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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자
배수아
열림원 200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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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 소설

책소개

저자 소개 1

裵琇亞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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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3쪽 | 39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634289

책 속으로

마흔 살까지는 생계를 위해서 필요한 돈을 버는 이외의 시간은 오직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한눈팔지 않고 공부할 것이다. 마흔 살까지 나는 오직 공부에만 미칠 것이다. 마흔 살까지의 내 삶은 언제나 내가 꿈꾸던 교통수단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으리라. 저녁의 광장에 희미한 불이 켜지는 시간이면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책을 펼칠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도 멀리할 것이다. 사람을 만나거나 직접 대화하는 것도 피할 것이다.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읽고싶은 책들은 외국의 출판사에서 직접 주문하고 그렇게 읽은 모든 책들에 대해서 독후감을 쓸 것이다. 나는 술도 마시지 않고 영화관에 가거나 바닷가에 놀러가지도 않을 것이다. 결혼이나 사랑도 필요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에 타인들을 상대로 뭔가 아는 척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더라도 자신을 엄하게 꾸짖을 것이다. 그러다 이윽고 마흔 살이 되면, 그때 나는 스스로 만든 대학을 졸업할 것이다. 그때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선명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임을, 나는 의심하지 않겠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 나는 이제까지의 내 작업 스타일과는 매우 다르게 나의 주인공, 젊은 안토니우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더더욱 그를 가시적인 아도니스로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고, 가능하면 그의 영혼을 대중의 눈으로부터 멀리 두기를 원했으며 또 그리해야만 그가 사막으로 홀로 사라질 결심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독학자』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세상을 향한 직설적 발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수아는 의도의 차원에서 타동사적인 것을 자동사적 글쓰기로, 오늘날 한국 사회 자체와 그 구성원들을 향한 발언을 개인의 관찰과 고백과 사색으로, 글쓰기의 사회적 책임 의식을 그것의 성실성으로 전환시켜 놓고 있다. 『독학자』라는 성장소설의 배후에 광배처럼 투박하게 놓여 있는 작가의 성숙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고, 윤리와 미학의 양면에서 『독학자』가 거둔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소설에서 이것들은 결국 하나다.

--- 권오룡 해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후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대학이다. 주인공 ‘나’는 논리학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신입생으로 교양영어 수업을 영문과 학생들과 함께 듣는다. 그는 최고의 수업을 원했고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수업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그런 그에게 그 클라스에서 만난 영문학을 전공하는 S는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 S는 비할 바 없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번역문장을 구사할 줄 알았으며, 아무도 자신의 뛰어남을 칭찬해주지 않고 비웃어도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비타협적인 학생이었다. ‘나’는 S의 지적이고 정신적인 강인함, 독창성에 점점 끌리게 된다.

대학은 언제나 숨이 막혔다. 수업은 질은 형편없이 낮았고, 수업 교재도 진주만 침공 이전의 일본 교과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유머 있고 점수가 후한 교수에게는 학생들이 몰려들지만, 교재 이외에 읽어야 할 책 목록을 펼쳐놓거나 흥미 없는 내용을 강의하는 교수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늙은 교수들은 “더러운 스타킹을 뒤집어쓴 부패한 관료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캠퍼스는 거대한 정치집회장이었고, 더 이상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지성으로 가득 찬 대화와 토론, 순수한 정신적 고양을 위한 공부가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학문의 장소를 꿈꿨던 ‘나’에게 대학은 눈뜨고 볼 수 없는 과장된 광대마당이었다.
‘나’는 점점 책 속으로만 빠져 들어갔고, S만이 ‘나’에게 유일한 정신적 동지였다. 어느 날 S는 ‘나’에게 자신의 친척인 P교수를 소개해주었다. P교수는 ‘나’에게 진정 학문하는 사람의 숭고함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나’는 진정 그와 친구가 되기를 열망했다. 여행지에서 자신의 지적 편력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하면서 그를 다시 만나기를 갈구하였지만 어느 날 ‘나’는 그의 부음을 받게 되고, 그가 즐겨 쓰던 퍼스널 컴퓨터를 유품으로 물려받는다. P교수의 죽음은 S와 ‘나’ 모두에게 견딜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준다.

학년이 바뀌고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정신이 성숙해질수록 ‘나’는 S를 내밀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로 생각하는데, S는 또래의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캠퍼스 내의 한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S는 ‘나’를 남녀간의 육체적인 사랑에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책으로 읽은 것말고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순진하기만 한 사람이라고 조롱한다. 나는 깊이 괴로워하지만 자신의 절대적 세계와 정신의 독립을 위해 S와 이별하고,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는 대학을 떠나 자신만의 대학에 은거하여 마흔 살까지 오로지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고독한 투쟁을 벌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선명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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