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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을 내며
혼자여서 자유롭고, 함께 있어 충만한 마음 / 도종환 詩 Ⅰ 깨침의 노래 자유 | 나를 위한 기도 | 깨침의 노래 | 그대, 꽃처럼 | 오실 이, 가 실 이 | 삶 | 너를 위한 기도 | 나처럼, 그대처럼 | 초겨울 | 나의 가을 | 꽃의 전사 Ⅱ 가슴 속 깊은 그리움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 | 손맞이 茶客 | 심곡유정深谷有情 | 떠나간 뒤에 | 바람의 소리 | 집착 없는 사랑으로 | 그리움의 꽃 | 꿈 빛 | 그대 나에게 숨결을 주오 | 단풍 | 가을은 | 기도 | 유정천리 Ⅲ 함께 차를 나누며 돌아온 도반 | 네 안에 사랑을 | 그대 안에 | 용목아! 발보리심 하거라 | 행복지도幸福之道 | 차향 | 도반과 함께 | 향기 | 그대도 차를 마시게 Ⅳ 심곡암 이야기 심곡 예찬 | 심곡암 이야기 | 심곡암 4월 | 봄날 아침 | 연일 비는 내려 | 목련꽃 | 더덕 | 꽃을 앓을 때 | 산 품 | 심곡암 산사 음악회 봄 1·봄 2·가을 1·가을 2 散文 Ⅰ 취봉(翠峰) 큰스님 시봉 이야기 Ⅱ 법정스님을 기리며 Ⅲ 심곡암이 암자가 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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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저 혼의 크기 만큼만 피어서 그 빛깔과 향기는 땅이 되고 하늘이 되나니.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피어나는 때를 아는 꽃처럼 지는 때를 아는 꽃처럼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채 영겁을 노래하는 꽃처럼 살으리. 나도 저처럼 내 혼 만큼만 피어나서 땅이 되고 하늘이 되리. --- p.24 네 안에 사랑을 이쁜 뜨락의 정원처럼 네 안에 사랑을 가꾸라. 사랑의 기운으로 모든 꽃들은 제 빛깔과 제 향기로 그대를 단장하리니. 아침에 처음 눈을 뜨면 햇살보다 더 이르게 이미 가슴에 와 닿아 있고. 진종일 나의 육신의 눈이 무엇을 보건 마음의 눈은 사랑자락을 놓치지 않나니. 하루를 마치고 눈을 감을 때 허전함을 가누기 위한 이불자락보다도 더 먼저 안기어 가슴에 와 있는 사랑이여! 그런 사랑이 나를 떠나면 내 혼도 더불어 아침 이슬이 햇살에 스러지듯 사라지고 마나니. 사랑은 인생의 전부요, 모든 것이네 사랑은 삶에 생명이며 존재의 심장이네. --- p.74 봄날 아침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긴 잠에서 깨어나 눈 부비며 뜰에 나리면 봄날의 아침 햇살은 살포시 머금는 미소 띤 인사처럼 진달래 붉은 꽃잎 몇 떨기 땅에 떨구어 놓은 채 고운 빛 아침을 펼쳐 놓습니다. 이 산 녘은 비밀스러운 돌 벽을 지나 꿈같이 나타난 도원과 같습니다. 비워진 연못 속에 연꽃이 피고 물망초들이 푸르게 펼쳐 있고. 아직 새순으로 그 환산을 드러내지 못하는 산목련들의 합장은 채 해 떠오르기 전 새벽녘 단 꿈과도 같습니다. --- p.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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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은 크게 4부로 나누어진다.
1부 '깨침의 노래'에서는 오랜 스님생활을 통해 다가온 깨달음에 대한 단상들을 시로 표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깨달음의 세계는 결코 저편에 놓인 높은 경지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일상의 행복 속에 있음을 시를 통해 깨닫게 한다. 2부 '가슴속 깊은 그리움'에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그리움을 안고 산다. 그 그리움을 고요하게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고 있는 스님의 시를 보면서 우리도 우리의 그리움에 곱게 젖어들 수 있을 것 같다. 3부 '함께 차를 나누며'에서는 차와 더불어 충만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노래한다. 차는 함께 나눔을 상징한다. 함께 나누는 가운데 진정한 행복의 향기를 나눌 수 있다. 차를 통해 편안하고 행복한 깊은 나눔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 4부 '심곡암 이야기'에는 심곡암에 대한 다양하고 풍성한 느낌들이 담겨 있다. 심곡암은 고요한 스님과 많이 닮았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있지만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의 호젓함을 지닌 절이다. 절이 워낙 아름다워 찾는 사람들이 많고 매년 봄과 가을에 산사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책 후반부에는 세 편의 산문이 실려있다. '취봉스님 시봉이야기', '법정스님을 기리며', '심곡사가 암자가 된 사연' 등으로서 시와는 또 다른 이야기글이 주는 재미와 흥미를 선사한다. 시를 장식하는 그림과 사진은 각각 김영세, 전제우작가의 작품이다. 추천평 도 종 환 (시인) 혼자여서 자유롭고, 함께 있어 충만한 마음 처서, 백로 다 지나도 여름의 무덥고 뜨거운 열기가 계속 이어지더니 가을비 여러 날 뿌리고 지나가니 바람의 느낌이 완연히 다릅니다. 풀벌레들 우는 소리조차 겸허해졌습니다. 구름을 거느리고 서천으로 가는 달빛이 환합니다. 그 자체로 충만한 달빛 아래 앉아 문우가 손수 만들어 준 발효차 한 잔을 마시는 가을밤은 깊고 그윽합니다. 심곡암 원경스님도 이런 달빛 아래 고요히 앉아 차를 마시고 계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심곡암은 서울 외곽에 겸허하게 감추어져 있는 암자입니다. 원경스님은 심곡암을 이렇게 이야기 하십니다. 티끌세상에 가깝되 깊은 고요함이 깃들어 있고 깊은 고요함은 막힘이 없어 티끌세상 한눈에 굽어보네 작되 오묘함을 두루 갖추어서 펼치나니 불심과 자연, 예술이 하나 되는 화엄의 꽃 같은 심곡암! ---「심곡암이야기」 중에서 "티끌세상에 가깝되 / 깊은 고요함이 깃들어 있"는 곳, 그곳에 심곡암이 있습니다. 그 깊은 고요함으로 티끌세상을 한눈에 굽어보는 곳에 심곡암은 있습니다. 먼지와 티끌 많은 곳 가까이 있되 속진에 물들지 않는 곳, 고요하게 있되 세상과 결별한 채 등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티끌 많은 세상을 굽어보며 그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뇌하는 곳에 심곡암이 있는 것입니다. 크고 넘쳐나는 것이 많은 세상에서 "작고 소박함의 깊은 아름다움을 배우고" "겸허하게 감추는 마음 매무새를 익히"는 곳, 그곳이 심곡암 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크고, 높고, 거창한 것들을 찾아 정신 없이 달려가지만 "작되 오묘함을 두루 갖추어서" 우리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곳, "화엄의 꽃 같은" 곳에 심곡암은 있다고 원경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쉼표가 있는 곳에서 쉴 줄 알아야 노래를 잘 하듯, 마음에도 쉼이 있어야 합니다. 차를 좋아하는 원경스님은 "마음이 쉴 때 차의 맑은 기운이 온전히 느껴진다"고 하십니다. 마음이 번거로우면 차 맛도 느낄 수 없다고 하십니다. 풍광이 날로 무르익어 가을의 정은 더욱 깊은데 차茶는 가득 광에 찼건만 함께 마실 이 없어 산사의 고요는 더욱 깊어가고 다정茶情은 천리千里를 달려가네 ---「심곡유정 深谷有情」중에서 원경스님에게는 차와 도가 둘이 아닙니다. 차를 마시는 일 그 자체가 도를 알아가는 일입니다. 스님은 "지극한 차 맛과 참사람은 서로의 성품이 닮아 있다. 찻잎의 푸른 생기를 좋아하여 그 싱그러움을 닮게 되고, 물의 맑은 기운을 좋아하게 되어 청정함을 닮게 되며, 천연의 맛을 우려내는 중도를 깨닫게 되니 그러는 사이 어느덧 거친 악취미의 경향은 자연 멀어지게 된다."고 차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차가 지니고 있는 푸른 생기와 맑은 기운과 자연 그대로의 맛에서 싱그러움과 청정함과 중도를 깨닫습니다. 악에서 멀어지며 삿됨이 없는 마음, 그것을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차를 마시며 스님은 그런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차와 함께 고요해지고 깊어지는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습니다. 세상살이는 "혼자여서 외롭고 / 함께 있어 번거롭지만" 불자의 길은 "혼자여서 자유롭고 / 함께 있어 충만한 삶"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하십니다. 꽃피면 가슴에 향기 터지고 달뜨면 가슴에 달빛 부서지네. 낙엽 지니 내 마음 한가히 바람에 구르고 눈 나리니 내 마음 한없이 다복하네. (......) 오늘은 초겨울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차창 밖 나뭇가지 채 바라보니 한없이 내 마음 자유롭기만 하네. 아, 삶은 이렇게 깊고 잔잔하거늘! 「자유」중에서 꽃이 피면 그 향기가 가슴에 다가와 꽃향기로 가슴이 터질 듯하고, 달이 뜨면 그 달빛이 가슴에 부서집니다. 가슴이 고요하고 맑지 않으면 달빛을 가슴으로 느낄 수 없습니다. 낙엽을 따라 마음이 함께 굴러가고 눈과 함께 다복해지는 것은 마음이 잔잔해져 있거나 비어 있어야 가능합니다. 허정무위虛靜無爲의 상태, 대자유의 상태에 있지 않으면 물아일여物我一如, 정경교융情景交融의 경지에 들 수 없습니다. 깨달음의 경지라는 것도 고요하면서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일컫는지 모릅니다. 그 마음이 평상심이 되기를 우리는 얼마나 갈망합니까? 그 마음이 삶으로 이어져 삶도 깊고 잔잔하기를 우리는 얼마나 소망합니까? 원경스님의 시는 그런 고요함과 자유로움이 바탕이 되어 있습니다. 해거름녘 개인 빛살같이 고요한 마음이 되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마음자락으로 세상을 여며 살 일이다. 「떠나간 뒤에」중에서 고요하면 그렇게 "넘치지도 않고 / 부족하지도 않은 / 마음자락으로 세상을 여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스님이 지금 그러하시듯 앞으로도 그런 시심으로 여여하시길 바랍니다. 세속에 사는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되기를 얼마나 기원하는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