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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내가 본 이덕무/ 박지원
1. 자화상 2. 내가 책을 읽는 이유 3. 문장과 학풍에 대하여 4. 벗, 그리고 벗들과의 대화 5. 군자와 선비의 도리 6. 자연과 벗을 삼아 7. 부록 옮긴이의 말 - 마음을 살찌우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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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산문의 매력
주자학이 주름잡은 조선에서 도발적인 양명학의 한 분파인 공안파의 문학이론이 들어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그 선두에 섰던 이덕무. 이덕무의 소품문들은 “중세적 사유의 뇌관을 터뜨릴 만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투성의 더께가 내려앉은 고문의 틀에서 벗어나 눈부신 생의 경계를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린 아이, 여성, 예인(藝人) 등 ‘소수적인’ 존재들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처럼 한편으론 기존의 중심적 가치를 전복해 버리고, 다른 한편으론 전혀 포착되지 않았던, 즉 중세적 표상 외부에 있는 사물들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 바로 소품의 위력이다. 그런 점에서 소품문은 ‘잃어버린 사건들’ ‘봉쇄되었던 목소리들’이 각축하는 향연장이라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한 고미숙(『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의 말대로 작은 것들의 향연이었고, 그 안에는 이덕무 사상의 정수가 눈부시게 살아 숨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해석과 역사적 의미로만 이해하기에 이덕무의 글은 달콤쌉싸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어리석고 둔해서 한 권의 책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하는 주제에”라고 자신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모습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꼿꼿한 선비의 자세를 볼 수 있고, 『기년아람』을 쓰고 나서는 “책이 완성되자 선비들 중에 이를 베껴 기록하고자 하는 자가 끊이지 않았으니, 이 책이 반드시 세상에 전해질 것임을 알 수 있다”는 자부심을 내보이기도 하고, “소순의 문장은 힘이 있고 큰 재주가 있다. 소철은 멋스러움이 부족하고, 소식은 일가를 이루었다”라고 중국의 문인들에 대한 평가도 서슴없이 내린다. 또한 허균의 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좋은 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친구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난 뒤에는 “그의 글은 참으로 특이한 글이고, 그 사람도 또한 준걸한 사람”이라고 평하고 있다. “끼니마다 밥 먹고, 밤마다 잠자며, 껄껄대며 웃고, 땔나무를 해다 팔고, 보리밭 김매느라 얼굴빛은 새까맣게 그을렸을 지라도, 천기(天機)가 천근하지 않는 자라면, 나는 장차 그와 사귈 것이다”라거나 “나보다 나은 이는 우러러 사모하고, 나와 더불어 같은 사람은 아껴주고 서로 격려해 주며, 나만 못한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가르쳐 준다면, 천하는 마땅히 태평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은 이덕무가 벗의 사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게 해준다. 특히 이 책에서 이덕무가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은 5장 「군자와 선비의 도리」이다. 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글들을 스무 살 무렵부터 써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덕무는 인간적 측면을 삶의 참된 가치로 인식하였고, 그렇기에 자기 수양을 동반한 도덕적인 덕목을 끊임없이 실천하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했는데 이런 글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고 가슴에 새겨야 할 글들이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사랑하는 누이가 죽은 뒤에 쓴 제문이라든가, 황해도를 여행한 뒤에 쓴 여행기, 세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눈 덮인 칠십 리 길을 지나며’ 등 고결한 인품의 ‘아름다운 선비’ 이덕무의 문향(文香)을 즐길 수 있는 글들을 통해 어수선한 현실을 잊고, 문헌 속에 남은 옛사람의 글이 아닌 살아 숨쉬는 듯한 글들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지구 반대쪽의 소식도 바로 그 자리에서 알 수 있고, 인터넷으로 내가 궁금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검색할 수 있으며, 온갖 매체와 정보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책에 미친 바보’라고 말한 이덕무는 어떤 의미인가? 이런 의문을 갖고 이 책을 읽다보면 고전의 깊은 울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