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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자신은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었다. 주로 어머니 이름, ‘레나’로 불렀다. 이렇게 부르는 게 늘 레나의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만의 문제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절대 볼 일이 없으며, 같은 이유에서 전혀 관심 없는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이 그녀에겐 너무나 이상해 보였다. 독일에서는 ‘당신의 어머님’이라는 정중한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에바는 이것 또한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끝마다 여기선 ‘당신의 사랑스런 엄마’, 저기선 ‘당신의 귀여운 엄마’라고 외쳐대는 건…….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자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지니므로 서로 합의해야 한다는, ‘엄마’라는 최소 공통분모를 기준으로 해서 사람들 사이의 화목을 강요하는 게 그녀는 의심스러웠다. --- pp.60-61
- 시간에게 시간을 줘야 해. 애도 기간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거야. 부모님을 잃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시련이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해서 원망하고 싶진 않았다. 사실 이 상황엔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벌써 그녀 자신은 절망적으로 위로의 말을 구하고 어리석은 말만 해 대는 자의 거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p.115 너무 오랫동안 길러온 침묵이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사이에 영구적으로 들어앉았다. 여하튼 에바의 생각으론 그러했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사실들에 비춰 보면 이 침묵은 이 사건들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된 것이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레나는 늘 이 침묵 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에바가 알고 있던 과거, 레나의 것이던 그 과거가 과연 틀린 것일까? 현기증, 여전한 이 현기증. --- pp.122-123 옳건, 그르건, 그녀는 사랑 때문에 골로 갈 뻔했다. 함부로, 닥치는 대로. Shame on you(남부끄러운 줄 아시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무無와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면, “Shame on you(남부끄러운 줄 아시오)”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목숨을, 여하튼 자신의 이성을, 주저 없이 자신의 명성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럴 땐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더 나았다. --- p.216 뭐든 처음 발견하면 경이로움에 사로잡히는 청춘기만이 그런 결과를 자아낸다. 진정한 욕망, 우리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욕망, 한 운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욕망은 유년기나, 최대한, 청소년기에나 가능한 거야, 에바는 생각했다. 스물다섯 살이 넘으면 세상이 쏘아올린 화살들이 곧장 가슴에 와 닿는 일이 드물다. --- p.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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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비밀을 품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에게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는 하나둘쯤 있게 마련이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입장의 차이로, 혹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차마 꺼내지 못한 말들이 흘러간 시간과 기억 속에 감춰져 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숨겨져 있던 사실이 불쑥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면모를 보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어머니와 딸, 그리고 진정한 이해…….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소원해질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들은 여성으로서 많은 것을 드러내고 공유한다. 하지만 모녀이기에 때로는 있는 사실을 모두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복잡 미묘한 심리는 이 책의 주인공 에바와 홀어머니 레나의 관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어머니는 독일에서, 딸은 프랑스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온 두 사람. 그들 사이의 균형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무너지고 만다. 숨겨진 가족사와 납득하기 어려운 어머니의 모습에 아연실색하는 에바.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 멤피스행 비행기 티켓을 발견하고 길을 나선다. 그곳에서 당신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어머니와 딸의 비밀과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 떠나는 한 여자의 여행 이야기이기도 하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나날에 의문조차 품지 않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던 에바. 그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그레이스랜드를 여행하며, 어머니를 이해하려면 우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개인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유려하고 섬세하게 묘사한 이 소설은 우리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당신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문학 강사 생활을 하는 에바 자코비. 홀어머니 레나 밑에서 자란 에바는 속마음을 제대로 드러내는 법을 모른다. 단 한 번의 일탈 없이 나날에 쫓기며 살아온 그녀에게 레나의 부고가 갑작스럽게 전해지는데……. 느닷없이 맞이하게 된 이별,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모르고 있던 여러 사실들. 선의의 거짓말, 그리고 기나긴 침묵. 숨겨져 있던 진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에바는 레나의 낯선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녀가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어머니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집을 방문하려 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어머니의 감춰진 삶을 이해하고자 에바는 멤피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딸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그녀는 그레이스랜드에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저자는 데뷔작 《체스 두는 여자》로 평범한 가정주부 엘레니가 체스를 통해 잊고 있던 열정을 찾게 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탁월하게 묘사하였다. 그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댓츠 올 라잇 마마》에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성들, 특히 어머니와 딸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의 경험을 포함한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다수 반영된 이 소설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배경으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따스하고 감동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