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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_ 곽노현(서울시 교육감)
작가의 말 프롤로그 _ ‘이사돌아’ 수녀와 그 딸들 1부 흔들리며 피는 꽃들의 드라마 손바닥 의술 외로운 똥 은희야, 다시는 오지 마 비타민 한 알? 사랑 한 알! 너는 어떻게 우리 집에 왔니? 흔들리며 피어나리 내 마음의 블랙박스 베트남 대학생 애랑아, 샤넬을 닮아라 연희의 성장통 영화를 기다리며 두 소녀의 선택 또 하나의 작은 기적 하늘에 희망을 둔 겨울나무처럼 2부 여섯 엄마와 40명의 딸들 초승달의 기도 세상의 엄마들에게 쓰는 편지 경아가 경아에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들 널, 시삐 보잖아 우리 엄마, 성모님 초가집과 개뼈다귀 엄마 혹은 선생님, 양다리 작전 아, 달콤한 교육의 열매여 이불귀를 여며주는 사랑 그 말 한 마디 엄마 판사님 이 도시를 살리는 풀꽃 한 송이 밥상의 반찬 3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은비의 영어 편지 진정 난 몰랐었네 천하장사 최돈나 오후 다섯 시, 마술은 시작되고 잘 할 수 있어요 또래의 힘 이쁜 짓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오늘’의 소담이만 바라보기 마음 닫기 수녀님도 떠날 거죠? 젊음이란? 우리 삶의 오아시스 에필로그: 오늘도 드라마 |
글라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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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꽃의 계절 5월이 되면, 소원대로 은희는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집으로 간다. 나는 만발한 꽃들 속에서 은희의 얼굴을 발견하고 그때마다 은희가 보고파질 것 같다. 생활보호대상자인 궁핍한 가정 형편에, 밤에 일을 나가시는 엄마와 열여덟 살 나이에 벌써 미혼모가 되어버린 언니가 과연 은희를 제대로 붙잡아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은희와 다시 재회하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아픔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나는 수레 안에 은희를 태우고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엄마의 마음으로 정원을 돈다. 깔깔거리는 은희의 웃음소리가 왠지 그리움처럼 아파온다. 나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 p.33
현이는 내 생전 처음 본 수갑 찬 소녀였다. 남들은 평생을 살면서도 한 발짝 들여놓지 않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여린 두 손목에 쇠 팔찌를 차고 지하 공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현이의 모습은 나에겐 참으로 슬픈 충격이었다. 그 소녀를 차에 태워 센터로 오던 날, 나는 차창 밖 아이들처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이의 처지에 목이 메었다. ‘현아, 너는 왜 저 무리에서 빠졌니? 수녀님은 너를 만나 슬퍼. 널 집으로 보내지 못해서.’ 그때 내 마음은 이런 다짐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우리 이날을 기억하며 웃는 날을 만들자. 반드시 만들자!’ --- p.38 나는 그늘 속에 핀 풀꽃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그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내세울 만한 빛깔도 없다. 꽃도 열매도 초라하다. 그럼에도 이 귀퉁이 땅에서 존재하며 자라고 있다. 정리된 넓은 정원과 이쪽 귀퉁이 정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내 존재의 의미를 생각한다. 내가 머물 곳은 어느 쪽인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진정 어디인가? 이런 나에게 풀꽃들이, 우리 아이들을 닮은 귀퉁이 꽃들이 말한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머물듯, 집나온 강아지를 보고도 가슴 찡해하는 슬픈 눈동자의 소녀들 곁에 머물라고. 그 소녀들의 존재 의미를 찾아줄 때 거기, 당신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 p.48 며칠 전 은경이는 약을 먹으면서 고백했다. “수녀님, 제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요. 제가 너무 싫어요.” 그러면서도 은경이는 자기 고통에 대해 절대 비밀이다. 털어놓지 않는다. 그런 은경이에게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아이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침묵하는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말하기 전까지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 믿는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망각하게 하는 것도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 p.59 “어머니, 어머님 딸은 현재 저희와 잘 있습니다. 아픈 데도 없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 돌보아주지요. 어머니! 그런데 절대, 우리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엄마 없는 아이의 빈 가슴입니다. 어머니! 딸이 가장 원하는 것은 엄마 같은 수녀가 아닙니다. 진짜 엄마랍니다.” 나는 이 밤, 배 아파 낳은 자기 자식을 두고 떠나간 엄마들에게 눈물로 쓴 편지를 보낸다. --- p.113 여자의 모성 본능이란 이런 것일까? 센터의 여섯 수녀들도 아이들 때문에 울고 웃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 엄마가 돌본 아이는 갓난아이였고, 우리 아이들은 십대 소녀들이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에 늘 배고파하는 점에서 보면 우리 아이들도 덩치 큰 갓난아이에 불과하다. 날마다“세수하고 양치질하자, 머리 감고 손톱 깎자”를 외쳐대며 온종일 돌봐주고 챙겨줘야 한다. 채워지지 않은 엄마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아이들……. 그래서 때론 지치고 한계를 절감하다가도, 아이들이 조금만 변화된 모습을 보여도 감동받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까맣게 잊는다. 그 변화가 기적 같은 사건으로 보이는 것은, 한때 인생을 포기했던 아이들이 보여준 변화이기에 그렇다. --- p.127 센터가 생긴 이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가출해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역할을 당장 누가 대신할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번번이 공연 날짜를 코앞에 두고 포기해야만 했다. 이런 예측 불가능의 위험을 안고 준비한 뮤지컬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정작 내가 발견한 기적은 화들짝 놀라움보다는, 앙상한 겨울나무에 눈부시게 핀 꽃망울을 바라보는 환희와 아픔이었다. --- p.202 이 아이들에게 좀 더 긴 울타리를 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의 아이들에게 이제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녀님도 떠날 거죠?”라고 물을 때“아니! 어딜 떠나. 너와 오래오래 살 거야.”하고 확실하풰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부모의 손길을 받고 자라 마땅한 아이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뜨내기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게, 적어도 일관성 있게 꾸준히 이어지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긴 안목의 시스템이 절실하다. (…)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덕이와 아영이는 이곳을 떠나면 아마 또 다른 기관으로 가게 될 것이다. --- p.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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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딸들의 아름답고 치열한 성장 드라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풀처럼 썩어주는’ 사랑입니다” 또래보다 두 배 아프게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 영등포구 ‘마자렐로 센터’의 40여 명 소녀들이다. 형편상 돌봐줄 어른들이 곁에 없는 아이들, 학교부적응 아이들, 그리고 법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녀들이 수녀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며 재기와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그런데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시 한 귀퉁이에서 ‘어른들의 세계’에 너무 일찍 눈떠버린 아이들에겐 하루 24시간 ‘빡세게’ 돌아가는 센터 생활이 버겁기만 하다. 아이들이 온갖 유혹과 맞서느라 몸부림치는 이 공간에선 그야말로 예고편 없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가 날마다 펼쳐진다. 6명의 수녀 가운데 1명인 저자는 ‘범상치 않은’ 아이들의 드라마 같은 일상을 풀어놓으며, 이런 성장통을 너무 일찍 겪게 하신 하느님의 뜻을 가만히 헤아린다. 두 배로 흔들리며 크는 꽃은 뿌리도 두 배 더 튼튼할 거라 믿기에 오늘도 칠전팔기, 구전십기에 도전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붙든다. 수없이 방황하면서도 거듭 그들 품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통해 깨달은 ’사랑’의 기적 때문이다. 수녀들과 소녀들의 24시간 사랑일기는, 가족과 나누는 소소한 일상 속에 번지는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에 비친, 배금주의와 욕망에 찌든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직시하게 하며, 무엇보다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별한’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킨다. “오늘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지는 것” 일찌감치 가정과 사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아이들의 고군분투는 짠하디 짠하다. 한번 몸에 익혀버린 악습을 끊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숙명 속에서도 “오늘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생의 고비마다 생의 의미를 되새겼던 아우슈비츠 생존자 빅터 프랭클 박사의 가르침처럼, “개인에게 부과된 임무는 거기에 부가되어 찾아오는 특정 기회만큼이나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채워갈 여백이 훨씬 더 큰 아이들이기에, 오늘의 센터생활에 의해 남은 생의 여백을 채워갈 색깔이 결정될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도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주문을 읊는다. 네 살 때부터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살다 센터에 온 애랑이가 자기와 처지가 비슷했던 세계적인 디자이너 샤넬을 닮기를,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큰꿈을 품게 된 인덕이가 센터를 나가서도 꿋꿋이 홀로서기를, 베트남 아이 희재가 센터를 친정 삼아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길…. 그중 하이라이트는 민이의 이야기다. 차가운 법원 바닥에 수갑을 차고 앉아 있던 소녀는 센터생활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비행청소년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간다. 최근에는 센터 수녀님과 함께 ‘6호처분’받은 후배를 데리러 법원에 다녀왔다. 생의 의미를 잃고 허겁지겁 살아내느라 바쁜 오늘 우리사회의 어른들이, 민이의 재기의 몸부림마저 외면하지 말기를, 기꺼이 응원의 노래를 불러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