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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는 글-지난 세월의 단면을 투영할 거울
의미 더하기-은발의 학자가 전하는 반듯한 생각 이승훈 Ⅰ. 지성의 속삭임과 공명 1. 쌍춘절과 결혼 16 2.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3. 디프스로트 4. 로드 킬 5. 엄벌주의 6. 에코다잉 7. 피그말리온 효과 8. 견문발검 9. 필름 단절 사고 10. 계영배 11. 벽창호와 융통성 Ⅱ. 생의 지혜와 축복 1. 여론 쓰레기장 2. 돌고 돌아도 가거라 3. 회귀 4. 혼례의 투영 5. 편지와 이메일 6. 피부색과 쇄국주의 7. 지성의 어울림과 탄생 8. 만남과 동행 9. 결혼과 파경 10. 기구한 개 팔자 11. 연리지와 사랑의 기원 Ⅲ. 삶의 향기와 아름다움 1. 향음주례 2. 아픔과 성숙 3. 과거와 공시족 4. 영어 격차 5.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 6. 주례대접 7. 추남(秋男)의 추심(秋心) 8. 달관과 도사 9. 특구의 허와 실 10. 백일잔치 들여다보기 11. 어떤 어버이날 편감 Ⅳ. 터득과 앎의 즐거움 1. 나그네의 향일암 2. 문맹 3. 내 삶의 터전 4. 부곡하와이 유감 5. 마산의 맛 6. 월영지의 숨결 7. 마창대교 8. 우포늪 9. 연화산 옥천사 10. 삶터에서 한양 오가는 길 11. 지진과 활화산 Ⅴ. 사유와 어울림의 큰 마당 1. 단오의 회상 2. 바둑의 품계 3. 아이 어르기와 기원 4. 두 얼굴의 댓글 5. 돈 쓰기와 기부문화 6. 사자성어와 키스심리 7. 지팡이 소고 8. 명과 자와 호 9. 골뱅이 이야기 10. 기술공포증과 월드컵 오심 11. 코리안 드림 Ⅵ. 내 참모습 찾기 퍼즐놀이 1. 시린 기억의 저편 2. 리포트 손으로 쓰기 3. 고부의 나들이 4. 들썩이는 봄 5. 내 삶의 반추 6. 첫 법적 문패 7. 겨울의 끝과 봄이 뒤엉킨 자리 8. 벙어리 냉가슴 9. 나의 독백 10. 우수와 봄 11. 인륜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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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나를 학문하는 사람으로 갈래 짓는다. 그렇지만 근자에 이르러 이런저런 핑계와 구실을 앞세워 본연의 자세를 망각하고 위성처럼 궤도를 빙빙 돌면서 허송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머지않아 터 잡고 안주했던 자리에서 내려서서 맞이할 퇴직 운운하며 지금의 정황을 변명하려는 어쭙잖은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천성이 게을러 바지런한 축에도 끼지 못하고 평범한 재능을 타고난 범재인 까닭에 지난날 변변하게 이룩한 업적이 없어 공허한 자기 연민에 빠져 시답잖은 변명을 늘어놓는 것 같아 입을 닫기로 했다.
예로부터 선각자들은 ‘학문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퇴보한다.’라고 하여, ‘ 학문여역수행주 불진즉퇴(學問如逆水行舟 不進卽退)’라고 엄중히 경고했음에도 우이독경인격이었기에 유구무언이 도리이지 싶다. 거기다가 주자십회(周子十悔)에서 이르는‘ 봄에 밭을 갈아서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곡식이 없어서 후회한다.’라고 독려하던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라는 말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입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야무지게 도전을 해보려고 열정을 쏟거나 실천하려는 용솟음치는 의지가 부족했고 신실함이 턱없이 부족했던 나였다. 초발심으로 돌아가 풋풋하고 꿈 많던 시절 욕심과 오기를 전제로 도전에 몰두하던 나와 만남을 꾀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첫 출발의 설렘이 생기를 잃고 풀죽은 일상으로 전락하여 시들해지고, 열정적으로 준비한 첫 강의에 대한 환희와 도취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평범한 생활수단의 방편으로 치부되기 시작하면서 혜안으로 헤아릴 총기를 잃고 초라한 직업인으로 굳혀지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을 강하게 부정할 자신이 없다. --- '내 삶의 반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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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발의 학자가 전하는 반듯한 생각
1. 월영지(月影池), 그 30년 눈길 저자의 일터는 바로 마산의 경남대학교 캠퍼스이다. 30여 년 동안 저자는 캠퍼스의 월영지를 스치며 그 고요한 숨결을 느꼈다. 연구실이 월영지를 끼고 오르내려야 하는 언덕바지 건물인데, 매일 아침 걸어서 비탈진 캠퍼스를 따라 오르던 세월이 어느덧 30여 년이라니 농숙한 무게감 앞에서 절로 숙연하다. 더구나 올해가 교정을 떠나야 하는 삶의 변곡점이고 보면, 「월영지의 숨결」이 지닌 의미가 저자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학문에서 수양한 백수(白水)를 바탕 삼아 수필을 써왔다. 연찬하고 교수한 세월 동안 쌓인 넓은 학식과 고상한 인품이 수필 색깔로 배었을 것이다. 따라서 「월영지의 숨결」은 지나온 30여 년의 회한과 아쉬움의 숨결이다. 하루같이 거울 보듯 스치던 월영지에는 그 회한과 아쉬움이 켜켜이 잠겨 있다. 캠퍼스의 눈이요, 가슴인 월영지가 저자에게는 수필적 파토스(pathos)였을 것이다. 2. 사이버 시대의 가치질서 사이버의 거대한 우주적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은 무한창조가 이루어지는 시공의 새로운 환경을 기존 질서로 인식한 지 오래다. 하지만 시공의 무한창조 이면에서는 아날로그의 보편타당한 절대적 가치가 점조성을 잃어 여러 파탄과 왜곡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상호접촉과 의사전달 속도와 커뮤니케이션의 공간 확보 그리고 관계’에서 이루어진 혁명적 변화는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서 무질서를 부추겼다. 아날로그의 가치관이 침투하여 임의로 질서를 세우지 못하는 탓이다. 단 몇 초 만에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지구 끝에서 한국으로 보내오듯, 문명의 속도가 빛의 속도로 진행하다 보니 동전의 양면처럼 움직여야 할 형이상학적 가치들이 갈수록 뒤처질 뿐 사이버 세계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또한 새로운 문화로 편입하지 못해 사이버 정신지체(精神遲滯) 내지는 사이버 지적장애(知的障?)를 앓는 사람들과의 병리적 괴리도 깊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열성인자가 꼬리뼈처럼 퇴화되지 않는 이상, 사이버 세상에서도 계층분화가 이루어져 ‘그들’만의 또 다른 세상이 형성될 게 뻔하다. 이는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이 치유해야 할 ‘지체의 병리적 영역’이며, 「월영지의 숨결」은 이를 위해 아날로그의 가치적 안정성(安定性)을 내유(內諭)하듯 제시한다. 3. 진정한 시작, 그 미답지 교수와 학자로서의 소명의식 아래, 사리를 올바로 가늠하는 합리적 철학을 챙기면서 시대의 흐름을 항상 예리하게 파악하는 저자이다. 「월영지의 숨결」에는 객관적 가치질서와 같은 자연의 이치를 바대로 한 저자의 올곧은 철학이 깔려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예리하여 선경지명이 돋보이는 여러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달관과 도사’(3부)와 같은 수필로서 격조 있는 작품도 맛볼 수 있다. 비유가 절묘하다 싶을 만큼 수필가로서의 농숙한 멋도 풍긴다. ‘상생이즘(ism)을 밑절미로 한 인간의 성선적 본성’을 지키며, 수필로 승화하여 전하는 반듯한 생각들을 받아들여 독자들이 지적인 삶을 꾸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철학적?지적 결핍으로 귀한 시간을 허송하기 쉬운 젊은 날, 「월영지의 숨결」같은 수필집을 만난다면, 좀 더 깊은 사유와 지혜를 얻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