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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기원
조연호
최측의농간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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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의농간 시집선

책소개

목차

차례
自序 5

제1부 근친의 집

근친의 집 11

제2부 저녁의 기원

벌레를 쥐고 태어난 아이(1983-1986) 43
사라진 그녀들 46
고디바 부인의 일몰과 일출 49
베개의 책 52
단 한 계단 55
변신 이야기 57
홀수의 달력 59
행복한 난청 61
행복한 난청 62
철저한 야외 63
402호의 일생 64
사할린으로 가는 순록 67
몽구스와 찰리 브라운을 위하여 69
희미한 71
풍치지구 약사(略史) 72
달력의 순서 75
나다르(Nadar), 서양 근대 미술 76
무채색 색조견표 78
저녁의 기원 80
저녁의 기원 82
금요일의 자매들 84
루오 상회에서의 일들 86
폭풍의 일기 88
오사카의 여름 지진 90
사키네 가(家)의 근조등 92
선생의 빗 94
네 개의 문조(文鳥) 알 96
서적 98
우츄프라 카치아, 달의 혀끝 99
거의 모든 세상 101
약대지구의 덧없는 여름 103
새를 볼 수 없는 계절 105
길 끝의 엽사(獵師)들 107
무지개 산장의 개들 108
철저한 야외 109
칠석(七夕)의 나라 110
X 112
목사관 가는 길 114
물밑의 피아노 116
철저한 야외 117
키신의 나날 118

저자 소개

저자 : 조연호
충남 천안 출생.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계절』, 『저녁의 기원』, 『천문』, 『농경시』, 『암흑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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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13*188*20mm
ISBN13
9791195612987

출판사 리뷰

독학자의 삶이 끝났을 때, 여름의 곤충에겐 해주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았다. 네 다리를 쓰다듬을 때, 네가 가만히 나를 바라볼 때,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한약환 씹는 기분, 연필심을 필사적으로 뾰족하게 깎기 위해 사용된 눈물들. 가장 해로운 짝사랑으로, 일인극의 극장에 간다.
「근친의 집」 부분.

여기, 우리의 관람을 기다리는 하나의 ‘일인극’이 있다. 새로운 -낡아가는- 시대를 위한 한 편의 비가를 만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도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운 보폭으로 써지고 있거나 지워지고 있는 이 시집을 만나는 일은 헛되지 않다.

시집 『저녁의 기원』은 첫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을 시작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확장해온 조연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한국 시단의 미래파 흐름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향후 자신의 작품세계의 기원적 요소들을 풍부하게 담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단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저녁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불가해한 시집 한 권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 조연호 시인의 첫 시집을 기억하던 당대의 독자들에게 그 시집은 적잖은 당혹감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종래의 의미 맥락을 거부하는, 질주하거나 침잠하고 있는 낯선 조어들이 그려내는 불타는 세계의 비근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살아가는 주체의 불안한 내면 풍경이 시집이라는 형태를 통해 불협화음의 화음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응답이 불협화음의 상상인 이유는 그에게 다가왔던 질문들이 불가해했기 때문이다.

네가 살아온 모든 나날과 완벽하게 똑같은 질문을 내게 한다면 나는 날아다니는 새처럼 여러 대답을 하겠다. 순수히 병명(病名)으로만 이루어진 대답을 하겠다. 피가 섞이는 최초의 방식에 대해. 신의 독서 방식에 대해. 사랑하면 안 되는 구름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름에 대해.
「근친의 집」 부분.

그러므로 이 시집 속에서 시인은 불타는 세상 속 희망 가질 권리를 박탈당한 자다. 적지 않은 시간을, 조연호 시인은 조금 더 낯설게 말하기/상상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그가 이 시집을 통해 밀어붙인 작법들과 주제의식들은 향후의 시집에서 넓어지고 좁아지며 다양한 층위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게 된다. 시라는 통속에 타협하거나 흡수되지 않기 위한, 따라서 시적 고전주의자가 되기 위한 ‘권리장전’이 이 시집에서 발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시집이 조연호 시인의 시세계의 한 기원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목마를 수 없는 물병자리 태생이고 산에서 길 잃어도 태연한 천박한 씨앗. 새들과 함께 나무에 앉아 더러운 발목을 말리는 게 우선이지만, 우린 허공을 몰랐고 바닥이 우릴 얼마나 천하게 여기는지를 알지 못했다. 얼마나 더 어두운 방이 이 방에 열광했던 걸까, 처음의 극장은 늘 어두웠다.
「저녁의 기원」 부분.

“산에서 길 잃어도 태연한 천박한 씨앗”인 우리들, “허공을 몰랐고 바닥이 우릴 얼마나 천하게 여기는지를 알지 못했”던 우리 현대인들-산문(散文)의 인간들-의 비참함을 보라. 삶의 사소한 순간에서조차 미약한 시적 균열을 허용하지 않는, ‘산문성’이라는 이름의 폭거. 그 응축되지 못하고 무작위에 가까운 방향으로 발산, 분열하는 불협화음의 목소리들과 집중할 수 없음의 항복 선언들, 나날이 진화해가는 방식으로 낡아가는 욕망의 찌꺼기들이 이 시집 안에 어지럽게 그러나 엄밀한 형식적 조립을 통한 형상/명상으로 직조되어 있다.

천적이 없는 바다에서도 별은 죽고, 소년의 상상은 주변이 따뜻해지는 것 새들이 구멍처럼 어두워져가는 것.
「희미한」 부분.

구멍마다 귀를 대고 멀어지는 것의 소리를 듣는다. 내가 그리워한 얼굴은 성체(成體)가 없어 늙어도 고백이 많았다.
「저녁의 기원」 부분.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우리에게는 몽상이 아닌 상상이 필요하다. 이제, 입가에 피를 머금은, “날아다니는 새처럼 여러 대답을” 준비해놓은 한 소년의 상상을 만나볼 시간이다. “주변이 따뜻해지”고 “새들이 구멍처럼 어두워져가는”, 그런 상상. 그것은 우리 스스로 상상한 적은 없으나 우리의 새로운 상상을 가능케 할 한 소년의 (불)가해한 넋두리이자 물음 없는 질문에 대한 “순수히 병명(病名)으로만 이루어진”, 한 시인의 실패한 응답/상상이기도 하다. 여기, “구멍마다 귀를 대고 멀어지는 것의 소리를” 들었던 한 시인의 외로운 사투가 있다.

리뷰/한줄평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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