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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순례자들의 고향 시코쿠로의 초대”
제1국 도쿠시마 (Day 01 ~ Day 07) 1번 료젠지 ~ 22번 뵤도지 제2국 고치 (Day 08 ~ Day 12) 23번 야쿠오지 ~ 38번 곤고후쿠지 제3국 고치 (Day 13 ~ Day 21) 39번 엔코지 ~ 65번 산카쿠지 제4국 고치 (Day 22 ~ Day 28) 66번 운펜지 ~ 88번 오쿠보지 부록 (읽은 책들, 순례의 방법, 순례용어들, 불상에 대한 상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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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여인 김효선, 살아 있는 설화 속으로 떠난 걷기 여행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이, 일본에는 시코쿠 순례길이!
800만 뭇신들의 나라 일본.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신사를 참배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절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들. 거기에 제주도 10배 크기의 섬 시코쿠(인구 400만)가 있고, 거기에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절 88개가 하나의 순례길로 엮여 있다. 그러니 이 순례길을 걷는 일은 자연스레, 1300년의 시간을 거치며 살아남은 온갖 신들의 이야기 속으로 뚜벅뚜벅 걷는 행사가 된다. 이 길의 역사와 신화ㆍ설화를 즐기는 이들은 일본인뿐만이 아니다. 시코쿠 88사찰 순례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도보여행지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과 제휴하는 등, 세계 각지의 장거리 도보여행자들을 초대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대표적 루트 세 곳을 두루 걷고 카미노 3부작을 펴낸 걷는 여행자 김효선 또한 시코쿠 순례길에 주목했다. 세계 곳곳의 순례자들 사이에 떠오르는 ‘아시아의 걷기 로망’으로 자리 잡은 시코쿠 순례길. 대표적 도보여행작가인 김효선은 또 다른 이유로 이 길에 주목한다. 1300년의 역사, 그 이야기 속으로 김효선은 이 길에 깃든 신들의 이야기를 미리 연구했다. 그리고 그 속으로 걸었다. 현지에서 일본 순례자들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도보꾼들과 어울리며 소통했다. 그 1200km, 28일간의 여행 기록이 이 책이다. 여느 여행기와 달리 그곳에 깃든 신화ㆍ설화를 꼼꼼히 숙지하고 걸어 다닌 기록이라, 짧은 여행으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본문화에 대한 폭넓은 안목과 이해를 살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큰 덕목이다. 1300년 전 왕인박사의 후손인 행기보살과 그 직후 인물인 코우보대사가 새 사찰을 열고 기존 사찰을 정비해 시코쿠 88사찰 순례길을 만들었다. 불교 사찰 순례이니만큼 자연스레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교가 전래된 시절까지 관심이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특유의 대승불교인 밀교 진언종이 자리 잡는 과정, 천황들과 불교, 신토 측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 과정(쇼무천황 때 고쿠분지[15, 29, 59, 80번]의 건립, 신불합체와 신불분리정책 등) 등도 흥미롭다. 하지만 시코쿠에 깃든 신들의 이야기가 마냥 거창하기만 한 신화는 아니다! 섬 둘레를 도는 사찰 순례답게 태평양과 세토내해를 굽어보는 절경 속에 자리한 절집들. 거기 전하는 전설들은 아기자기한 신화와 설화, 요괴들의 이야기이자, 날마다 순례길을 걷는 도보여행자들을 통해, 가령 65번 산카쿠지 부엌에서 자꾸 주걱을 슬쩍 해가는 순례자들을 통해, 오늘 새로이 되살아나는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별도 목차인 ‘전설 따라 시코쿠 삼천리 - 신들의 이야기 속으로’[14~15쪽]를 통해 직접 각 사찰별 이야기를 골라 읽을 수 있다.) - 나루토 바다에 고기떼가 사라진 게 부처님 탓이라고? (2번 사찰) - 길가의 앙증맞은 지장보살상(오지조상)들이 빨간 턱수건을 두른 사연은? (53쪽) - 바구니에 큼직한 한라봉을 수두룩하게 담아 집 앞에 내놓는 건 왜일까? (146쪽) - 마릴린 몬로의 섹시한 모습이 대웅전 천정에 장식되어 있다고? (37번 사찰) - 사람 잡아 먹는 우귀 상이 절집 산문 앞에 버티고 서 있다? (82번 사찰) - 순례자 특유의 복장인 흰옷에 인증서명인 묵서를 받아 수의로 쓰려는 사람들. 실직 날벼락을 맞은 젊은 처녀 가오리 상이 이 순례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순례길의 비밀스런 힘을 호흡하고(167쪽), 토쿄 근처에 사는 60세의 나카무라 상은 텐트 야영을 하며 탁발 수행(쉽게 말해 “한 푼 줍쇼”)으로 이 순례길을 간다(105쪽). 간지 좔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로 순례를 즐기는 고베 처녀도 있고(178쪽), 청바지를 입고 딸들이 다니는 외국어고등학교에 학부형 자격으로 가기도 한다는 미모의 여승도 등장하며(250쪽), 돌아가신 남편을 오매불망 사랑하는 달링 할머니와 “헤어지면 끝!”이라고 매몰차게 얘기하는 66세 가기야마 상, 두 여인의 색다른 남편관이 충돌하는 장면(217쪽)도 인상적이다. 순례를 마친 후, 김효선은… 수다스런 고베 아저씨 유키(자칭 ‘로맨틱 가이’)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온 산타클로스 수염의 크리스, 이렇게 두 동행과 더불어 ― 혹은 모든 순례자들과 함께 동행한다는 ‘同行二人’의 코우보대사(지팡이)와 더불어 ― 시코쿠 88사찰 순례길을 걸으며 김효선은 많은 자극을 받았고(한국의 33관음 사찰 투어를 해보고 싶다는 일본 스님도 만났다) 그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우리에게도 구슬은 많다. 차이라면 일본은 오래전 그 구슬을 꿰었다는 것. 우리의 유구한 역사는 얼마나 풍성한가. 길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김효선은 지금 그 구슬들을 ?어 보배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화랑들의 순례길이자 송강 정철의 길이기도 하던 관동8경 길의 정착을 위해, 여러 종단이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해 개척한 전주의 아름다운 순례길을 위해, 또 다른 숨은 보석 같은 아름다운 우리 길의 발견을 위해 그녀보다 열심히 이곳저곳을 누비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이는 없다. “내 인생 순례길에 또 하나의 굽이진 길을 넘었더니 새 길이 눈앞에 아스라이 펼쳐진다. 뿌듯하다. 그리고 설렌다.”(293쪽) 그녀의 설레임에 우리는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진다. 길은 무릇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