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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서로 맞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두 사람 모두 앓기 시작했다. 루드비히는 신경 쇠약과 위통으로 두 번씩이나 병원에 입원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또다시 고통스러운 삶이 원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착하고 순진하기만 한 아델레는 이 모든 것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충격이었다.
--- p.119~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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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의 판사 크리스토프 쾨뮈베스는 다음 날 있을 재판 기록들을 들여다보며 회상에 잠긴다. 자신의 학교 동창이자 잘 나가는 의사인 임레 그라이너의 이름이 들어있었기 때문. 학창시절 자신과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친구였고, 그의 아내 또한 결혼 전 자신과 우연히 서너 번 만남을 가져온 사이다. 한데 소문난 잉꼬부부로 알려진 그들이 이혼이라니……. 이로 인해 쾨뮈베스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대대로 판사 또는 변호사를 지내온 법조인 집안에서 무미건조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한테 판사라는 직업은 안성맞춤이었다. 기숙학교에서 만난 신부에게 부성애를 느끼게 된 일들과 안나 파체카스와의 우연한 만남을 떠올리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터라 사무실을 나와 모임 참석 후 집에 돌아오는데, 놀랍게도 임레 그라이너가 자신을 찾아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임레는 자신이 아내 파체카스를 죽였기 때문에 재판이 열리지 않을 거라며 이야기를 꺼내는데……. 의사로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나를 만나 청혼을 하고, 그녀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지만, (사건 발생일로부터) 육 개월 전 불현듯 진실을 깨닫게 된 것.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남의 집 하녀로 일하는 어머니 곁에서 자라던 그라이너는 부유한 외삼촌의 집으로 들어가 곱게 길러진다. 대신 어머니를 끔찍이도 싫어한 외삼촌 때문에 그라이너는 어머니 곁에 머물지 못하고 늘 감시당했다. 반면 안나는 그리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끔찍이 위하는 아버지 덕에 물질적 풍요로 누리며 살아왔다. 그라이너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캐묻지 않는 아내에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느낀다. 그렇게 사 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집에 돌아온 그라이너는 잠든 아내의 모습을 보며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뒤돌아보는데 아내가 불감증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흐른 후 그라이너는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고 안나는 육 개월 동안 멀리 여행을 떠난다. 그 사이 두 사람의 법적 이혼 서류가 준비되고, 재판이 있기 삼 일 전 안나는 그라이너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만나줄 것을 요구한다. 그라이너의 병원으로 찾아온 안나는 구 년 간의 결혼생활 동안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진실을 말하는데…. 스스로도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는지 안나는 독약을 먹고 자살하고, 그라이너는 크리스토프를 찾아와 간절하게 묻는다. 단 한 번이라도 안나를 떠올리거나 생각한 적이 없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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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전야』는…
이 세상 수많은 ‘사랑’의 정의 중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부합하는 말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여기 한 남자가 내리는 사랑의 정의는 과연 몇 명이나 공감할 수 있을까? “나는 ‘동일한 박자’라고 부른다네!” 남자는 사랑도 삶도 모두 ‘동일한 박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쪽이 빠르면 다른 쪽은 느리고, 한쪽이 소심하면 다른 쪽은 용감하고, 한쪽은 뜨거운 반면 다른 쪽은 미지근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사랑의 정의를 ‘동일한 박자’가 아닌 ‘엇박자’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내의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는 수없이 사랑의 정의를 만들어 내곤 한다. 사랑은 ‘동일한 박자’이며, 사랑하는 이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소유하는 것이며, 심지어는 상대의 꿈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사랑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의 삶 그 자체라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로봇이 지능이 발달하여 인간을 위험으로 몰고 가듯 남자 역시 수없이 만들어내는 환상과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혀 결국 큰 상처를 입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건 생각보다 시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진정 사랑한 상대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임을 알고 목숨을 끊어버리지 않아도 될 만큼, 죽은 아내가 사랑한 상대에게 찾아와 당신도 내 아내를 사랑했었냐고 묻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이 아무리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마음속에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쳐 온통 헤집어 놓을지라도 체제에 순응하며 엄격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모범 답안이 아닐까? 헝가리의 대 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소설 『이혼전야』는 이혼 전날 밤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를 끔찍이도 사랑하여 그녀의 모든 걸 소유하려 했지만 결국 아내의 마음 한 쪽 가장 깊숙한 자리를 얻지 못한 남자와 십 년 가까이 자신의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다가 이혼 직전에서야 자신이 진정 사랑한 사람은 남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여자, 그리고 남자의 동창이자 여자의 진정한 사랑인 이혼 전문 판사라는 인물을 내세우고 있다. 이혼 전날 밤이라는 시간과 엇갈리는 부부의 사랑, 그리고 그들을 떼어놓아야만 하는 이혼 전문 판사라는 구도는 어쩌면 약간은 작위적이면서도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마라이는 긴장감 넘치는 극적 구도를 기반으로 하여 특유의 탁월한 문장력과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독자를 단숨에 매료시킨다. 작중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열중하다보면, 어느새 작중 인물에 매료되어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양 격정에 휩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