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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소설이 보내다
김종호 저
열림원 200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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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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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온몸이 눈인 나의 온몸
섞어가다, 말
안티즌(Antizen)
검은 소설이 보내다
헨젤과 그레텔
메멘토 모리 : 이미지의 무덤
메멘토 모리 : 무덤 속의 이미지
루푸스(Lupus)

저자 소개

저자 : 김종호
1970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2000년 중편 『섞어가다, 말』로 <문예중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98g | 153*224*30mm
ISBN13
9788970634104

책 속으로

너를 찾는 것이 곧 글로 이어져 만들어진, ‘검은 소설’을 나는 꿈에서 어렴풋이 봤다. 내가 쓴 그 소설은 놀랍게도 나의 기억에 없는 작품이었다. 책이나 서류뭉치로 보이는 그것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지만, 칠흑처럼 어둡지는 않았다. 마치 낮과 밤의 경계와 같은 어스름어둠과 같은, 이런 것을 어떻게 특정한 색으로 명명할 수 있단 말인가. 놀랍도록 고요했으며 어느 곳에도 기대지 않고, 그렇다고 허공에 뜬것처럼 불안해 보이지도 않고, 그 스스로의 어둠으로 주위의 공간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결코 말하지 않고 곧장 머릿속으로 덮쳐왔다. 나는 이미 ‘검은 소설’이 ‘내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록 기억에는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쓴 것이었고, 그것은 두 겹의 하나였다. 그러니까……, ‘검은 소설’은, 잊혀졌거나, 의식의 저 너머로 축출되었던,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마침내 모든 감정들의 굴곡을 거쳐 너에게서 거리를 두자 검은 소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스름어둠이 어느새 나를 삼켜버렸다. 무서워할 새도 없이 공포가 머릿속에 장미꽃처럼 활짝 피었다. -

--- <검은 소설이 보내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낯선 충격의 미학을 선사하는 신예 소설가 김종호의 첫 소설집
분명『검은 소설이 보내다』는 ‘충격의 미학’을 구성하는 현대의 낯선 소설적 전통 속에 위치해 있다. 이 낯섦을 불러오는 원인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김종호 소설들의 지반은 욕망과 무의식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인간 정신 영역에 대한 탐사다. 이 욕망과 무의식의 영역에 대한 우리 의식의 낯섦이 김종호의 작품들에 대한 낯섦을 불러오는 한 원인이 된다. '루푸스'나 '온몸이 눈인 나의 온몸' '안티즌' 같은 단편들이 특히 이 계열에 속한다. 그리고 김종호의 소설들은 주로 죽음에 대한 신화적ㆍ심리학적인 모티프와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된다. 죽음에 대한 우리 관념의 낯섦 역시 이 신인 작가의 텍스트들를 낯설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중편 '검은 소설이 보내다'나 '메멘토 모리 : 이미지의 무덤' '메멘토 모리 : 무덤 속의 이미지'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김종호의 소설들은 전통적인 서사 형식의 파괴와 문법적 해체를 수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파괴의 작업은 김종호의 텍스트들에서는 특히 동화나 설화 같은 형식을 취하거나 아예 연극적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한 텍스트의 구조 속에서는 사건의 진행이 시간의 인과율에 의해 지배되지 않거나 문법적으로 완전한 문장을 만들지도 않으며, 또한 저자와 화자, 화자와 텍스트, 텍스트와 저자의 관계가 흔히 뒤섞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중편 '섞어가다, 말'과 단편 '헨젤과 그레텔' 같은 작품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원인들은 긴밀한 연관성 아래 서로 겹치거나 포개져 있어 어떤 한 작품을 특정한 하나의 원인으로만 소급해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들을 통괄하는 보다 근원적인 압도적 경향은 아무래도 욕망이나 무의식의 움직임을 글쓰기와 텍스트의 관계 속에서 조명하고자 하는 존재론적 탐구의 열정이라고 하겠다. 이 열정은 위의 세 가지 원인들에 공통적으로 내재해 있어서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은 소설이 보내다』는 글쓰기라는 자동사의 행위 자체가 소설의 주인공인, 저자는 오히려 그 글쓰기에 의해 구성되는 대상인, 그런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글쓰기 자체가 저자를 쓰는, 죽음이 존재를 쓰는, 욕망과 무의식이 주체를 쓰는, 상상이 현실을 쓰는 그런 불가능한 텍스트 말이다. 작가는 이것을 ‘검은 소설’이라 명명한다. 그렇다면 검은 소설은 ‘욕망이라는 텍스트에 의해 씌어진 주체의 이야기’라는 뜻이 되기도 할 터이다. 그것은 상상이 현실을 능가하는 또 다른 현실의 이야기다. 그 다른 현실 속에서는 그렇기에 이미지와 상상이 실재를 구성한다. 그야말로 이미지와 상상들이 실재를 구성하는 ‘상상력의 왕국’이 바로 검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소설은 더 이상 존재의 자기동일성의 심리학적 기제인 기억에 의해 기록되지 않고, 오히려 타자에 의해 존재의 자기동일성이 파열된 망각의 흔적들로 주체를 흐트러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검은 소설은 전통적인 의미의 ‘존재(Existence)의 미학’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탈존(Ex-sistence)의 미학’을 드러내는 구조를 갖게 된다. 간략히 말하자면, 부재의 글쓰기가 만들어낸 탈존의 텍스트, 그것이 바로 검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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