는 방식 등의 이론적·방법론적 쟁점을 다룬다. 인류학에 관심을 가진 이는 물론, 미시사나 철학·문화이론 등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오랜 기다림에 값하는 풍성한 영감의 보고가 될 것이다. 실증주의에 맞설 대안을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제시한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는 20세기 후반에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재정립한 대표적인 인류학자다. 기어츠는 철학과 문학 연구에 바탕을 두고 인류학적인 문화의 개념을 활성화하고 변형시켜, 인문학에 있어 문화를 핵심적인 위치로 끌어올렸다. 아울러 인류학의 과학화와 법칙화를 강조하는 실증주의적 경향을 비판하며, 인류학은 순수과학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분석의 초점은 가시적 현상 자체가 아니라 이면에 놓인 의미와 상징을 해석해내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상징인류학이라 불리는 그의 작업은 인류학뿐 아니라 광범위한 학문 분야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20세기 중반까지 당시 사회과학을 주도하던 과학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오늘날까지 거의 모든 사회과학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요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인류학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즉 이색적이고 특수한 학문으로 지식 세계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던 인류학이 논의의 중심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논문집은 인류학 저술의 귀감으로 인식되면서 인류학계 안팎에서 널리 읽혔으며, 인류학뿐 아니라 역사학, 문학비평, 정치학, 철학 등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인류학을 인문학적 논의의 중심무대로 끌어올리다 기어츠는 문화를 민족지학자가 해독해야 할 '텍스트'와 같다고 보는 새로운 시각을 내세운다. 『작품과 생애』에서 그는 에번스 프리처드, 말리노프스키, 레비스트로스, 베네딕트의 민족지에 나타나는 상상력과 은유를 분석하여, 인류학이란 단지 '글쓰기의 일종'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단 하나의 인류학적 진리 대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여러 개의 다층적 진리를 성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학 분야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중대한 도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는 인류학의 참신한 시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고, 포스트모던 인류학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혹자는 그가 선구자에 그치지 않고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편 기어츠가 인접 분야에 미친 파장은 해석적 접근법을 통해 다른 문화적 세계를 열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문학적·역사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이론은 신역사주의 문학비평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문화사 연구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과 프랑스 문화사 속의 다른 이야기들』 및 이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실 1970년대 이후 역사 연구의 한 분야로 등장하게 되는 미시사의 등장은 전적으로 기어츠의 인류학의 성과에 기반해 있다. 기어츠는 문화분석이 의미를 추구하는 해석과학임을 선언했고, 이는 역사학이 과학의 객관적인 방법을 포기할 때 과거를 복원시키면서 과거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고를 열어주었다. 또한 인간의 행동이 곧 상징이 되며, 상징이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역사학의 사료범위를 기존의 문서 이외의 것으로 확대시켰다. 결과적으로 그는 인류학이 인문학적 논의의 중심 무대에 등장하도록 해주었는데, 인류학의 역사를 통해 레비스트로스를 제외하곤 다른 분야에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