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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귀향 |
Kaoru Takamura,たかむら かおる,高村 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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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몇 초의 시간 동안, 고다가 차창 너머 플랫폼 바깥으로 달려 나가는 하얀 셔츠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우선 나이와 행색 등을 눈에 새긴 것은, 직업적인 조건반사였다. 그 다음으로 술렁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또 다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얀 셔츠의 남자에 이어 사라져 버린 그 여자는 파란색 스커트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 p.9
다쓰오도 옛날에 몇 년 동안 이 작업을 했다. 그렇게 장치와 마주하길 하루 여덟 시간. 수천 시간의 염열지옥 속에서, 발광하고 있던 체내의 용암이 억제되었음을 느꼈다. 십 대 시절, 그렇게나 격렬했던 정동(精動)의 발작이나 폭발을 조금씩 흡수해 간 것은 이 열이었다. 장치의 이 작은 창 안에서 자신의 혼의 대부분은 재가 된 것이라고, 때때로 다쓰오는 생각할 때가 있다. --- p.67 그렇게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또 하나의 자신은 이제는 못 하는 일이라곤 없어, 대단한 인물도 아닌 쓰치이 고키치 같은 남자를 폭력단 이름을 들먹이며 협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수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야쿠자와 노름판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위법도, 탈선도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고, 모리 같은 성실한 동료의 성실한 시선에는 혐오감조차 느낀다. --- p.366 “머리를 식히고 있다간, 하나 잃고, 또 하나 잃고, 결국 내가 설 장소도 없어져. 하나를 잃을 때마다 확실히 뭔가가 줄어드는 게 느껴져. 조금 억지스럽든 위법이든, 범인을 검거해야만 겨우 어딘가에 서 있을 수 있어. 이런 느낌은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 고다는 그렇게 말하며 이야기를 끝냈다. 옛 처남은 “그럼 마시자” 하고 새로운 위스키를 두 개의 잔에 부었다. 기요코와 이혼한 이후, 어느 쪽이나 서로의 신경을 거슬리는 곳까지는 건드리지 않는 습관이 들어, 누군가가 그만두자고 하면 그만둔다. 마시자고 하면 마신다. --- p.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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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정부에 마음을 빼앗긴 고다 유이치로,
그가 꾸는 한여름의 백일몽! 아스팔트라도 녹일 듯한 뜨거운 한여름의 오후, 도쿄의 하이지마 역에서 한 여자가 전철 선로 위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두 달 전 하치오지 시내의 맨션에서 발생한 호스티스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고다 유이치로 경부보는 우연히 자살사건을 목격한다. 그는 사건 현장에서 도망치고 있는 사노 미호코라는 여성을 쫓아가지만 이내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노 미호코는 고다의 고향 친구인 노다 다쓰오의 정부임을 알게 된다. 완전 개고 후 12년 만의 재출간! 199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베스트 선정 미궁에 빠진 호스티스 살인사건의 수사를 중심으로, 18년 만에 도쿄 역에서 우연히 재회한 고다와 친구 노다 다쓰오, 그리고 노다의 정부인 포도알 같은 검은 눈을 가진 사노 미호코, 세 인물의 기묘한 삼각관계가 8월 한여름의 도쿄와 오사카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저자 다카무라 가오루가 『마크스의 산』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후 1년 만에 발표한 작품으로, 1994년 출간 당시 일본에서는 “미스터리를 초월한 현대판 『죄와 벌』”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저자의 개고작인 2004년 문고판을 번역한 이 책 『조시: 석양에 빛나는 감』은 개고 전인 1994년 판본에 비해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등이 첨삭되었다. ‘인간은 왜 살인을 하는가?’ 동기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을 지배하는 의식과 그 정경을 해부! 1993년 나오키 상 수상식 소감에서 “나는 미스터리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한 다카무라 가오루는 이 책 『조시』에서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인간은 왜 살인을 하는가?’라는 주제를, 17년 동안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평범한 생활을 해 온 공장 노동자이지만 결국 광기에 사로잡혀 살인을 저지르는 ‘노다 다쓰오’의 모습을 통해 진지하게 접근한다. 물론 저자는 ‘노다 다쓰오’가 살인을 하게 되는 ‘동기’ 혹은 ‘목적’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선언’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작인 『마크스의 산』과 마찬가지로 ‘노다’를 지배하는 의식과 내면의 정경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그가 살인에 이르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다카무라 가오루 특유의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보이는, 노다의 일터인 공장과 작품의 주요 무대인 도쿄와 오사카 등에 대한 ‘치밀한 배경 설명’은 저자의 여느 작품보다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마음속에 잠재된 광기를, ‘석양에 빛나는 잘 익은 감의 빛깔’이라는 의미의 다소 낯선 조시(照?)라는 이름의 색으로, 그리고 8월의 대도시를 비추는 저녁노을과 노다의 직장인 열처리 공장의 용광로 속의 붉은 불꽃으로 묘사하고 상징한 저자의 특별한 감성은 찬사를 자아내게 한다. “인생의 길 한복판에서 정도(正道)를 벗어난 나는 눈을 떠 보니 어두운 숲 속에 있었다.” 다카무라 가오루식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 비판 살인자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제시되는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의 단면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함께 다카무라 가오루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다. 그와 같은 다카무라 가오루식의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의 비판은 이 책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도쿄 경시청 수사1과의 경부보 고다 유이치로와 그의 동료들은 전작 『마크스의 산』처럼 이 책에서 역시,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기 이전에 자신의 욕망 충족과 목적 달성에 집착하는 평범한 하지만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더불어 묘사된 경찰 조직 내의 갈등, 경찰과 검찰의 대립, 거대 회사에서 행해지는 부조리함 등의 모습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