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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아침
제3회 문학판 신인작가 장편소설 당선작
조하영 저
열림원 20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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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판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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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조하형
1970년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년 중퇴.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영화평론 당선.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1g | 153*224*30mm
ISBN13
9788970634418

출판사 리뷰

키메라적인 광기의 도가니, 노인촌의 몸부림
“그 무렵 진화공학 실험실에서 생산된 희한한 변종ㆍ잡종들이 동물원에 전시되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진화공학자들은 에디아카라나 버제스 셰일의 동물군을 재현하는 데서 나아가, 화석상의 ‘미싱 링크’에 해당하는 동물들을 만들어냈고, 산해경(山海經)이나 태평광기(太平廣記) 등을 경전으로 삼아 전설상의 동물들을 재발명하기까지 했다 (……)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명백했다 : 질병과 노화로부터 해방된 생물을 만드는 것. 하지만 통제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진화공학예술을 표방하는 사람들이, 현존 동물들을 함부로 조각낸 뒤 조합하기 시작했다. 신기술에 반대하는 테러리스트들은 진화공학실험실이나 아틀리에, 트랜스제닉 동물원을 폭파시키곤 했다. 변종?잡종 동물들이 울타리 밖으로 유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근거 없는 미신이 더해졌다. 변종?잡종 동물들은 신비한 치유력을 가진 약재로서, 혹은 막강한 정력제로서, ‘신비동물’이라고 불려지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세계의 이상적 리모델링을 꿈꾸며 이루어진 자본과 과학의 결합은 결코 이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질병과 노화가 없는 종을 만들고, 생산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종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장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 했던 거대한 계획은 부작용과 소외를 낳는다. 소설 속 노인촌이라는 공간은 그 부작용과 소외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노인촌 자리는 원래 공단 근처의 빈민가였으나 공단이 몰락하면서 순식간에 유령촌으로 돌변했다. 정부가 이곳에 노인촌을 건설하기로 하고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권이 바뀌고 예산이 바닥나면서 사업자체를 중단했다.
더는 쓸모없어진 존재가 되어 이곳으로 모여든 노인들은 날개를 단 신인류와 날개가 없는 구인류, 그리고 중간적인 불구의 날개를 가진 이들로 함께 뒤섞여 있다. 이 빈민가의 각양각색의 노인들의 삶은 하나같이 암울하고 처참하다.
암벽등반가였으나 지금은 자폐아 신인류 손자와 미친 아내와 살면서 고층빌딩 유리창을 닦고 있는 김철수, 어린 신인류 딸을 잃고 이 “미친, 새로운 세상”의 음모를 깨고 새로운 태양이 뜨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닭을 날리는 실험을 하고 있는 독고영감, 불구의 날개로 구인류와 신인류의 경계에서 헛날갯짓만 하다가 독고영감의 실험에 동참한 박영구, 신비동물 사냥꾼이자 마약딜러이자 해탈보조상품점 주인인 박영자, 자식에게 버림받고 노인촌으로 유폐되어 혼자 서서히 미쳐가고 있는 ‘꽃피는 정씨’, 40년 전 경찰의 총에 맞아 날개를 다치고 불구의 삶을 살게 된 신인류 영감 전씨, 수십 겹의 고독으로 인해 피부가 녹색으로 변해버린 녹색 강씨, 건강에 병적으로 집착하다 병의 노예가 되고 만 김상사, 노인촌 환경 개선에 앞장서다 목적이 달성된 후 허탈감에 빠져버린 매부리코 윤씨 등.
이들 ‘비정상적인’ 노인들은 모두 “미친, 새로운 세상”의 변두리에서 외롭게 미쳐 가는 이들이다. 이들은 외로운 추락을 거듭하다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비상을 시도하지만 처절한 실패를 되풀이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미친, 새로운 세계”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태양이 뜨는 아침을 맞기 위한 저항의 몸부림을 멈추지 않는다.

침묵의 밑바닥에서 끓고 있는 것마저 끊어버리기 위해, 밤에는 천장에 매달렸다. 그 어떤 확신도, 혈관 내벽이나 창자 끄트머리에 쌓여 있는 회한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생각하는 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전부 소진해버리고 싶었다. 그는 루프등반을 시도했다. 벽을 타고 기어오르고, 감방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다가, 갑자기 추락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추락할 때마다 몸 속에 있는 것들이 서랍 속의 내용물처럼 마구 뒤섞이는 듯했다 : 혈관과 심줄들이 배배 꼬이고, 심장은 두개골 속에 처박히고, 허파는 대장과 뒤엉킨 채 발목까지 미끄러지고, 소장은 척추를 휘감고, 쪼개진 뼛조각들이 내부 점막에 박히고, ……. 하지만 거기에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어떤 것이 있었다. 그는 그 혼돈 속에서 탈진했고, 뺨을 바닥에 붙인 채 잠들었다. (본문 중에서)


독특한 형식 실험, 뛰어난 언어 감각
『키메라의 아침』은 독특한 하이퍼텍스트적인 링크 방식을 도입하여 소설 전체의 풍경을 동시적, 복수적으로 읽는 것이 가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또 마치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시선처리는 저 높은 상공에서부터 지상까지, 거대한 조감에서부터 미세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이동한다. 작가는 이러한 변화무쌍하고 급격한 시선의 이동을 통해 세계의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다각도로 펼쳐 보인다. 또 서술과 묘사에서 보이는 놀라운 집중성과 탁월한 분석력은 삶의 의미와 적극적으로 대면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미래 환상 소설이라 부를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첨단의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미래사회는 단지 환상의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들을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고령화사회, 전지구적 불황, 유전공학과 신기술의 발달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우려와 어두운 전망을 깊이 각인시키는 이 작품은 낯설고 충격적인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다루고 있는 내용만큼이나 그 형식 또한 매우 새롭다. 좀더 섬세하게 말하자. 그냥 형식 자체만을 놓고 보자면, 이 작품이 행하고 있는 형식 실험이 이때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어떤 혁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 형식 실험은, 이를테면 디지털 방식의 글쓰기를 전체 구조 속에 너무도 잘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의 새로움에 긴밀히 맞물려 흐르는 형식의 새로움을 밀도 높게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의 가치가 있다. 나아가, 이 소설은 미래의 변종동물 이야기를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는 듯이 보이지만, 일종의 알레고리 소설을 지향함으로써 더욱 예리하고 폭넓은 함의를 품는 장점 또한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서술과 묘사에서의 놀라운 집중성과 탁월한 분석력은 삶의 의미와 적극적으로 대면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성민엽, 최수철 (심사평 중에서)

“새로운, 미친 세계”. 작가는 이 기괴한 디스토피아 스펙터클을 시각적 현장감을 뛰어넘는 강렬한 문자적 힘과 작렬하는 수사법으로 펼쳐 놓고 있다. “새로운 미친 세계”의 핵심에는 유전공학, 진화공학을 통해 생성된 갖가지 변종과 잡종들이 있다. 이들은 안정된 유전자 경로나 진화경로를 일탈하여 극단적으로 상호 이동하여 절합, 접합, 생성되었다. 극단적인 “트랜스제닉”의 시대가 열리고 세계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기술적 진보와 세계의 발전이라는 꿈은 흉하게 일그러져 기형적으로 부풀어올랐다. 획기적 신기술과 아주 오래된 상상력이 결합하면서 자연을 크게 변조시켰다. 새로운 종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지구를 뒤덮는다. 인간 역시 매개 없이 조류와 합성되었다. 신인류-조인이 탄생하고 구인류와 뒤섞여 산다. 구인류와 신인류 사이에, 불구적 중간태가 불쑥 불거져 나왔다. 『키메라의 아침』은 이 불구들의 이야기로, 우리 문학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첨단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 김예림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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